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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주희가 노래방 도우미로 빠진 이유는

  • 작성자: 제우스의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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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3527
  • 2016.03.02
주희(가명·16·여)는 매일 밤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고 탬버린을 친다. 처음 보는 아저씨에게는 '23살'이라고 했다.
희생되지 않기 위해 집을 떠난 아이들은 사회에서 또 다른 생존의 문제와 마주하고 있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희생되지 않기 위해 집을 떠난 아이들은 사회에서 또 다른 생존의 문제와 마주하고 있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고작 16살인 주희는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됐을까.

주희가 처음부터 이 일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늘 술에 취해 주희를 때리던 아버지의 손에 어느 날 칼이 들려있었다. 집을 나왔다. '서빙 구함'이라고 적힌 글을 보고 한 고깃집에 들어갔다. 서빙을 구한다던 사장은 첫날 주희에게 계란찜과 된장찌개를 만들면서 서빙과 설거지까지 동시에 시키고는 느리다고 혼을 냈다.

2주를 버텼다. 사장은 석 달을 채우지 못했으니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주희는 사장이 한 말을 기억한다. "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은 넘친다"고.

사장의 말대로 일할 사람이 넘쳤다. 청년부터 중장년층, 노년층까지 일자리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세상에서 10대 청소년인 주희에게까지 올 자리는 드물었다. 힘들게 찾은 다른 아르바이트는 '부모 동의서'를 요구했다. 주희에게는 동의를 해줄 부모가 없었다.

친구 집을 떠돌거나 지하상가, 공원 벤치에서 잠을 청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밥은 하루에 한 끼를 먹거나 굶었다.

불법 노래방 도우미 일을 제안 받았을 때 주희는 "다행히 먹고 살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뭐든 해야 되는데 그렇다고 돈을 훔치긴 그랬거든요..."

탬버린을 치는 일은 매일 토해야 하고 저녁에 나가 아침에 들어오는 생활이지만 나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래도 돈은 꼬박꼬박 잘 주거든요."

현아(가명·16·여)는 파인애플을 팔았다. 식당과 주점마다 들어가서 손님들에게 파인애플을 맛보라고 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호객행위를 했다. 가게에서는 40개를 팔아오라고 했다. 하루 8시간을 일했는데 40개를 파는 날에만 10만원을 받았다. 팔지 못하면 교통비만 줬다.

택배 일을 하다 트럭에서 떨어져 크게 다쳐도 치료비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아이들은 "써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체념한 듯 말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택배 일을 하다 트럭에서 떨어져 크게 다쳐도 치료비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아이들은 "써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체념한 듯 말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택배 상하차 일을 하던 상우(가명·17)는 트럭에서 떨어지면서 어깨를 크게 다쳤다. 하지만 치료비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정식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장님들이 미성년자인데 성인이라 속이고 서류를 내요. 본사에서 성인치 월급을 주면 몇십만원 떼먹고 저희한테는 최저임금보다 낮게 주는 거예요. 불만을 제기하면 '너 아니어도 쓸 애들 많다'며 하지 말라고 하고..."

상우는 "알바 구하는 게 힘들고 다른 데 가도 어차피 똑같으니까 그냥 참고 일했다"며 "써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체념한 듯 말했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을 못 견뎌 집을 나온 찬빈(가명·17)은 '폰팔이'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휴대폰을 파는 일인 줄 알았던 찬빈은 곧 그것이 휴대폰을 '훔쳐 파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돌아서는 찬빈에게 "당장 생활이 어렵다며"라는 말이 꽂혔다.

찜질방에서 훔친 아이폰을 20만원에 팔았다. 며칠을 꼬박 일해도 벌기 힘든 돈. 찬빈은 유혹에 빠졌지만 지금은 후회한다. "제가 힘들다는 걸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거예요."

담담한 듯했던 주희도 "탬버린을 치다보면 '내가 왜 여기서 탬버린을 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엄마와 나이가 같은 다른 도우미를 보면 나도 그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게 될까봐 무서워진다"며 자신이 생각했던 삶이 아니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상우는 사회에 나오면 사람들이 상우의 상황을 안타까워해주고, 보호해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항의해줄 부모님이, 집이 없다는 사실을... 이용하더라고요. 사회가."

가정에서의 학대와 방임에서 탈출한 아이들이 맞닥뜨린 사회의 민낯.

이곳에서 많은 아이들의 홀로서기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지고 있었다.

 

 

조금 극단적인 예시들이지만, 저런 청소년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국가의 미래라고 하지만 교육이나, 가정환경 개선이 전혀 안되는 현재. 어디서부터 고쳐야되는지 참 막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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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일탕소탕님의 댓글

  • 쓰레빠  일탕소탕
  • SNS 보내기
  • 결국 가정폭력이 빚은 비극적인 현실처럼 보입니다. 근본대책은 가정폭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사와 실태파악 후 아이들이 폭력에서 벗어나는 방향이 시급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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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장수왕서방님의 댓글

  • 쓰레빠  비단장수왕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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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성세대인 우리의 잘못이 커 보입니다. 가정폭력은 정말 가중처벌 해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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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솨인님의 댓글

  • 쓰레빠  션솨인
  • SNS 보내기
  • 이래서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부모의 잘못된 인성으로 아이들을 저런 사지로 몰아내다니... 정말 막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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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뇽님의 댓글

  • 쓰레빠  엘리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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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들의 잘못을 아이들이 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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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생방님의 댓글

  • 쓰레빠  화생방
  • SNS 보내기
  • 이런 세상이 아닌 다른세상을 만들도록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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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님의 댓글

  • 쓰레빠  야놀자
  • SNS 보내기
  • 나쁜어른들이다.. 사랑받고살나인데 안타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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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타로스님의 댓글

  • 쓰레빠  엔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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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들이 문제란다....
0

시라소니님의 댓글

  • 쓰레빠  시라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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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겹다. 저런 어른들 아니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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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짱님의 댓글

  • 쓰레빠  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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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까운 일이지만 주희는 저 일을 그만두지 못할겁니다.. 탬버린 두드리면 하루 십여만원을 벌텐데.. 돈을 많이 벌면 쉽게 포기하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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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안본다님의 댓글

  • 쓰레빠  SBS안본다
  • SNS 보내기
  • 미성년자라고 이용하기는..
    자식키우는 사람으로써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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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님의 댓글

  • 쓰레빠  고증
  • SNS 보내기
  • 제발 불쌍한 청소년들의 처지를 악용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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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ryery님의 댓글

  • 쓰레빠  yeryery
  • SNS 보내기
  • 에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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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다수님의 댓글

  • 쓰레빠  쿠쿠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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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범죄 저지르는 소년범들과 비교돼서는 안될 처지의 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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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님의 댓글

  • 쓰레빠  가을하늘
  • SNS 보내기
  • 정부가 문제지.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정부, 아이를 보호하지 않는 정부, 민생을 돌보지 않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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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덕후님의 댓글

  • 쓰레빠  두부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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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 부모는 감옥에 보내고, 이 아이가 잘 자랄수 있는 환경을 정부에서 마련해야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판결이 부모가 잘못해서 양육의 문제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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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얘기님의 댓글

  • 쓰레빠  묵직한얘기
  • SNS 보내기
  •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미성년자란 이유로 악용하는 악덕거입들도 처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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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4143님의 댓글

  • 쓰레빠  jack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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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가 첫번째 잘못이고, 사회도 잘못했죠.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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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중님의 댓글

  • 쓰레빠  인중
  • SNS 보내기
  • 약자를 보호해야되는 부모와 정부가 보호를 안하니.. 아이들이 저리 희생될수 밖에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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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골라스님의 댓글

  • 쓰레빠  니골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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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살에... 술 먹고 노래방 도우미라 한번 이길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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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빠관리자님의 댓글

  • 쓰레빠  쓰레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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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해당 글은 쓰레빠 공지 기준에 근거하여, 甲오브쓰레빠에도 복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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