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K-팝 올림픽'이 돼가고 있다. 각종 경기장이나 행사에서 K-팝 아이돌 그룹의 다양한 노래들이 효과음이나 배경음악(BGM)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남녀 혼성전 첫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의 김제덕(경북일고)과 안산(광주여대) 선수가 방글라데시를 완파하고 8강에 진출했을 때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25일 플라이급 여자 복싱 우간다의 캐서린 난지리와 일본 쓰키미 나미키가 경기할 때도 BTS의 <버터(Butter)>가 도쿄 료고쿠 국기관 경기장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세계 랭킹 4위의 터키가 디펜딩 챔피온인 중국(세계 랭킹 3위)을 3:0으로 완파하며 이변을 일으킨 25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는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와 '빅뱅'의 <뱅 뱅 뱅(Bang Bang Bang)>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우리 여자 배구가 브라질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패한 경기에서도 '오마이걸' <던 던 댄스(Dun Dun Dance)>의 경괘한 리듬이 흘러나왔다.
또한 25일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강채영(25), 장민희(22), 안산(20) 선수가 러시아를 제치고 우승해 올림픽 9연패의 대업을 달성했을 때는 '블랙핑크'의 <붐바야>가 나왔다. 이들이 이탈리아와 경기를 할 때도 '위너'의 <리얼리, 리얼리(Really Really)>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대표팀 주장 강채영(25)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실은 BTS 노래를 부탁했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는지 블랙핑크 노래가 나왔다. 지금도 아쉽다"며 "30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에는 다이너마이트를 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남자 기계체조의 신재환(제천시청)이 도마 1위로 결선에 진출한 24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도 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브라질과 튀니지의 남자 배구 경기장에서는 '세븐틴'의 <베리 나이스(Very Nice)>가, 미국 방송 캐스터가 미국의 여자 체조팀에 대해 말할 때도 '잇지'의 <돈트 기브 어 왓(Don't Give A What)>이, 지역 예선에서 전원 탈락으로 한 명도 출전하지 못한 오명을 남긴 남자 복싱 료고쿠 국기관 경기장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TXT(TOMORROW X TOGETHER)'의 <매직(Magic)>이 나왔다.
이처럼 올림픽 개막 이후 첫 주에만 13여 곡의 K-팝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까지 합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각종 경기장에서 나오는 K-팝 현황을 전세계 K-팝 팬들이 실시간으로 파악해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 실어 나르는 것도 매우 중요한 흐름이다. 이들은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누가 더 많은 K-팝 사용 현장을 찾아내는지 경쟁하는 듯한 경향마저 보인다.
올림픽과 연관된 K-팝에 대한 높은 관심은 23일 개막식 중계 직후에도 확인됐다. 개막식 중계에서 우리 선수단이 입장할 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의 하나로 BTS 사진이 등장하자, 전세계 아미(BTS 팬클럽)들은 "BTS가 남대문, 이순신 장군과 함께 한국의 3대 아이콘으로 선정됐다"며 이 소식을 SNS에 연쇄적으로 올렸다. 이와 관련 인도 언론사 '인디아닷컴(india.com)'과 '힌두스탄 타임스(Hindustan Times)' 등은 "아미들은 BTS가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의 국가적 아이콘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매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BTS 덕분에 적어도 아미라면 이순신 장군과 남대문에 대해서도 알게되는 '부수적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지난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미국의 CNN은 "K-팝 스타들이 올림픽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제목이 "올림픽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K-팝 스타들"로 바뀌어야 할듯하다.
http://m.newspim.com/news/view/202107260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