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구 동성로 인근 패스트푸드점 앞에 설치된 노란색 현수막 사진이 올라왔다.

현수막에는 "이 장소는 나라를 구하는 불타는 열정과 정의에 가득 찬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 아이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을 가장해 여러 달 째 노트북과 휴대폰 2대의 무기를 갖고 파파라치가 돼 국민신문고, 중부경찰서, 중구청에 신고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7만8000원의 뚜껑 열리는 과태료 범칙금을 내지 않으시려면 엄청난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차나 정차, 진입을 절대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신고자를 조롱하는 듯한 이 현수막은 도로교통법 위반 신고를 당한 운전자들 항의에 패스트푸드점이 입점한 건물 입주자가 단 것으로 보인다.

해당 현수막이 화제를 모으자, 현수막 문구 속 '젊은 청년 아이'가 자신이라고 밝힌 신고자 A씨가 직접 등장해 사건 전말을 공개했다.

A씨는 "유튜버 '딸배헌터'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교통 체계를 준수하지 않는 운전자들을) 신고하는 걸 보고 '나도 저런 놈들 보면 신고해야지' 했다"며 "시간 때우러 가던 패스트푸드점에서 보니 일방통행인데 죄다 역주행하길래 신고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A씨는 지난 1월 30일부터 3월 10일까지 국민신문고에 총 535건의 위반차량을 신고했다. 그는 "(신고 건수 중) 차가 98%, 오토바이가 2% 정도"라며 "위반은 오토바이가 훨씬 많이 하는데, 너무 빠르고 번호판이 작아서 신고 건수가 얼마 안 된다"고 했다.

또 A씨는 "불법주정차 신고는 30건 정도 했는데, 신고하다가 맞기도 했다"면서 "신고의 99%는 불법 역주행이다. 표지판과 바닥에 '진입 금지'라고 쓰여 있는데도 4~5시간 동안 20~30대 정도가 위반하더라"라고 실태를 알렸다.

동시에 "노트북은 게임 하는 거고, 갤럭시 S22 울트라 휴대전화로만 촬영해서 신고한다"며 "패스트푸드점 안에서 신고해서 (현수막 건 사람이) 패스트푸드점 CCTV 돌려본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A씨는 "2주 전쯤 경찰에서 연락 와서 개선사항 물어보고 여러 질문했는데, 개선사항이 뭐가 있겠냐. 저기에 CCTV 달아놨으면 됐을 텐데"라며 "불법 저지른 사람은 당당하고 뻔뻔한데 그걸 신고한 나는 나쁜 놈이 돼 있었다. 이제 더는 신고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소봄이 기자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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