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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고위급 관계자가 원숭이두창 확산이 유럽에서 열린 두 차례 대규모 파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WHO는 최근 원숭이두창이 유럽과 미주 등으로 확산 추세인 점에 대해서는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데이비드 헤이만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숭이두창이 감염자의 병변에 밀접 접촉했을 때 퍼지는 걸로 알고 있다”며 “성적 접촉이 전이를 증폭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숭이두창의 감염 확산은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개최된 두 차례의 대규모 파티에서 비롯됐다는 게 현재 유력한 가설이라고 했다. 당시 파티에서 이뤄진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 간 성관계로 퍼졌다는 것이다. 원숭이두창은 이전에는 아프리카 밖으로 널리 퍼진 적이 없다.
헤이만 교수는 “감염된 사람이 생식기나 손 등에 병변을 일으킨 뒤 성적 접촉 등 물리적으로 밀접 접촉이 있을 때 퍼뜨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 행사가 열려서 미국과 유럽 국가로 퍼지는 씨앗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고 백신이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마드리드 고위 보건 담당자는 이날 지금까지 원숭이두창 감염이 30건 이상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최근 카나리아제도에서 약 8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게이 퍼레이드와 마드리드 사우나 사례 간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영국에서도 원숭이두창 감염이 37건 추가 확인되면서 57건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원숭이두창 확산을 초래한 원인이 성관계 자체인지 아니면 성관계와 관련된 밀접 접촉 때문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피리얼칼리지 런던의 바이러스학자인 마이크 스키너는 성행위는 본질적으로 친밀한 접촉을 수반하기 때문에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전염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WHO는 원숭이두창이 성행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병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 사이에서 원숭이두창이 발병한 사례를 들어 이를 ‘동성애 질병’이라고 지목하는 시각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