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판문점 선언’이라는 공식적 성과 외에도 남과 북이 친교를 다지는 시간이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두 정상의 서명식 후 진행된 만찬은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실무진이 마무리를 재촉해야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만찬 예상시각은 오후 6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예상했는데 워낙 자유롭고 화기애애했다”면서 “오후 9시10분에 억지로 끝냈다고 할 정도로 겨우겨우 끝내고 밖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통 영빈관에서 국빈만찬을 많이 하는데 지금까지 해온 어떤 만찬보다 훨씬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갔다”며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편한 사람들끼리 서로 통성명하고 술 따라주고, 안부를 묻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자기 자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자유로웠다”고 전했다.
만찬 분위기는 다른 참석자들을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50~60명 만나니까 무슨 회갑잔치나 돌잔치에 온 기분이었다”며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6·15(공동선언)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오늘이 있었겠느냐’고 했다”며 “호탕하고 좌중을 휘어잡는 모습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판박이”라고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돼 오랜 기간의 냉전이 무색하다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북측 사람들도 김정은 위원장이 있는데도 경직되거나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았다”고 썼다.
만찬 때는 평양 옥류관 냉면도 등장했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중 고를 수 있었는데 남북 정상 부부 4명 모두 물냉면을 먹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의 점심시간대 평양 냉면집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뉴스를 말씀드렸더니 순간 빵터졌다”고 전했다.
실내 만찬의 진한 여운은 야외 영상공연 ‘하나의 봄’으로도 이어졌다. 영상공연이 끝난 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역사적인 군사분계선에서의 악수장면이 영상으로 재생되자 다시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감격해했다.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의 만남도 화제가 됐다. 이날 오후 6시16분쯤 이설주 여사가 평화의집에 도착하자 김 여사는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했다. 이후 3시간여가 지난 후 만찬장을 빠져나오는 두 퍼스트레이디는 한층 다정한 모습이었다. 이설주 여사가 웃으며 김정숙 여사에게 귓속말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여사도 이 여사의 허리에 팔을 살짝 두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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