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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사고 난 자리, 미안하다 말하는 어른들도 있다

  • 작성자: 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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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643
  • 2021.10.15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일어난 장소를 취재하며 많은 어른들을 만났다. 그들은 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사고 이후 자기 집과 가게 앞에 생긴 횡단보도,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 인도 펜스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들 때문에 다니기가 아~주 불편해졌어요.” “여기 원래 잠깐 차도 대고 유턴도 하고 그랬던 데예요. 그래야 손님들이 자유롭게 다니면서 우리도 장사를 할 수 있지요. 왜 남의 장사를 방해하는지….”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점 주변의 어른들은 더 화가 나 있었다. “(새로 도색한 스쿨존 노면을 가리키며) 바닥 시뻘겋게 칠해놓고… 아주 보기 싫고 재수 없어 죽겠어.” “아니, 애 하나 죽었다고 이렇게 어른들을 불편하게 해?” 어떤 어른은 보행로가 따로 없던 초등학교 앞에 임시로 설치해놓은 플라스틱 시선 유도봉 6개의 목을 날카로운 도구로 모두 잘라냈다. 어느 주민협의회는 ‘관내 어린이집 앞 도로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에서 어린이집들을 모두 몰아내자고 논의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소수였지만, 어린이에게 미안해하는 어른도 있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아이들 안전과 생명보다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전북 전주시 최용호).” “당연히 어른이 먼저 조심해야죠. 애들은 우리가 해놓은 거 위에서 노는 거죠(인천시 남동구 김은희).” 아이들 안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자원을 내놓는 어른도 만났다. 성난 어른들의 목소리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길 위에 선 아이들에게 내미는 따스한 손들이 전국 구석구석에 숨어 있었다.

■ 월세 수익 포기하고 등굣길 보행로 만들어준 과일 가게 사장님

지난 7월8일 아침,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도로에서 초등학생들이 차들 사이를 삐뚤삐뚤 지나갔다.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가 혼재된 이 지역은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잦은 곳이다. 학교 바로 앞 횡단보도에서 2019년에만 중상 사고 두 건이 발생했다.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학교로 이어지는 길에서도 2010년 이후 10여 건의 중·경상 사고가 났다. 7월8일 아침에도 어린이들은 도로 옆 주차된 차들 사이를 오가며 인도 없는 이면도로를 걸어 등교하고 있었다.


책가방을 멘 아이들 일부가 묘한 곳으로 총총 모여들었다. 한 단층 상가 건물의 중앙 통로였다. 과일 가게와 생선 가게 사이 조그맣게 뚫린 통로에 ‘○○초등학교 가는 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이들은 그 길 덕분에 사고 다발 지점 여러 곳을 피해 학교에 갈 수 있었다. 학교나 지자체에서 마련한 길일까.

보행로를 만든 사람은 ‘과일 가게 아저씨’ 박주현씨였다. 그 묘한 건물의 건물주이기도 하다. 박씨는 이 건물을 지을 때 동네 아이들 보행로를 설계에 집어넣었다. “원래 주차장 자리였는데, 학교 가는 지름길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이쪽으로 엄청 많이 다니더라고요. 상가를 지어 막아버리면 돌아서 가느라 더 위험해질 것 같았어요. 고민하다가 건물을 분할하고 중앙에 애들 길을 만들어주기로 했어요.”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은 건 아니다. 스무 평 남짓한 상가 공간의 기회비용이 적지 않았다. 임대를 놓아도 월 100만원, 1년 기준으로는 1200만원 이상이다. 잠깐 고민하다가, 박씨는 동네 아이들이 안전해지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아이들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아이들 사고 하나라도 덜 나고 조금이라도 덜 다치면 좋죠.”

......


그리고 아이들은 이렇게 요구했다. “횡단보도에서는 사람이 먼저니까 우리가 건널 때 빨리 달리지 말아주세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신호와 속도를 위반하지 말아주세요” “불법주차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고 있어요. 불법주차를 그만해주세요” “우리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는 제발 지나가지 말아주세요” “우리의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말고, 진짜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힘이 되고 도움을 줄 테니 어른들도 많은 노력을 해주세요. 우리도 노력하겠습니다”(2020년 창원시 ‘그린로드’ 학생 활동지에서 발췌). 이제 어른들이 답할 차례다.

http://naver.me/FMAYGFG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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