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기분 좋게 맑게 갠 이른 봄날 아침이었다.
바람이 아직 차가워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모두가 외투 차림이었다. 바로 전날은 일요일, 그다음 날은 공휴일 -
즉,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낀 평일이었다. 어쩌면 당신은 '오늘 하루는 쉬고 싶었는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당신은 휴가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은 평상시와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고, 옷을 챙겨입고 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혼잡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사로 향한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아침이었다. 인생 가운데 구별할 수 없는 단 하루였을 뿐이다. 가
발을 쓰고 가짜 수염을 붙인 다섯 명의 젊은 남자들이 갈개로 뾰족하게 갈아둔 우산 꼬챙이로 기묘한 액체가 든 그 비닐봉지를 찌르기 전까지는.
—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中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경, 도쿄 도 내의 제도고속도교통영단(현재의 도쿄 메트로) 마루노우치 선, 히비야 선에서 각 2편성,
지요다 선에서 1편성, 총 5편성의 지하철 차내에서 화학무기로서 사용되는 신경 가스 사린이 살포되어 승객과 역무원 등 12명이 사망, 5,5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동일본 여객철도 관할역사에서도 사린이 들어와 역무원이 중독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당시 전후 최대급의 무차별 살인행위인 것뿐만 아니라, 마쓰모토 사린 사건에 이은 대도시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화학병기가 사용된 역사상 최초의 테러 사건으로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더불어 이 사건은 일본의 안전 불감증이 아직도 심각함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