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꽝’하는 소리가 나 밖으로 뛰쳐나와 보니 삽시간에 골짜기 전체가 무너져 내렸어요”
10일 오전 강원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의 ‘매더피골’ 마을에 들어서자 산사태로 떠밀려 온 토사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마을의 한 창고 건물은 폭격을 맞은 듯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파손된 채 흙더미에 매몰돼 있었고, 계곡에는 거친 물살에 쓸려 껍질이 벗겨진 고목들이 널브러져 있어 산사태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7가구 8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매더피골 마을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날 오전 3시 30분쯤이다.
김씨는 “산사태로 인해 폭 4m의 길이 있었던 골짜기 500m 구간 전체가 무너져 내리면서 아랫마을 계곡 쪽으로 밀려 내려갔다”며 “집 앞에 있던 들깨밭 1485㎡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3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이 마을은 일순간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컨테이너 농막 2동을 비롯해 창고와 차고 각 1동 등 4개 시설물 토사에 밀려 계곡으로 쓸려 내려갔고, 차량 2대도 파손됐다. ‘매더피골’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마을과 계곡으로 쏟아져 내린 토사의 양은 수천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전 5시쯤 주민들로부터 고립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횡성소방서 119 구조대와 횡성군청 공무원들은 굴착기 등을 동원해 마을 입구 쪽에 쌓여 있던 토사와 나뭇가지, 진흙뻘을 제거하고 3시간여 만에 진출입로를 확보했다.
119 구조대원들은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진흙뻘을 해치고 진입해 산릉선을 타고 매더피골 윗마을까지 들어가 고립돼 있던 주민들을 모두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일부 구조대원들은 놀란 주민들을 등에 업고 나오기도 했다.
김숙자 횡성소방서장은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일단 주민들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킨 후 정확한 시설물 파손 현황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5시 49분쯤 홍천군 북방면 북방리에서는 산사태로 주택 1채가 일부 파손되고 3명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오전 2시 24분쯤 홍천군 북방면 도사곡리에서도 산사태가 우려돼 5가구 주민 10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일 낮 12시 54분쯤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한 채와 창고를 치면서 주민 1명이 매몰돼 숨지기도 했다.
산림청은 갑자기 경사면에서 많은 양의 물이 샘솟거나 땅의 울림이 있는 등 산사태가 발생할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평소 대피로와 안전지역을 확인해두면 좋다.
http://naver.me/GwDWAC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