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다이어트 등 외모 단장은 '노동'이고 '노역'
'탈(脫) 코르셋' 운동의 일환…'꾸미지 않기' 노력
남성 외모 평가에 매달리는 구조, 성평등 불가능
"자유롭게 다니면서 타인 시선·압박 벗어나 행복"
"이제 남자들이 뭐라 하면 '너나 잘해'하고 무시"
【서울=뉴시스】 (뉴시스
DB
)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천민아 수습기자 = 취업준비생 손모(26·여)씨는 대학교 1학년 시절 바지를 아예 입지 않았다. 매일 화려한 치마를 걸쳤고 화장할 땐 선크림,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피부에만 8가지 제품을 발랐다. 어쩌다 시험 기간에 쌩얼(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다니면 남학생들은 '너 그러다가 남자친구에게 차인다'는 등 무례한 발언을 일삼았다.
손씨는 페미니즘을 접한 2년 전부터 화장을 '놨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자유롭게 다닐수록 내 외모를 평가하는 시선이 사라진다"며 "이젠 남자들이 외모 가지고 뭐라고 하면 '너나 잘해'하고 무시해버린다. 속박에서 벗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화장과 불편한 옷 등을 벗어던지겠다고 선언하는 여성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분출하는 페미니즘 기류와 맞물린 움직임이다. '꾸밈노동', '꾸밈노역' 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그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여성들의 외모 단장이 '노동'으로 불리는 것이다.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을 벗어나자는 '탈(脫) 코르셋' 운동의 한 흐름이다. 탈 코르셋을 외치는 이들은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엄격한 외모 잣대에서 여성들이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으로부터 높은 외모 평가를 받기 위해 여성이 꾸밈노동에 매진하는 구조에선 애초에 성 평등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한모(28·여)씨는 "유튜브를 보면 '티 안 나는 헬스장 메이크업' '생리기간 생기를 돋구는 메이크업' 같은 영상들이 있다. 이런 것을 '자기관리'로 포장하지 말고 여자들이 먼저 나서서 타파해야 한다"라며 "화장 안 한 여자에게 '아파 보인다' '입술 좀 발라라' '등의 말을 서슴지 않는 이상한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고 일갈했다.
탈 코르셋에 동참하는 여성들은 이제까지의 생활 방식을 바꿔 꾸밈노동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상에는 '꾸밈노동을 줄이는 방법'과 같은 게시글이 퍼지며 화장법을 소개하는 '뷰티( beauty ) 유튜버' 구독을 해지하고 화장 과정을 줄여나가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튜버 '한국여자'의 '투블럭한 한국여자들' 영상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난 뒤의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이 영상의 등장인물들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자유롭다", "머리를 자르고 나서 '이게 나구나'란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뷰티 유튜버 ' Daily Room 우뇌'는 '탈 코르셋을 하고 뷰티 유튜브를 내려놓으려고 합니다'란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여성들은 예쁘게 꾸미는 법을 소개하던 뷰티 유튜버가 이 같은 선언을 한 것이 고무적이라며 반기고 있다.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페미니스트 유튜버 '한국여자'의 '투블럭한 한국여자들' 영상 갈무리 화면. 2018.06.2.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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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박모(26·여)씨는 "페미니즘에 눈을 뜨면서 화장을 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전에는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가슴을 크게 보이게 하는 기능성 브래지어를 입었지만 이젠 그냥 편안한 속옷을 입는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예쁘게 꾸미는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입된 생각"이라며 "이제 심적으로 남자들의 외모 품평에서 자유로워졌다.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타인의 시선이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서 행복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사회가 강제하는 외모적 잣대를 거부하고 나섰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를 혐오해야 하는 고통을 겪어왔다"며 "그간 꾸밈이 '여성이 원하는 쾌락'이라고 주입돼왔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왜 여자에게만 외모적 가치가 강요되는지 질문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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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 코르셋' 운동의 일환…'꾸미지 않기' 노력
남성 외모 평가에 매달리는 구조, 성평등 불가능
"자유롭게 다니면서 타인 시선·압박 벗어나 행복"
"이제 남자들이 뭐라 하면 '너나 잘해'하고 무시"
【서울=뉴시스】 (뉴시스
DB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천민아 수습기자 = 취업준비생 손모(26·여)씨는 대학교 1학년 시절 바지를 아예 입지 않았다. 매일 화려한 치마를 걸쳤고 화장할 땐 선크림,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피부에만 8가지 제품을 발랐다. 어쩌다 시험 기간에 쌩얼(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다니면 남학생들은 '너 그러다가 남자친구에게 차인다'는 등 무례한 발언을 일삼았다.
손씨는 페미니즘을 접한 2년 전부터 화장을 '놨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자유롭게 다닐수록 내 외모를 평가하는 시선이 사라진다"며 "이젠 남자들이 외모 가지고 뭐라고 하면 '너나 잘해'하고 무시해버린다. 속박에서 벗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화장과 불편한 옷 등을 벗어던지겠다고 선언하는 여성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분출하는 페미니즘 기류와 맞물린 움직임이다. '꾸밈노동', '꾸밈노역' 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그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여성들의 외모 단장이 '노동'으로 불리는 것이다.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을 벗어나자는 '탈(脫) 코르셋' 운동의 한 흐름이다. 탈 코르셋을 외치는 이들은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엄격한 외모 잣대에서 여성들이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으로부터 높은 외모 평가를 받기 위해 여성이 꾸밈노동에 매진하는 구조에선 애초에 성 평등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한모(28·여)씨는 "유튜브를 보면 '티 안 나는 헬스장 메이크업' '생리기간 생기를 돋구는 메이크업' 같은 영상들이 있다. 이런 것을 '자기관리'로 포장하지 말고 여자들이 먼저 나서서 타파해야 한다"라며 "화장 안 한 여자에게 '아파 보인다' '입술 좀 발라라' '등의 말을 서슴지 않는 이상한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고 일갈했다.
탈 코르셋에 동참하는 여성들은 이제까지의 생활 방식을 바꿔 꾸밈노동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상에는 '꾸밈노동을 줄이는 방법'과 같은 게시글이 퍼지며 화장법을 소개하는 '뷰티( beauty ) 유튜버' 구독을 해지하고 화장 과정을 줄여나가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튜버 '한국여자'의 '투블럭한 한국여자들' 영상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난 뒤의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이 영상의 등장인물들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자유롭다", "머리를 자르고 나서 '이게 나구나'란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뷰티 유튜버 ' Daily Room 우뇌'는 '탈 코르셋을 하고 뷰티 유튜브를 내려놓으려고 합니다'란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여성들은 예쁘게 꾸미는 법을 소개하던 뷰티 유튜버가 이 같은 선언을 한 것이 고무적이라며 반기고 있다.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페미니스트 유튜버 '한국여자'의 '투블럭한 한국여자들' 영상 갈무리 화면. 2018.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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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대학생 박모(26·여)씨는 "페미니즘에 눈을 뜨면서 화장을 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전에는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가슴을 크게 보이게 하는 기능성 브래지어를 입었지만 이젠 그냥 편안한 속옷을 입는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예쁘게 꾸미는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입된 생각"이라며 "이제 심적으로 남자들의 외모 품평에서 자유로워졌다.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타인의 시선이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서 행복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사회가 강제하는 외모적 잣대를 거부하고 나섰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를 혐오해야 하는 고통을 겪어왔다"며 "그간 꾸밈이 '여성이 원하는 쾌락'이라고 주입돼왔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왜 여자에게만 외모적 가치가 강요되는지 질문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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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863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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