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이 소영웅을 찾는 신년기획에서 첫 번째 영웅으로 내세운 구자관 대표의 청소업체 삼구아이엔씨가 사실상 소속 환경미화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탄압했다는 증언이 나와 구설에 올랐다.
MBN은 지난 2일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세요”…‘청소왕’ 구자관 대표>라는 기사에서 “청소부 1만7000여명과 함께 청소기업 왕국을 만들고 있는 ‘청소왕’ 구자관씨”라고 구 대표를 소개했다.
MBN은 “우리 사회에 존경받는 영웅이 별로 없는데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찾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며 희망을 일구는 소영웅을 신년기획으로 취재했다”라며 구 대표를 소개한 꼭지 취지를 밝혔다.
MBN은 청소업체 삼구에 대해 “청소 대행기업 대부분이 계약직 사원을 고용하는 상황에서 모든 직원의 정규직 채용을 고집하며 심지어 명함까지 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수익 대부분을 직원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정해진 월급만 받는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사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삼구에 소속돼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구 대표에게 붙은 ‘청소왕’ ‘영웅’이라는 수식어에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삼구는 서울여대에서 2013년 11월까지 약 9년 동안 청소 등 시설 관리 업무 계약을 맺었다. 당시 서울여대에서 근무했던 환경미화 노동자 A는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비정규직을 그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사람을 어떻게 ‘영웅’으로 미화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 등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직전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을 일 했고 월급으로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63만원을 받았다.

 

 

▲ MBN 방송화면 캡쳐.

 

 
A는 “1년 단위로 매년 계약을 갱신했고 연차도 쉬는 토요일에 쓰라고 해 연차를 쓰기는커녕 연차수당도 한번 제대로 못 받아 봤다”며 “작업화를 한 번 사줘봤나, 심지어 청소에 필요한 걸레도 지급하지 않아 기숙사를 나가는 학생들이 버리는 천으로 걸레를 대신했다”고 말했다.
A는 또 “회식 때에도 비싸다고 맥주도 먹지 못하게 했고 고기도 정해진 양 이상을 시키지 못하게 했다”며 “비정규직에게 밥이나 한 끼 제대로 사주고 그런 말을 했으면 억울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고용도 불안했다. 그는 “마음에 안 드는 환경미화원은 그냥 자르기도 했다”며 “‘까만 봉투 해고’가 가장 유명하고 어이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까만 봉투 해고’는 연말에 사측에서 소속 환경미화 노동자의 작업복을 까만 봉투에 담아오라고 해서 연초 출근해서 자신의 작업복이 없어지면 비로소 해고라는 걸 알게 되는 식이다.
A는 “당시 소장의 비위인지 삼구 기업 차원의 비위인지를 다 가려낼 수는 없지만 연차를 못쓰게 하는 게 소장 개인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겠느냐”며 “기업에서 소장을 내려 보냈으면 소장의 그 비위까지 관리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삼구는 2014년부터 이화여대 청소 용역 업체로 계약을 맺고 운영 중이다. 이화여대에서 고용 업체를 바꿔가며 8년째 일하고 있다는 환경미화 노동자인 B씨는 “현재 삼구에서 일하고 있는데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는 상황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B는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서 4대 보험, 퇴직금 등을 인정받았고 이전 청소용역 업체의 단체협약을 그대로 승계해 삼구에서도 4대 보험 등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BN에 출연한 구자관 삼구아이엔씨 대표

 

회사에서 명함을 지급하는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B는 “회사에서 개인당 몇장씩 해주기는 하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며 “그런게 다 낭비고 그럴 여유가 있으면 환경미화 노동자에게 필요한 걸 하나 더 해주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A는 “회사와 명함 업체의 친분 때문에 해준 것으로 안다”며 “그럴 돈이면 청소 도구나 제대로 사주는 게 낫다”고 일침을 가했다.
삼구 소속으로 현재 이대 용역업체를 맡고 있는 박미용 소장은 소속 환경미화 노동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정규직”이라고 말했으나 “지난해 1월 이화여대와 청소용역 계약을 한 후 노동자와는 6월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올해는 계약서 재서명 없이 고용이 승계됐다. 근로계약서에는 1년 단위로 돼 있고 자동 갱신되는 형태”라고 인정했다. 사실상 계약조건이 1년 단위로 갱신되는 비정규 계약직이다.
이에 대해 김윤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청소 대행업체가 원청과 계약해지가 될 경우 소속 직원이 자동으로 해고 되는 수순에서 청소 대행업체 직원의 정규직화는 어불성설이고 특히 삼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어 정규직이라고 볼 수 없다”며 “4대보험·퇴직금 등은 노조와 사측의 단체협약을 통해 쟁취한 것으로 대행업체가 정규직 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줄요약

TV에 방영이 되면서 영웅인줄 알았던 구자관 사장.
전직원 정규직은 없고 계약직이 허다함.
청소도구 조차 제대로 사주지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