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이뤄진 한·미 정상 간 전화 통화는 1시간15분간 계속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길었다. 통화 분위기도 이전과 매우 달랐다고 한다. 청와대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로 질문을 하고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태,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방식으로 통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공세’는 곧 만나게 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궁금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28~29일 트럼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달아 통화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판문점 선언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내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 주석과도 통화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중 정상 통화는 이번 주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28일 오후 9시15분부터 75분간 이어졌다. 취임 이후 13번의 통화 중 가장 긴 시간이었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논의도 했다. 두 정상의 대화에서 ‘남·북·미 회담’이 거론된 건 처음이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 문제가 한·미 정상 사이에서 논의된 것은 북한이 적극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가능케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잘 통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라도 문 대통령의 전화를 최우선적으로 받겠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고,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매우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앞당기기로 의견을 모으고, 회담 후보지는 2~3곳으로 압축해 각 장소의 장·단점에 대해 논의했다. 북·미 간에 합의하면 될 북미회담 개최 장소를 한국 대통령과 상의한 것은 그만큼 문 대통령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뜻한다.
두 정상은 곧 만나게 된다. 북미정상회담 전에 추진될 한미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청와대는 “북미회담 일정과 연동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3~4주 안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했는데, 확정되는 날짜를 보고 그에 연동해 한미정상회담 일정도 잡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회담 일정이 생각보다 빨리 정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회담 장소로 몽골과 싱가포르가 거론되는 과 관련해 그는 “구체적 장소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일본 총리와 54분간 통화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고, 특히 과거사 청산에 기반한 북·일 국교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도 북과 대화할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고,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북·일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기꺼이 나서겠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지않아’ 첫 핫라인 통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문 대통령 집무실과 북한 국무위원회에 이미 설치된 직통전화로 조만간 첫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당초 핫라인 통화는 정상회담 이전에 하기로 했었지만 회담 이후로 미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핫라인 통화를 언제 하느냐보다 어떤 내용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남북은 두 정상의 첫 통화에 담을 ‘메시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례적인 인사를 넘어 의미 있는 합의나 남북 긴장완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 등을 핫라인을 통해 확정하는 상황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4·27 남북정상회담의 ‘소회’를 밝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느꼈던 점, 회담의 의의, 앞으로 해야 할 조치들에 대한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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