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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 선언한 녹색병원 원장에게 ‘공정’이란

  • 작성자: Petri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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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895
  • 2021.07.27
“별일 아닌데, 그냥 요양보호사들 정규직화 한 건데, 여러 명에게서 전화 받았어요. 심지어 정부 기관 사람한테도 연락이 왔어요. 반대가 심하지 않았냐, 갈등은 없냐 등등.”

녹색병원은 이달 1일 그동안 파견 형태로 고용하고 있던 요양보호사 15명을 전부 직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랬더니 병원장에게 전화가 쇄도했다. 모두 병원 내 갈등을 우려하는 전화였다고 임 병원장은 말했다.

15일 녹색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임 병원장은 “그냥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곳곳에서 우려하는 전화가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병원장실

폭염으로 푹푹 찌는 이날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녹색병원을 찾았다. 임상혁 병원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사가정역 오래된 주택단지 사이에 위치한 녹색병원은 조금 특별한 민간병원이다.

사회적으로 직업병 문제가 대두되던 80년대 후반, 노동계와 학생들이 나서서 ‘원진레이온 공장에서 일하던 수많은 노동자가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이 운동 덕분에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 보상금으로 세워진 병원이 이곳 녹색병원이다. 태생부터 남달랐던 녹색병원은 직업병에 시달리거나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치료에 헌신적이고 전문적인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동운동가들이 목숨을 건 단식농성 후에 찾는 병원이 녹색병원인 이유다.

병원 구조를 봐도 이런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병원은 지하 2층부터 7층까지 있는데, 지하 2층의 가장 낮은 곳에는 병원 원장실이 있고, 가장 전망 좋은 7층에는 재활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120여 평 규모의 재활치료센터가 있다. 보통 가장 꼭대기 층에 VIP를 위한 공간 또는 병원 원장실을 놓는 다른 병원과 다른 지점이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이날 그를 찾아간 이유는 최근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취지를 듣기 위해서다.

앞서 녹색병원은 이달 1일 61병동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15명을 직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또 앞으로도 외주 비정규직인 환경미화 노동자와 식당 노동자들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항상 적자 늪에 빠져 있던 녹색병원이 최근 흑자로 전환되고, 경영사정이 조금 좋아졌다고는 하나, 병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전환은 정규직 전환 계획을 가지고 있던 병원장의 의지와 의료기관 내 정규직화를 지속해서 요구해온 보건의료노조의 정책이 맞닿아 성사됐다”고 밝혔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공공병원도 아니 민간병원에서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공공병원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재정 부담을 느낀 경영진과 기존 정규직의 반대로 상당한 갈등이 발생한 바 있고, 이런 갈등이 극에 달한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로 공공기관장들조차 ‘직고용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녹색병원의 선언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회가 지향해 온 방향과 원칙을 다시금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거창한 설명 대신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재정? 아무래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재정 부담이) 좀 더 올라가고, 매년 인상될 테니 부담이 없진 않죠. 근데, 그거 때문에 안 하면 안 되죠. 그거 부담된다고. (녹색병원 경영 사정이 어려웠던) 옛날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다만, 재정이 좀 안정되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 노동의 양극화, 차별 너무 심하잖아요. 그걸 어떻게든 해소해야 해요. 그건 결국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고. 그게 사회에 대한 공헌입니다. 우리가 진작 그걸 못한 게 미안했죠.”

귀천(貴賤)은 없다

그는 병원 노동자 각자의 업무에 귀하고 천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요양보호사들의 업무를 다른 병원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일은 중요하고, 어떤 일은 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각각의 역할이 나누어져 있을 뿐”이라며 “각자의 전문적인 역할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병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그러면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처우개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기 위해 일각에서 제시하는 ‘공정성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한마디 했다. “같이 사는 게 공정하게 사는 거죠.”

끝으로 그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노동자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좀 더 나은 세상 만들어지지 않아요. 노동자들이 손을 내밀고 서로 보듬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http://www.vop.co.kr/A000015844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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