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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사망 의대생 손정민씨 아버지 인터뷰 - “정민이 없는 어버이날 상상도 못해... 죽음의 진실 꼭 밝힐 것”

  • 박사님
  • 조회 934
  • 2021.05.08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받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하진 않았어요. 아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죠. 그 아들이 없는 어버이날은 상상해본 적 없는데...”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만난 손현(50)씨는 아직 아들이 없다는걸 실감하기 어려워 했다. 그의 아들은 지난달 25일 실종돼 닷새만에 한강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22)씨다. 손현씨는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그토록 찾고 싶어했던 아들의 유골함을 가슴에 안았다.

“식탁에 영정 사진을, 정민이 방에 유골함을 뒀습니다. 아들이 있었을 때와 똑같은 일상이에요. 정민이 밥상을 먼저 차리고, 잘 먹었냐고 물어요. 자기 전에는 정민이 방에 들러 게임 적당히 하고 일찍 자라고 괜한 잔소리를 합니다. 아내가 ‘우리 미친 것 아닐까’하고 묻더군요. 그런데 아직 정민이가 없다는 게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손현씨는 새벽 1~2시에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평소 낮잠을 자본 적이 없는데 요샌 피곤에 지쳐 낮에도 선잠에 들어요. 자다가 깨길 반복하고 시간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이네요.”

손현씨에겐 누구보다 귀한 아들이었다. “엄마가 차를 바꾼다고 하니 정민이가 ‘멀쩡한 차를 왜 바꾸냐’며 만류하는 통에 결국 못 바꿨죠. 가족끼리 인당 5만원짜리 뷔페를 가면 ‘이렇게 비싼 것을 먹어도 되냐’며 감사해하는 아이였어요.” 손현씨는 “정민이가 초등학교 2, 3학년일 때는 함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로 삼국지를 즐겼다”며 “커서도 아빠가 선물한 이모티콘을 일부러 자주 써주는 참 고마운 아들이었다”고 했다.

손현씨는 외아들 정민씨를 많이 아꼈다고 했다. “정민이가 의대 신입생이었을 때 선배와 술을 잔뜩 먹고 ‘곧 취할 것 같다'고 연락한 적이 있어요. 그러곤 연락이 끊겼어요. ‘지하철에서 잠들었구나' 싶었죠. 9호선 종점인 중앙보훈병원까지 찾아가 아들을 데려왔습니다.” 부모의 사랑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은 아니었는지 후회가 들 정도로 정민씨는 착하고 순수하게 자랐다고, 손씨는 말했다. “사기를 당하기 딱 쉬운 스타일이 우리 정민이었죠. 주변 사람들이 어떤지 판단을 해야 하는데 꼭 좋은 쪽만 보더라고요. 눈물도 많고 참 착한 아이였죠. 그렇게 ‘온실 속의 화초’였던 탓이었을까요...”

손정민씨가 실종된 지난달 25일을 손씨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오전 5시 30분쯤, 다급한 아내의 목소리에 일어난 그는 처음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집 바로 앞이 한강공원이니, 이 근방 어디 있겠거니' 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3일째가 되자 아들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손현씨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한강공원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아들 친구들에게 부탁해 대학 커뮤니티에 아들을 찾는 글을 올렸다.

‘만에 하나'라는 아내의 말에 손현씨는 서울 구로구 대림동을 찾았다고 한다. 대림파출소를 방문해 경찰들에게 애원하고, 불법 구인 사이트도 샅샅이 살폈다고 했다. “아들을 찾으러 다닌 지 3일째 새벽쯤 됐을까요. 밖에 비가 내리는데 한강 수풀 속에 쓰러져 있는 정민이 모습이 떠오르는 겁니다. 이렇게 비가 휘몰아치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게 분명한데. 내가 지금 자고 있어도 되나, 내가 진짜 아빠면 가서 당장 가서 수풀들을 다 베어버려야 하는데...”

손현씨는 부검을 마친 아들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했다. 장례 절차에서 입관 때 곱게 화장을 한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장의사가 그러지 않는 게 좋겠다며 보내준 아들의 사진은 차마 마주하기 어려웠다. “아들이 왜 강에 빠졌는지 알고 싶어서 부검을 했습니다. 부검 후 처참하게 돌아온 아들의 사진 앞에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민이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파헤칠 겁니다.”

아들의 빈소에서도 손현씨는 찾아오는 기자들을 꾸준히 만났다. 때론 조문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내 아들이 죽은 이유를 알기 전까지 나는 죽지 않습니다.” 빈소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이들에게, 손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야 CCTV를 늘리든 누군가 처벌을 받든 대책이 나오죠. 정민이 죽음이 일말의 가치라도 있기를 바랍니다. 그냥 이렇게 넘어가면 소위 말하는 X죽음밖에 더 됩니까.”

아들을 떠나보낸 후에도 손씨는 여전히 분주하다. 시간을 쪼개 기자들을 만나고, 변호사와 대응을 구상하고 있다.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씨는 “사건이 이대로 묻힐까봐, 정말 끝까지 의혹을 못 밝혀내고 흐지부지될까봐 불안하니 힘든 줄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그에게 아들의 죽음은 여전히 의혹투성이다. 실종됐던 25일 오전 3시30분 이후 한강에서 정민씨를 봤다는 증인이 없다. 정민씨가 친구 A씨와 찍은 마지막 영상에서 “골든 건은 니가 잘못한거야”, “그건 맞지”라는 대화가 나오는데, 골든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도 손씨는 궁금하다고 했다. 손씨는 “아들이 혼자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99% 확신한다”고 했다.

이 사건은 단순 실종 사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손씨의 아들을 찾으려는 애절한 노력이 사회적 관심을 쏠리게 만들었다. 중앙대 의과대학 본과 1학년인 아들이 실종된 것은 지난 25일. 사흘이 지난 28일 새벽 손씨는 아들의 실명, 사진 20여장과 함께 ‘아들을 찾습니다’란 장문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실종 사건 개요와 아들이 고교 재학 시절 장학퀴즈 왕중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 등을 적었다. 이후 소셜미디어와 언론 기사 등을 통해 사연이 널리 퍼졌다.

정민씨 사망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국민청원은 등록된지 사흘만인 7일 오후 9시 현재 37만5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정민씨의 시신을 찾은 차종욱(54) 구조사도 손씨의 사연을 접하고 자원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자원봉사단으로 구성된 A씨 휴대폰 수색팀은 8~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정민씨 실종 지점에서 반경 1km 안 한강변을 수색할 계획이다. 수색팀장 ‘아톰’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낫으로 풀을 베어가며 이 잡듯 한강변을 살필 것”이라고 했다.

“한 번은 시민 한 분이 위로를 전하며 5만원을 쥐어주셨습니다. 그 분만이 아니에요. 대전, 광주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아들을 찾는 제 소식을 듣고 올라오셔서 위로를 전하셨습니다. 힘내라며 빈소로 3만~5만원씩 부쳐주신 분들도 무수히 많죠. ‘어떻게 이런 분들이 다 있나, 우리 국민들이 참 선하시구나’ 싶었습니다.” 손씨는 부탁한 적이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나서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곤 그 공을 아들에게 돌렸다. “빈소에 정민이 후배가 와서는, 자신이 조용한 성격이라 적응을 잘 못하고 있었는데 정민이가 먼저 말을 붙여줘 큰 힘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시민들께서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도 결국 정민이가 착하게 살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손씨는 지난해 직장에서 근속 25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 대가로 받은 15일간의 휴가는 아들을 떠나보내는데 모두 쓰였다. “코로나로 작년에 미처 휴가를 쓰지 못해서 내년에라도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었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손씨는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알아보니 이런 사건은 공소시효가 15년이라고 하더군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까 매일 두렵지만, 저희에겐 시간이 많아요.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 때까지 수사에 재수사를 요청할 겁니다.” 손씨는 시민들에게도 “제가 억지로 기억해달라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냥 정민이를 더 오래 기억해주시길, 잊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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