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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청소용 세면대엔 온수 수도꼭지가 없다

  • 작성자: Petri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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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036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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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3일 새벽 5시. 서울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 권아무개씨는 학교에 도착해 작업복으로 갈아입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이 학교 중앙도서관 6층 청소를 전담하고 있는 그의 일과는 화장실 청소로 시작됐다.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빨리 청소를 끝내기 위해서였다. “청소하는 동안 학생들이 화장실 이용을 못 하잖아요.”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닥과 변기 물청소를 하는 그의 움직임이 바빠보였다. 락스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6층 화장실 한켠 청소도구함 안에 청소용 세면대가 있었다. 그런데 세면대 온수 쪽 수도꼭지 손잡이가 없었다. 중앙도서관에 있는 12개의 청소용 세면대 모두 하나씩 수도꼭지가 빠져있었다. 권씨의 말에 따르면, 3년 전 대학 측이 청소도구함 내 세면대 온수수도꼭지의 손잡이를 모두 수거해갔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일반 세면대엔 여전히 온수가 나오지만, 그는 “어떻게 학생들 손 씻는 데서 손걸레를 빨 수 있냐”며 되레 기자에게 핀잔을 줬다. 계속 되는 기자의 질문에 무심한 투로 대답을 하며 그는 찬물을 틀어 걸레를 빨기 시작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손이 시려오는 것은 막을 수 없을 터. 키 160cm도 안 되는 그는 까치발을 들어 차가운 걸레로 거울 끝까지 닦아냈다.

오전 6시30분이 되자 학생들이 하나둘 두꺼운 외투에 가방을 메고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권씨의 손발이 더욱 빨라졌다. 본격적인 학교의 일상이 시작되는 9시가 되기 전에 계단과 복도를 빗질하고 걸레로 닦고, 열람실과 휴게실 청소, 분리수거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조용하고 빠르게 해야해요. 내 자식 같은 우리 학생들 공부에 방해되면 안되니까.”

학교 측, 청소용 온수 수도꼭지 막아

1월16일 연세대학에서 일하는 청소·경비·주차 노동자 100여 명이 본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인원감축과 아르바이트 대체 등 학교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대학과 용역업체 측이 지난해 말 정년 등의 이유로 퇴직한 31명의 청소·경비 노동자 결원 자리를 충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새로 고용인원을 충원하는 대신 이 자리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했다. 대부분의 대학 청소노동자 고용형태는 간접고용으로, 외부 용역업체를 고용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권씨가 6년 전 처음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월급은 90만원이었다. 그후 조금씩 오른 최저임금 덕분에 지금은 140만원을 받는다. 시급은 올랐지만, 처우는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는게 이들 용역 노동자들의 말이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노동자에게 돌려 일자리 자체는 줄어들었다.



....


식사를 위한 쉬는 시간 한두 시간을 제외하곤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는 ‘학생들 뒷바라지’를 한다는 자부심에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곤 기자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자신의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에는 2층 여자 화장실 거울 한 켠에 노조 측 성명서가 붙어있고, 그 주변에 노란색 포스트잇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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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 지지합니다”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우리 함께 살아요”

거울엔 학생들의 응원 메시지가 한 가득이었다. “어떤 학생이 볼펜이랑 포스트잇을 놓고 갔나 본데, 여기 화장실 사용하는 학생들이 하나하나 붙여 준 것이다. 볼 때마다 힘이 나 자주 이곳에 와본다.”

연세대에선 학생들이 직접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학교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55대 연세대 중앙운영위원회, 각 단과대 학생회 등 14개 학생 단체가 연대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부당한 구조조정을 규탄하고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위해서도 인력감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문과대학 동아리연합회 김연준 부회장은 “인력 감축 문제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연세대 졸업생 570명은 퇴직인원 31명을 제대로 신규 채용할 것을 주장하는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게재하기도 했다.


http://naver.me/G3KNC9q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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