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평전’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한 이마트 측은 즉각 사과하라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 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 전태일의 일기 中
지난 1월 16일 민주당 노웅래, 장하나 의원은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이마트가 광범위한 직원 사찰과 초법적인 탄압을 진행해 왔음을 드러내는 문건을 공개하였다.
이 문건에 따르면 이마트 사측은 본사 및 협력업체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해 민주노총, 한국노총 홈페이지 회원 가입 여부를 조회하여 확인된 직원들의 퇴사를 유도하거나, 민주노총에서 발간하는 ‘노동자 권리 찾기 안내수첩’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담고 있는 이 수첩을 불법 유인물로 규정하여 발견 즉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고, 취업 카페에 올린 글을 일일이 모니터링 하며 회사에 불리한 글을 올린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심지어는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의 주변 지인들까지 사찰 하는 등 마치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온갖 종류의 방법을 동원하여 이마트에 노동조합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사례들 중 특히 눈에 띈 것은 한 협력업체 사물함에서 ‘전태일 평전’이 발견되자 ‘전태일 평전’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하고 그 주인을 색출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전태일 평전은 고 조영래 변호사가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온몸으로 저항하다 먼저 간 전태일의 삶과 인간사랑의 정신을 세상에 알리고자 전태일의 일기와 주변 지인들의 증언들을 어렵게 모아 완성한 책이다. 처음 전태일 평전이 세상에 나올 당시엔 서슬퍼런 군사독재 정권의 탄압으로 제목을 바꾸고 저자마저 숨긴 채 출판되었지만 민주화를 열망하던 당시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아 수많은 사람들의 나침반이 되었고, 이후 ‘전태일 평전’이란 제 이름을 다시 찾은 이후에는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권장도서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또한 문학적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평전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기록한 대표적인 책으로 해외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전태일 평전에 대해 불온서적 운운 하는 이마트 사측의 태도는 시대착오적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가치마저 짓밟는듯 한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또한 헌법상으로도 보호하고 있는 출판, 사상의 자유마저 무시하며 법위에 군림하려 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이마트를 비롯한 삼성의 ‘무노조경영’이란 원칙을 경영철학 쯤으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마트 측은 사찰 관련 문건이 공개되자 이를 해당 직원의 과도한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공개된 문건들을 보면 단순히 개인의 과도한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보기엔 광범위한 사찰과 조직적인 대응들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전태일 재단은 신세계 이마트의 직원 사찰 의혹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바이며, ‘전태일 평전’을 불온서적이라 규정한 신세계 이마트 측 책임자의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전태일 재단은 이와 같은 요구가 관철 되고 이마트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 받을 때 까지 이마트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관련 단체들과 함께 투쟁 할 것이다.
2013년 1월 31일
재단법인 전태일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