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v.daum.net/v/20220429112528437
“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개혁할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안보리가 아닌 전체로서의 유엔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와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찾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도대체 유엔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힐난에 내놓은 반응이다. 그는 ‘비록 안보리는 실패했지만 유엔 자체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가 당신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말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저항 정신에 경외감을 표시했다.
이날 구테흐스 총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나란히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키이우 방문 전에 러시아 모스크바부터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에선 ‘어떻게 피해자보다 가해자 먼저 만날 수가 있느냐’는 공분의 목소리가 일었다. 이날도 우크라이나 기자는 질문 시 푸틴을 “21세기 최악의 전범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큰 주유소 사장”이라고 부르면서 그런 형편없는 인물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모습을 연출한 구테흐스 총장을 꼬집기도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안보리와 유엔 사이에 선을 그었다. 유엔에서 강제력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기관은 안보리 한 곳뿐이다. 그런데 안보리에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5대 상임이사국이 있고 이들 중 어느 한 나라만 반대해도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이른바 ‘거부권’(Veto Power)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미국·영국 등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안보리 결정을 추진했으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혀 불발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구테흐스 총장은 “안보리는 이번 전쟁을 예방하거나 종식시키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이어 “이 실패는 거대한 실망과 좌절, 분노의 원천이 됐다”는 말로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들한테 사과했다. 하지만 “그래서 안보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구테흐스 총장은 “나는 안보리를 개혁할 힘이 없다”고 무기력한 태도를 취했다.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총장도 어쩌지 못하는 ‘성역’에 해당함을 하소연한 것이다.
대신 구테흐스 총장은 안보리를 제외한 다른 유엔 기관와 소속 직원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살인성인하는 모습을 장시간에 걸쳐 소개했다. 본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키이우에 온 것 역시 우크라이나 국민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뭐가 가장 필요한지, 당장 유엔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살피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