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이었다. 북한이 한국을 따돌리고 미국과 직접 소통하려 들 경우 한국과 미국의 전통적 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것은 기우(杞憂)였다. 대화의 장을 열어보니 한국과 미국은 더 끈끈해져 있었다. 28일 밤 1시간15분간 이어진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가 이를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높은 신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세 가지 대목에서 단적으로 나타났다.
①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문 대통령과 상의했다. 청와대는 29일 “두 정상이 ”2~3곳으로 후보지를 압축하며 각 장소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북·미 간에 결정할 일을 놓고 한국 정부의 의견을 물은 것이다.
②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전화를 언제라도 최우선적으로 받겠다”고 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했던 말 중에 가장 큰 친밀도를 담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가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③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의 평가는 ‘극찬’에 가까웠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이 크게 기여했다는 데 김정은 위원장도 공감했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판문점선언의 ‘완전한 비핵화’는 전 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통화 내용에 대한 청와대 서면브리핑에는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공조’를 언급한 대목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두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전화를 언제라도 최우선적으로 받겠다고 하면서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매우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한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시기를 더 앞당기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남북정상회담 성공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매우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