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의 성범죄는 어떻게 흐르고 있나. 우리 주변의 여성들과 아이들이 위험하다.
'2013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경찰에 접수된 성범죄는 22,310건으로 2009년 이후 감소되고 있는 절도, 폭력과 달리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성범죄 사건 중 14,778건이 강제추행이고 강간이 5,753건, 기타 강간 및 강제추행이 1,647건, 유사강간이 132건이다. 성범죄는 여성의 심리 및 환경적 특성상 숨김으로써 잊으려는 성향, 주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제 발생 건수는 훨씬 높다고 추정된다. 작년만해도 하루에 61건 이상의 성범죄가 발생했으니, 우리 주변이 얼마나 성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작년 말 12세 여아를 성폭행했지만 적극적 반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검찰 구형이 징역 3년에 불과한 소식이 이슈가 되었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12세의 피해자 A양이 휴대폰 채팅 앱을 통해 피의자 박 모(24세)씨 알게 되었다. 박 모씨는 채팅을 통해 친분을 쌓은 뒤, 피자를 사준다는 감언이설로 A양을 불러냈고 의정부시에 있는 으슥한 공사장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A양은 공사장이라는 폐쇄적인 환경과 박 모씨에 대한 공포심에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울면서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A양은 부모님께 혼날 것이라는 걱정에 그 사실을 숨겼려했지만 딸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부모의 추궁으로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았고 박 모씨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A양의 어머니는 정신적인 충격을 벗지 못해 음독을 시도했다가 겨우 목숨을 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요즘 12세 아이들이 많이 성숙하고 가출, 청소년 범죄가 시작되는 나이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음독을 했다는 점은 A양의 평소 행실이 극히 올바르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건을 송치받은 의정부지검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의제 강간' 혐의를 적용하여, 박 모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의제 강간이란, 13세 미만 아동의 일부 동의가 있거나 적극적인 반항이 없는 상태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경우를 말한다.) 징역 3년 또한 확정이 아닌 구형이다. 구형은 검사가 판사에게 해당 범죄에 대한 합당한 양형을 제시하는 것인데, 판결이 구형보다 높은 경우는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박 모씨의 변호사가 어떠한 변호를 하느냐에 따라 형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박 모씨가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었다고 하였지만 검찰은 이 점을 적극 반항하지 않은 의제 강간이라고 판단하여, 박 모씨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구형을 했다.
2012년 개정된 양형 기준에 따르면 폭행과 협박이 동반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 성폭행은 징역 7~10년이지만, 단순 성폭행(의제 강간)은 2~4년이다. 박 모씨는 징역 2년이 선고될 수도 있고 행여나 채팅으로 인한 자진 만남, 공사장까지의 행적을 근거로 징역과 함께 집행 유예가 선고될 수도 있다. 박 모씨가 20대이고 크게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호소한다면 말이다. 이런 불상사가 생긴다면 우리 주변의 어머니, 와이프, 애인, 친구, 조카, 동생 등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은 추악한 성범죄자를 또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검사, 판사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여자 아이가 채팅을 해서 20대를 만났다? 행실이 뻔하다.' 그들은 현실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들 나이 대에 채팅이라면 음지의 비밀적인 만남이 성행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소위 사법고시라는 평생 공부에 매달렸던 사람들의 시야가 얼마나 좁겠는가.
하지만 요즘 12세의 여자 아이들의 채팅 호기심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SNS가 밀접히 다가와있는 시대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그렇게나 많은 친분을 쌓아가고 있는데 채팅 앱은 오직할까. 거기다 24세라는 대학생 즈음의 이미지는 어린 아이에게 남자 연예인들처럼 매너있게 연상되었을지도 모른다. 일부 네티즌은 개인 의견으로 어찌됐건 A양이 채팅을 통해 모르는 남자를 만난 것 자체가 호기심 가득했다고 판단하지만, A양은 30~40대를 만난 것이 아니다. 남성에 대한 호기심과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또 공사장으로 같이 향했고 그 안에서의 저항이 약했다는 것이 어린 피해자에 대한 입장을 고려한 것인지 성범죄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인지 모르겠다. 박 모씨는 감언이설의 목적지를 향해 A양을 안내했을 것이고 A양은 막상 만나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신체적, 연령적 차이 때문에 따랐을 것이다. 공사장 안에서의 으슥함과 신체적인 갭 차이에서 A양이 박 모씨를 때리며, 발악하며 저항할 수 있었을까? 의제 강간이 적용되지 않기 위해서 폭행 더 나아가 죽음을 감수하고 거센 저항을 해야 했을까? 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대한민국의 처분에 개탄할 뿐이다.
성범죄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양형이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많고 초범에 대한 배려 때문에 대한민국은 성범죄의 그늘 아래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작년 9월 23일 20대 대학생이 초등학교에서 12세 B양을 성폭행했다. 그 피의자는 지인과 안면이 있음을 미끼로 보호해준다며 화장실로 데려가 추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 범죄 또한 의제 강간이 적용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성범죄자를 배려하게 때문에. 작년 5월에는 치킨 배달원이 치킨을 배달왔다가 여자 아이 둘만 있음을 확인하고 8세의 C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기소됐는데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되고 끝났다. 8세의 여자 아이를 성폭행하려고 했는데 미수에 그쳤기 때문에.
여기서는 특히 주목할 점이 배달원의 신분이다. 우리가 가장 신뢰를 가지며 집 대문을 개방하는 사람이 바로 배달원이다. 절대 선량한 배달원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사회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듯, 하나의 끔찍한 가정이다. 배달 주문을 하게 되면 초인종 소리를 믿고 그 배달원을 믿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쉽게 말해 배달을 시키는 사람들의 절반은 여성일 것이다. 또한 그녀들은 모두 성범죄의 잠재적 타겟이다. 사회에서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한 처벌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고 이렇게 약한데, 성인인 여성들의 성범죄는 얼마나 약해빠졌겠는가. 약한 양형은 이 사회의 가난과 더불어 범죄를 자극한다. 어떤 여성이 있는데 가난과 현실 부정에 찌든 남성이 그냥 한번! 이라는 마음을 품으면 범죄는 성립되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초범에 대한 배려와 약한 양형이 이를 떠밀어주기 때문이다. 혼자사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여성들은 항상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성과 아이들의 두려움 해소를 위해서 성범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행태를 고쳐야 한다. 세상 어떤 나라도 대한민국보다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이 약한 곳인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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