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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를 이해하려면 ‘대만 백색테러'를 알아야 한다

  • 작성자: 살인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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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192
  • 2020.08.14
여름을 맞아 공포영화들이 한창 주목받는 가운데, 최근 게임 원작 영화 하나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바로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대만 영화 ‘반교: 디텐션(이하 반교)’이다. 반교는 대만의 어두운 현대사를 조명해 큰 화제가 된 2017년작 게임으로, 2019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비록 중국에서는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대만과 홍콩에서 여러 영화제 수상을 거머쥐며 흥행했다.


그러나, 대만 현대사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반교의 줄거리를 모두 이해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원작 게임과 영화 둘 다 역사적 소재를 상징과 암시로 풀어내고 있기에, 이야기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려면 이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과연 반교가 다루는 대만 현대사는 무엇인지, 게임 속 1960년대 대만으로 떠나보자.


대만 백색테러? 대체 무슨 사건이죠?

반교 스팀 상점 페이지 설명에는 1960~197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이 시기 대만은 국민당 주도 계엄령으로 다스려지고 있었으며, 이후로도 약 17년 가까이 계엄 상태로 남아있었다. 반교는 이러한 대만의 계엄령 치하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계엄령 시기를 대만에서는 ‘백색테러’라고 부른다. 본디 백색테러란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에서 비롯됐다. 혁명가 로베스피에르는 집권 당시 공포통치로 악명이 높았는데, 그가 실각하자 앙심을 품고 있던 반급진주의적 성향의 테르미도르파가 혁명을 주도한 좌익 자코뱅파에 대한 복수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이 ‘테르미도르 반동’ 사건을 기점으로 프랑스에는 좌익에 대한 사회적 린치와 박해가 한동안 확산됐는데, 이 사건을 통틀어 백색테러라 통칭한다.


이 사건이 백색테러라 불리게 된 이유에 대해 멜버른대 사학과장으로 재직한 역사학자 피터 맥피는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자기 정치적 소속을 드러내기 위해 모자에 코케이드라는 모장을 붙이곤 했다. 로베스피에르 실각 이후 테르미도르파가 왕당파와 타협하고 다시 왕당파가 부상하며 이러한 린치의 중심에 섰는데, 이 왕당파를 지지한 이들이 흰색 코케이드를 사용했다. 백색테러라는 말은 왕당파의 좌익에 대한 정치적 박해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다

이후로 백색테러라는 단어는 프랑스 혁명과 관계가 없는 곳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왕당파를 상징하는 백색과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우익이 좌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억압을 통틀어 백색테러라 부르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당시 있었던 반혁명군의 혁명군 숙청, 1940년대 스페인 군부독재를 추종하던 민족주의자들이 반대파를 학살한 사건 등도 백색테러라 부른다. 일종의 관용어가 된 셈이다.


그 중 대만 백색테러는 1940년대에 시작돼 1987년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약 40년간 지속됐다. 본래 대만 섬에 살고 있던 내지인들이 중국 본토에서 국민당과 함께 이주해온 외지인들로부터 차별과 수탈을 당한 데 불만을 품고 폭동을 일으키자, 국민당이 군대를 보내 최소 1만 8,000명을 학살하고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이후 본토에서 완전히 밀린 국민당이 대만으로 옮겨오면서 계엄 치하의 국민 통제는 압박을 더해갔다.


반교는 이렇듯 계엄령 아래 국민당과 그 지지자들에 의한 정치적 억압과 박해가 한창이던 196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오랜 세월 언급 자체가 금기시된 이야기를 핵심 소재로 조명했다. 그간 소설과 영화로 대만 백색테러가 다뤄진 적은 있으나, 게임으로 다루어진 적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반교는 발매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며, 영화 역시 아픈 현대사와 공포 장르를 접목시켜 호평을 받았다.



총 든 군인들, 머리에 포대 씌워진 학생… 1960년대 대만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반교에서는 학교에서 군인이 학생을 처형하거나 고문하는 은유가 유독 많이 나온다. 대체 당시 대만 학교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계엄령 치하 백색테러는 학교라고 예외를 두지 않았다. 국민당은 백색테러 시기 미성년자 학생을 강제 징집했으며, 정부에 반대한 교사를 중국 공산당 간첩으로 몰아 처형하기도 했다. 아직 어린 학생마저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만 백색테러는 더욱 공분을 샀다.

앞서 언급했듯 대만 백색테러의 시작은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본격적 학교 통제는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1949년 장제스의 국민당은 제 2차 국공내전에서 패배하고 중국 본토를 공산당에 내준 채 대만으로 물러났다. 이후 국민당은 대만에서 정부 재건에 힘쓰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이들은 극단적인 독재와 공포통치로 국민을 통제하고자 했다. 그러한 통제정책의 일환으로 시도된 것이 학생 징집과 교사 숙청이었다


1949년 7월 13일 국민당은 샨동 지방에서 대만 펑후 섬으로 피신 온 학생들을 징집했다. 당초 이 학생들은 군사 훈련을 함께 받는 조건으로 학업을 이어가게 해주겠다는 국민당 제안을 받고 온 난민들이었다. 그러나 일단 학생들이 도착하자 군은 ‘공산당과 싸우는 데 공부는 필요치 않다’며 학생 전원을 징집한 후, 이를 저지하러 나선 교사를 공산당 간첩으로 몰아 체포한 후 처형했다. 일명 7.13 사건이다. 이후로도 이와 유사한 일은 대만 곳곳에서 빈발했다.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책을 읽고 정치범으로 몰린 학생도 많았다. 동아시아 정세를 다루는 잡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적지 않은 고등학생이 학교 독서모임에서 철학서적을 읽었거나 훗날 사회주의자가 된 친구와 교제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렇게 체포된 이들은 처형되거나 고립된 수용소로 이송돼 정치범 신분으로 오랜 기간 복역해야 했다. 그러한 수용소 중 하나로 유명한 것이 오늘날 관광지로 개방된 ‘루다오 섬 수용소’다.


반교의 배경도 이 당시다. 게임과 영화에 나온 학교는 허구의 공간이지만, 시대적 상황은 실제 역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본토에서 공산당에게 패배하고 대만으로 와 재건 중인 국민당이 반체제적 활동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들이고 있는 시기 말이다. 반교에서는 ‘바이궈팡’이라는 이름의 군인이 학교에 자주 출입하는데, 이 역시 정부가 ‘군훈교관’이라는 직함으로 학교에 파견하던 교련 교사 겸 정치장교였다.


군훈교관은 백색테러 기간 학생을 감시하는 제도였다. 교관은 학교에 상주하며 군사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동시에, 학교에서 반체제적 사상이 퍼지고 있는지 감시하고, 전도유망한 학생을 국민당에 영입하는 임무를 맡았다. 즉, 반교에 등장하는 바이궈팡은 단순한 ‘꼰대’ 교련교사가 아닌, 학생과 교사를 감시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실제로 바이궈팡은 작품 내에서 파국을 야기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반교에서 안타고니스트는 오직 정치적 탄압을 일삼는 국민당 정부일까? 사실 이야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백색테러가 단순한 탄압이 아닌 ‘테러’라고 불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공권력에 의한 숙청 외에도 민간 차원에서까지 각자의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밀고하고 린치 하는 테러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싫어하던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누명 씌우거나 밀고해 정부의 손을 빌려 제거하는 등이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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