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첫 방송된 MBN 보컬 사이벌 '보이스킹'은 제작진이 'MBN 방송 사상 최장 시간 퍼포먼스 오프닝'이라고 내세운 축하무대로 막을 열었다.
다양한 장르 댄서 수 백 명이 등장해 퍼포먼스를 벌였다. 댄서 간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도 이뤄지지 않았다. 발레리나들은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백조들의 향연을 표현했다. 악수조차 하기 어려워 주먹을 부딪치는 새로운 인사법이 통용되는 시국에 '보이스킹'에서는 불특정 다수와 손을 잡는 무대가 펼쳐진 것.
수 백 명의 댄서가 같은 무대를 오고 가며 부딪치는데도 간단한 소독 작업도 없었다. 락킹부터 밸리까지 모든 오프닝 무대는 장르를 불문하고 최소한의 방역 지침도 지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70명의 청중단과 심사위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고 춤을 췄다. 요즘 식당만 가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투명 칸막이도 없었다. 축하 무대에 푹 빠져 몸을 흔들고 고개를 가로젓는 동안 서로의 비말이 어디까지 튀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수도권 지역은 오는 5월 2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더불어 유흥시설 집합 금지도 실시되고 있다. 클럽, 나이드, 헌팅 포차, 콜라텍과 같은 시설의 영업이 금지됐다.
이런 와중에 '보이스킹'은 유흥시설 영업 금지 조치가 무색할 정도의 대형 춤판을 벌였다. 많은 사람들이 클럽에서 춤을 추면 위험하고 '보이스킹'에서 추면 안전한 걸까. 오히려 업주 눈치를 보며 마스크 쓰는 시늉이라도 하는 유흥시설이 더 안전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보이스킹'은 이번 오프닝 무대를 두고 '지상 최대의 오프닝'이라며 엄청난 자부심을 드러냈다. 엄청나긴 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이렇게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방송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못 가고, 자영업자가 영업을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보이스킹'만 코로나19가 없던 시절처럼 정상적으로 방송을 했다. '보이스킹'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라도 한 걸까.
다른 방송들도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성실히 준수하지 않는 모습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시청자 눈치가 보여서라도 마스크를 착용한 인증샷을 공개하는 마당에 수 백 명이 모여 오프닝 공연이라니. 코로나19 위험성은 잊은 채 일단 흔들어 재끼기만 하면 시청자가 환호할 줄 알았던 걸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보이스킹'을 봤을 시청자들이 되려 스트레스만 받지 않았을지 걱정이다.
4월 14일 0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총 7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7일 86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 우려대로 4차 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100명의 공식 출연자, 70명의 청중단, 심사위원단이 모이는 '보이스킹'은 과연 안전할까. 생계와 기본적인 일상생활마저 위협받는 지금 '보이스킹'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오디션이 중요하고, 카메라가 돌아가도 코로나19는 절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 모든 국민의 동참이 필요한 지금 '보이스킹' 출연자, 제작진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http://m.newsen.com/news_view.php?uid=202104140935280810&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