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08027?sid=104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꺼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발언 이후 러시아군에 대한 정찰과 정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방대한 영토와 다양한 핵무기 투발 수단을 지닌 러시아에 대한 감시에는 한계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러시아의 핵 전력 및 사용 전략에 관한 정보에 접근권을 가진 익명의 미국 관리가 “(러시아를) 더욱 밀착해서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27일 전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21일 “가능한 모든 수단”의 사용 가능성을 경고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공중, 우주,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 자산을 이용한 감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핵무기 투발 예상 지역 정찰에 상업용 위성들도 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주에는 정찰 활동 강화 차원에서 미군 전자 정찰기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낀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상공을 비행하기도 했다. 러시아 발트함대 사령부가 있는 칼리닌그라드에는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이중 용도’ 무기가 배치됐고, 극초음속 미사일도 배치돼 있다. 주변국들은 이곳에 핵탄두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군·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전략핵무기를 써 전면적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쓸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표적이나 도시, 또는 황무지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항전 의지를 꺾고 서구의 지원을 차단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전술핵탄두 1900여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구 군·정보 당국으로서는 전술핵무기는 사전 탐지가 매우 어렵다는 게 난점이다. 전략 핵무기는 전략폭격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제한적 투발 수단을 쓰기에 사전 동향 파악이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전술 핵무기는 러시아 군용기 대부분에 탑재가 가능하다. 야포, 크루즈미사일, 어뢰 등 다른 다양한 투발 수단을 쓸 수도 있어 동향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러시아가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심한 경우 이를 미리 경고할지를 두고도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전직 미국 국방부 관리 프랭클린 밀러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됐다면 신호를 보내려 할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압박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알릴 것이라는 추정이다. 하지만 예고 없이 사용할 것이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27일 텔레그렘에 올린 메시지에서 “대규모 공격 행위로 우리 나라의 존립을 위험하게 만든 우크라이나 정권에 가장 두려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상상해보자”며 또다시 핵무기 사용 위협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