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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따른 차별이 공정? 공감 안 돼요” 연대의 MZ가 온다

  • 작성자: Crocod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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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840
  • 2021.07.25
능력 따른 차별은 정당하다는 ‘공정’에 이의 제기
“정규직 준비할 여유도 없는 청년 목소리는 묻혀
건보공단 직고용 반대, 우리를 대표하지 못한다”
7명이 낸 공동선언문에 600명 넘게 연서명 참여

양아무개(27)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집에서 대학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지원받을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 기업 노동조합에서 계약직 상근자로 일하고 있다. 양씨에게 정규직이 되기 위한 시험 준비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엠제트(MZ·1980~2000년생) 세대가 능력주의를 중시하는 탓에 공정 이슈에 민감해 지난해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나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직접고용 요구에 분노한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엠제트 세대 얘기를 들으면 저는 그 나이 또래이면서도 배제됐다는 느낌을 받아요. 대학교를 거쳐서 정규직이 되려고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 목소리가 항상 중심이잖아요. 저는 하나도 공감이 가지 않았어요.”

공정을 중시하면서 능력에 따라 ‘정당한 차별’을 요구하는 엠제트 세대가 등장했다는 기성 언론의 프레임 외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싸움에 동의하며 연서명 등으로 연대의 목소리를 내는 또 다른 엠제트 세대 청년 노동자들이 등장했다.

한국지엠과 현대차 하청업체 등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 7명은 이달 초부터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3차 파업을 하고 있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공동 선언문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고객과의 최접점에 있는 건강보험 고객센터를 비정규직으로 외주화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하나만으로 고객센터 파업의 정당성은 차고 넘친다”며 “그런데 일부에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반대하면서 ‘청년들의 박탈감’을 핑계 삼으며 ‘공정성 훼손’, ‘로또 취업’, ‘사기업 정규직’ 등의 말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이들에게 묻는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의 공정한 조건, 소위 말하는 ‘기회의 평등’이 단 한 차례라도 존재했던 적이 있었는가”라며 “절대다수의 청년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규직 같은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성패가 불분명한 기약 없는 수험생활을 몇 년씩 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다. 그런 청년 노동자들에게 ‘너희는 경쟁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니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회적 폭력”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공동 선언문에는 이후 지난 21일까지 모두 629명의 청년 노동자가 연서명했다. 양씨도 이 가운데 한 명이다. 연서명자에는 개인 명의의 청년들부터 인천공항 노동자, 우체국 노동자, 건설 노동자 등 다양한 직종의 청년 노동자들이 포함됐다. 지난해까지 카페에서 일하다 현재 실업급여를 받고 있어 개인 자격으로 연서명에 참여한 양동민(26)씨는 “전교 1등이 있으면 100등도 있고 300등도 있는 건데 1등과 2등, 3등이 되지 못한 수많은 탈락자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벌 받는 것 같은 삶이 됐다”며 “우리 인생이 벌 받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공동 선언문을 낸 7명 가운데 한 명인 한국지엠 하청업체 노동자 김태훈(30)씨는 “공정성 담론에서 언급하는 청년의 목소리가 현실에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과 파견직을 전전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절대다수라고 본다. 취업 전선의 경쟁에 뛰어드는 것조차 포기한 이런 청년들은 사실 (사회에) 목소리조차 아예 못 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7명 가운데 또 다른 한 명인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분회장은 “공정 담론에 영향을 받은 청년 노동자들은 본인 스스로가 불안정한 노동과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체념하고 부러우면 시험 쳐서 정규직이 되어야 하고 아니면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를 받아들이게 된다”며 “제가 속한 노조의 미래를 고객센터 파업에서 보고 있다. 대항하는 담론으로 맞서야 다른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평론가 박권일씨는 이에 대해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공정성을 중시하고 능력주의적인 것은 맞지만 특별히 청년세대가 더 그렇다는 인식이 잘못됐음이 최근 대부분의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청년세대는 내부 격차가 굉장히 크고 다른 세대들보다도 계급 격차가 더 커서 내부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오히려 능력주의에 피로감과 환멸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년세대가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이번 선언문은 어떻게 보면 다른 집단보다 강한 연대의식과 이타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런 것들도 진짜 청년세대 일부의 목소리인 셈이다. 고학력 청년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분절된 청년들의 목소리들이 계속 대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28/000255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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