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모친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그의 아들은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옷도 이쁘게 입혀주면서 키웠다. 엄마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던 분”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중형은 피하지 못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8일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A(63·여)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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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생계를 위해 타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38년간 B씨를 돌봤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씨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앓았다. A씨는 사건 발생 몇 개월 전 딸이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피고인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면서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죄는 명백하지만 38년간 의사소통도 전혀 되지 않는 딸의 대소변을 받아 가며 돌본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사건의 원인은 뇌 병변 장애가 아니다"라며 "피고인은 딸이 말기 대장암 진단을 받고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봤고, 그 고통을 없애주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고인 혼자 피해자를 돌보다가 육체·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린 상황이었다"며 "온 마음을 다해 일평생을 피해자에게 바친 피고인은 이제 스스로 만든 감옥 속에서 속죄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의 남동생인 A씨 아들이 증인으로 나와 평소 누나의 건강 상태와 어머니의 양육 방식 등을 증언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 아들은 "엄마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누나한테서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매일 깨끗하게 닦아줬다”며 “엄마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던 분이다. (그런데) 누나가 암 진단을 받고 엄마가 많이 힘들어했다 .살이 너무 빠져서 다른 사람 같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우발적인 범행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이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지금까지 고생하며 망가진 엄마의 몸을 치료해 드리고 싶다"고 울먹였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며 "나쁜 엄마가 맞다"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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