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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은 간을 망치게 하는 주범이다.
지나치게 마시면 거의 100% 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한다.
심하면(음주자의 10∼35% 정도)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의 섬유화로 발전하고, 결국 음주자의 10∼20%는
알코올성 간경화증 환자로 전락해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알코올이 갉아먹는 것은 비단 간과 같은 소화기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뇌도 축나게 해 노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병인
‘치매’를 부를 수도 있다.
술은 조금 마시면 처음에는 중추 및 말초신경을 흥분시켜
위산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돋워 줘 소화를 돕는다.
또 도파민이라는 뇌 내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자극해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
그러나 술을 과음하거나 장기간 남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뇌세포를 파괴해 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과음을 반복하는 이들이 종종 하는 얘기가 있다.
취중에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할 수 없다고 한다.
의학용어로 ‘블랙아웃’이라 불리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다.
이는 알코올이 뇌에 손상을 주고 있으니 제발 술을 자제해 달라는 신호다.
뇌에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한 줄로 펼쳐 놓으면 무려 4만5000㎞다.
세포마다 정보가 담겨 있는데 술을 많이 마시면
신경세포의 정보 전달 시스템에 오작동이 생긴다.
그 결과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같은 블랙아웃이 반복되면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가 찌그러지면서 뇌 중앙의 빈 공간이 넓어지는 등
뇌 구조에 위축 현상이 일어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알코올성 치매 단계로 넘어간다.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 자체의 신경 독성 효과와
알코올 과다 소비에 따른 뇌의 영양실조로 발병된다.
노인성 치매와 비슷하게 심한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는데
바로 전날 한 일에 대한 기억이 없을 만큼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알코올성 치매로 인한 기억장애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보통 2∼3일 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심하면 하루 전에 있었던 일도 답을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
단기 기억장애가 자주 발생하거나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일반적인 노인성 치매가 언어 장애나
기억력 감퇴로부터 시작되는 것과 달리
알코올성 치매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흔히 충동적이며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인 경향을 보인다.
뇌의 대뇌피질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 등으로 나뉜다.
그런데 알코올로 손상을 입는 피질이 바로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옳고 그름을 가리고 추상적인 사고를 수행해내는
피질로 인간의 성격, 감정, 행동, 계획 등을 조정한다.
술만 먹으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들, 즉 ‘주폭’도
전두엽이 손상된 알코올성 치매환자군에 포함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알코올클리닉 하라연 과장은
“잦은 음주를 하면서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감퇴한 경우
반드시 의학적 평가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설사 알코올성 치매로 진행됐다 하더라도 금주와 함께
조기에 의학적인 평가와 치료를 병행하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