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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미루고 나태해지는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김창완 인터뷰.txt

  • 작성자: 스트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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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4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게 정설이지요. 20대에는 시속 20킬로, 30대는 30킬로, 60대에는 60킬로로 간다고요.

“난 아니에요. 어릴 때 시간이 훨씬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 다들 그렇게(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 합의를 보신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백수 시절에 방에서 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때가 생각나요. 캄캄한 방에서 그림자를 계속 보고 있으면 벽지 무늬에 해가 ‘사악~’ 가는 게 보여요. 그렇게 무료하고 할 일 없는 백수의 시간이 길다고 할 수 있을까? 안 길어요. 요즘 사람들 100만분의 1초씩 사는 것 같아도, 원두막에서 오후 내내 참회 하나 깎아 먹은 할아범보다도 더 시간을 물같이 흘리는지도 몰라요.”



김창완은 지난 43년간 다방면에서 쉼표 없는 멀티플레이어로 달려왔다. 펴낸 음반 20개, 드라마 70여 편, 영화 20편, 등장한 CF 40여 편, 출간한 책 10권…. 그의 성실성이 도드라진 영역은 라디오다. 1978년 TBC 〈7시의 데이트〉로 DJ를 시작한 후 KBS 〈11시 팝스〉, MBC 〈김창완의 추억의 팝송〉, KBS 〈김창완의 라디오를 켜라〉, MBC 〈김창완의 골든디스크〉를 진행했고,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10년째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의 20여 년 장수 매니저이자 소속사 대표인 지주현 실장은 김창완의 현재에 대해 ‘제9의 전성기’라는 표현을 썼다. 전성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는, 우스개 표현이다.


그 많은 활동을 소화하면서도 여유로워 보여요. 시간 관리 룰이 있나요?

“특별히 없어요. 다만 뭐든 그 자리에서 바로 해요. 즉결하고, 즉시 행해요. 미루기를 안 합니다.”



천성인가요?

“아니에요. 습관을 그렇게 만들었어요. 그게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있는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삶을 활기차게 하죠. 미룬다는 건 여기(가슴)에 담아둔다는 거잖아요. 담아두는 건 다 짐이에요. 행복도 지금 행복하면 되고, 슬픔도 지금 슬퍼하면 돼요. 새들은 주머니가 없어요. 인간이 그토록 희구하는 새의 자유로운 삶은 거기에서 나와요. 자유롭고 싶으면 주머니가 없어야 해요. 담아두는 게 없어야 해요.”


누군가가 미우면요? 담아두지 않고 티를 냅니까?

“미워할 수밖에 더 있어요. 내가 무슨 재주가 있겠어요. 티를 낼 수밖에요. 우리 세 식구 카톡에서 나와버린 게 수십 번이에요. 한마디만 빈정 상하면 바로 탈퇴해요.(웃음)”



가수, 연기자, DJ, 작가 등 활동 영역이 넓지요. 언제가 가장 나다운가요?

“어우, 술 마실 때죠.”


그럼 두 번째는요?

“2차 갈 때?(웃음) 그런데 어떤 날은 따분한 수십 년의, 혹은 지난봄의, 혹은 지난여름의 어느 한날 같은 오늘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날은 내 생애 첫날같이 ‘번쩍’ 하고 열리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은 느닷없이 오나요?

“그렇죠. 언제 올지 알 수 없죠. 그건 추억과는 너무나 다른 희열이에요. 그런데요, 나 지금 쫄아 있잖아요. ‘그런 경이로운 순간이 언제였어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하나, 싶어서. 그런데 딱 생각났어요. 작년이었어요. 자전거 타고 집에 가는데, 집에 가면 집인데, 그냥 가기 싫은 거라. 아라뱃길로 그대로 갔어요.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려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요. 그때 거기서 바라보던 마포대교 밑 한강. 캬! 참 좋았어요. 지금도 참 좋아요. 햇살이 좍 비치고, 살랑거리는 바람에 연두가 흔들리고.”


대화를 나눌수록 스스로에게 엄격한 모습도 보입니다.

“엄격하죠. 무지하게 엄격해요. 아까 시간 이야기도 나왔잖아요. 저는요, 똑!딱!똑!딱! 이 위에서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일상에서만 왔다 갔다 하죠. 어느 단편영화가 생각나요. 오늘은 해가 두 개 뜨고, 내일은 해가 반개만 떴다가, 모레는 별이 무수하게 뜨고, 그다음 날에는 달이 없는 그런 세상이 배경이에요.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겠어요. 심심하고 단조로운 일상이야말로 오늘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캔버스예요. 일상이 롤러코스터처럼 다이내믹하다면 뭐를 할 수 있겠어요? 아무것도 못하죠. 극히 단조로운 일상을 만들어놓는 것이야말로 내가 술맛을 즐기고, 어떤 꿈을 꾸고, 멋진 상상을 할 수 있는 기틀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가 무지하게 다이내믹한 일상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이제까지 국내외로 무수한 공연을 다녔지만, 저는 아무 데도 안 가요. 여행도 안 다녀요.”


쉼 없는 전성기의 비결은 뭔가요?

“그러게요. 그게 뭘까?”


질문을 바꿔볼까요. 다방면에서 사람들이 왜 선생을 계속 찾을까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있는 데 가서 있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찾은 게 아니라, 제가 사람들을 찾아다닌 거예요. 농담 같지만 진짜예요. 저를 누가 찾아요. 눈에 띄는 데 있었던 거죠.”


쉬고 싶다는 생각은요.

“그런 사치스러운 생각은 못 했어요. 그래서 ‘늘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제가 무슨 쓰임이 있어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늘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해왔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면서 살아왔을 뿐이에요. 우리 아들도 그렇게 말해요. ‘아버지는 어떤 이미지야?’ 물었더니 ‘성실하세요’ 한마디로 말해요. 여유가 체질적으로 안 맞아요. 워낙 빡빡한 삶에 익숙해서인지.”


사기 캐릭터 같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남들은 어떻게 살길래? 그런데 왜 다들 나보다 바쁜 척할까?”


선생은 왜 바쁜 티가 안 날까요? 많은 일을 소화하려면 조급해져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힘든 게 일반적인데요.

“사람들은 분열적이라 그래요. 자기가 에고와 딱 밀착이 안 돼 있어서 그래요. 지금의 내가 실존적으로 나를 만나고 있으면 바쁘지 않아요. 내가 누구이고, 누구의 누구이고 이런 식으로 나를 거쳐서 다가가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내가 나인 거예요. ‘시간’이라는 내 노래가 있어요. 나중에 한번 들어보세요.”

“이런 햇살에서는 술 한잔을 했어야 하는데” 내내 아쉬워하던 김창완은, 다음 스케줄에 맞춰 뭉그적거리며 자리를 떴다. 연트럴파크에서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도 그의 폭넓은 인기를 실감했다. 지나가던 20대들이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그를 보고 좋아했다. 

그가 들어보라던 ‘시간’의 노랫말은 이렇다.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언젠가 풀려버릴 태엽이지/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찬란한 한순간의 별빛이지…” 

김창완의 지난 43년은 찬란한 한순간 한순간의 합이다. 지금, 여기, 내 자신에게 집중한 삶은 그를 그 ‘우아한 성실주의자’로 만들었다. 과거와 미래로 분열되지 않고 오롯이 ‘여기’에 존재하는 주체는 충만하다. 그래서 그는 아무리 바빠도 분주하지 않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무한 확장하면서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2019년 인터뷰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Amp.html?idxno=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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