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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자의 유영철 편지 분석,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은?

  • 작성자: 살인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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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1520
  • 2015.02.02

 

 

「사회에 대한 복수극」으로 시작된 살인,「살인중독」으로 변모

 

 

李水晶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애초부터 이 책은 작성되지 말았어야 했다. 천인공노할 사건을 벌인 당사자의 해명이 편지라는 방식을 통해 이 책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에서 李기자가 밝혀두었듯이, 反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자신의 언어를 통하여 사건의 실체를 왜곡하고 미화시킬 소지가 편지들의 구석구석에 다분히 숨어 있다.
  
  필자 역시 이 글의 초고를 받아들고 며칠 낮과 밤을 통틀어 과연 여기다 덧칠을 해주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에 대하여 처절하게 고민했다. 수없이 많은 회의감에도 불구하고 이에 한 술 거들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논의에 앞서 우선 柳씨의 만행에 의해 맑은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피해를 당한 피해 당사자들과 그들의 애끓는 가족들에게 이런 글을 작성한 데 대한 도량 넓은 이해를 구한다.
  
  柳씨가 벌인 범죄행위는 이제 한 개인의 엽기적인 만행의 수준을 넘어서서, 매우 희귀하고도 귀중한 학문적인 소득과 다양한 형사정책적 개선안을 생산해 내고 있다. 그의 내심이 깊이 토로되어 있는 이 편지들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범죄자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을 다시금 격분시킬 만한 일인 줄은 알지만 그 나름대로의 의미는 결코 무시될 수 없다. 
  
  최근 柳씨의 정신상태에 대한 가장 큰 의문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점은 그가 과연 맨정신으로 그런 끔찍한,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했겠느냐는 점이다. 재판 과정에서 여러 번의 정신감정이 이루어졌던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심각한 정신증적 증세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그도 『정신이상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결론은 앞서 제시한 柳씨의 편지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매우 정확한 것이었음을 再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그를 직접 면담했던 심리학자와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그의 정신세계를 정상의 범위를 벗어난 극심한 수준의 反사회적 사이코패스라 단정했다. 「정신병질」이라 번역할 수 있는 이와 같은 특성은 형사책임에 대한 면죄 사유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단순한 성격특성이다. 
  
 

범죄행위에 대한 심리학 연구가 활발한 北美와 유럽, 호주 등지에서는 「정신병질」의 특성을 범죄자들의 죄질 판단에 매우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허비 클렉클리 박사는 정신병질을 일종의 성격요인으로 보고, 정신병질적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외관상으로는 상당히 정상적이라 지적했다. 이들은 보통 이상의 지능을 지니며 인지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정신병질 연구자로 유명한 헤어 박사는 정신병질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극심한 수준의 사이코패스
  
  <정신병질자들의 지능수준은 일반적으로 보통 이상인 데 비하여 타인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떨어진다. 특히 이런 측면은 감정적인 면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공감을 경험하지 못하며 따라서 정서적인 교류가 힘들다. 특히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이 매우 낮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과대망상에 가까운 자신감을 지니고 있으며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며 충동적이고 행동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후회나 죄의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병리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행동 특성은 어린 시절부터 충동통제를 하지 못하는 문제행동으로 나타나 비행행동과 점차로 연결된다. 장기적으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노력하는 생활을 권태롭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생적인 생활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연구들은 정신병질과 자기도취적인 성격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자신의 욕구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들을 조작하기 위해 피상적인 매력을 발휘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기준들에 비춰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柳씨의 생활은 상당히 들어맞는 부분도 있고 들어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의 최근의 행적, 특히 범행과 관련된 행동패턴은 비교적 정신병질에 대한 정의와 일관된 부분이 많다. 몇 번의 수감생활 이후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익히게 된 변칙적인 생활습벽, 관공서 관리나 경찰을 사칭하고 다니며 피해자들을 유인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상황을 계획하고 조작한 점, 여전히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뼈저린 후회나 죄의식이 없다는 점 등은 그가 정신병질이라 단정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갖는다. 
  
  하지만 정서적인 교류 부분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지금까지 읽어 내려간 수많은 편지들에 비춰진 柳씨의 모습은 매우 서정적이고 간혹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여동생이나 아들을 생각하는 모습, 그리고 前妻에 대한 애틋한 감정 부분은 「정신병질자들이 대체로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들을 무색하게 한다. 더구나 그가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예민하고 그림을 잘 그리던, 불우하지만 그래도 꿈을 버리지 않던 소년이었음을 진술한 친지들의 증언 부분에 이르면 정신병질 이론에 하자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殺人 잔치」
  
  柳씨가 시체를 유기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거의 미학의 경지에 들어선 듯하다. 자신만의 성스런 의식을 치러 내듯 오랫동안의 치밀한 준비와 극도의 감정적 몰입, 그리고 카타르시스가 있다. 거기에는 극도의 자기 편의적 감정몰입만이 있다. 죽임을 당하는 피해자가 느낄 만한 고통이나 그것으로 인한 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보자면 그는 전형적으로 감정이 메마른 살인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그가 벌인 살인의 행동패턴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의 그것에 들어맞는 듯하다. 여러 통의 편지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은 극단적인 고독과 가슴을 에는 듯한 슬픔이다. 그리고 그 모든 불행의 이유를 자신의 불우했던 가정사와 사회의 냉대 때문이라고 귀인시키는 그의 사고과정은 더더욱 그를 심리적인 저하상태로 내몰게 된다.
  
  부조리한 사회가 자신을 이 지경으로 내몰았다는 왜곡된 가치관과 절대 고독, 그리고 극심한 분노와 우울감은 柳씨에게서 점차로 현실감과 합리적 사고를 박탈했을 것이고 나아가 자신은 원래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정신병질자들 고유의 자기도취적 불만이, 심리적인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한 극단적인 행동으로 柳씨를 몰아갔을 것이다. 극도의 긴장과 불안이 결과적으로 정신병질적 충동성과 결합하여, 자신만의 잣대에 비추어 죽여도 될 만한 대상을 물색하고, 그 후 고유한 방식으로 죽음의 잔치를 벌였던 것이다. 
  
  결국 잔인한 폭력행동으로 긴장이 분출되면서 잠시 동안의 심리적인 이완기가 왔을 것이나 이는 이미 첫째 단추부터 완전히 뒤틀려 버린 그의 사고 틀을 제자리로 돌려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강화물이었을 것이고, 따라서 다시금 현실의 불만에 분노하고 절대고독으로 안절부절못한 심리적 침체기에 빠져 들었을 것이다.
  
  그의 편지에서 읽어 낼 수 있는 내용은 柳씨와 같이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부적응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인 저하상태가 얼마나 참아 내기 힘든 끔찍한 경험인가 하는 점이다. 그가 대부분의 편지에서 호소하는 그만의 고통은 사실상 과장이거나 거짓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의 편지들 곳곳에서(2004년 8월24일자, 9월1일자 등) 구체적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외로움」, 「분노」, 「증오심」 등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그가 경험했던 심리적인 저하상태가 거의 병리적인 수준이었음을 짐작하게 해주며, 「우울감이 다가올 때면 밀랍이 온몸을 휘감는 듯, 옴짝달싹 할 수 없다」는 우울증 환자의 증세에 대한 표현을 기억나게 한다.
  
  이런 심리적 저하상태는 약물중독 환자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그들은 도저히 견디기 힘든 심리적 저하상태를 피할 목적으로 약물을 택하게 된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약물습벽이 나중에는 그것 없이는 도저히 버텨 낼 수 없는 중독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살인에 카타르시스 느껴
  
  柳씨의 편지에는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이나 자신의 심적 고통에 대해서만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 피해자를 유인해 죽이는 바로 그 순간의 느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술하지 않고 있다. 다만 2004년 10월3일자 편지에 이르면 아주 간략하게 연관된 내용이 언급된다. 
  
  「파괴의 유혹을 강렬히 느끼고, 미친 듯이 사람을 해하고, 그로 인해 나도 모르게 도취되어 버리고, 카타르시스적인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 대목에 이르게 되면 柳씨에게 있어 살인이라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었는지 조금 짐작이 간다. 그에게 있어 사회를 향한 복수극인 것처럼 시작된 살인은 여성 살인에 이르러서는 거의 중독 수준에 다다르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10월3일자 편지에서 언급된 부분은 그의 살해동기가 거의 「살인에 대한 열망 수준」에 도달했음을 볼 수 있다. 
  
  살인중독이 되어 가는 현상은 「사체처리가 얼마나 집중력을 요하는지…. 세상의 온갖 시름이 그 순간만큼은 잊혀질 정도」라든지 「암매장을 하고 돌아오면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었어요. 외로움을 잊고 긴 시간을 자게 되었습니다. 깨어나서는 날아갈 듯이 개운해서(2004년 11월21일자)」와 같은 표현으로서도 대변된다.
  
  극도의 심리적인 저하와 심적 고통, 그리고는 탈출구에 대한 절박한 모색, 포유류의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피해자 물색, 그리고는 살해와 시체유기, 그 후에 오는 완전한 긴장의 이완과 만족감, 이것이 바로 연쇄살인의 동기였다. 
  
  애초에는 자신을 그 지경으로 내몬 사회에 보복하고 경종을 울릴 목적으로 부유층 노인을 살해했겠지만 살인이 반복되면서 柳씨에게 나타난 현상은 바로 「중독」이었다.
  
  
  신경계 기능의 이상일 가능성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그의 살인충동이 혹 그의 기질적 특성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많은 수의 약물중독에 대한 논문들은 신경계 기능의 변이에 대해 지적한다. 약물에 대한 중독과정이 진행되면서 우리의 신경계는 약물이 없으면 안 되는 깊은 의존성으로 빠져들게 된다. 
  
  최근에는 정신병질자들의 신경계 기능의 이상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공격성은 특정한 신경전달물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의 신경계는 수없이 많은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뉴런들의 정보처리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신경전달물질 중 공격성과 연관지어,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세로토닌의 저하가 충동적이고 적대적인 공격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 세로토닌이란 일반적으로 우울감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심적 고통이 심해지고 안절부절못하고 자제력이 부족해지며 감정이 메마르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질적으로 충동적 공격성을 많이 보이는 사람들, 예컨대 가정폭력이나 우발적으로 폭행을 일삼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어에피네프린의 수준이 높은 반면 세로토닌은 매우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분노에 매우 민감하여 화가 나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우울증 환자들은 신경계의 변화는 공격적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지만 이들은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그 어떤 代案(대안)도 택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를 자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억압한다. 이는 신경전달물질의 변이가 평상시 환자들의 행동양식과 조합되어 상황에 대응하게 됨을 뜻한다. 
  
  공격성과 연관지어 이들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반응을 하는 자가 바로 정신병질자들인데, 예컨대 연쇄살인범은 자신들의 공격행동을 도구적으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 분노를 일으킨 대상을 향하여 반응적으로 폭력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상상해 낸 피해자의 유형에 적합한 대상을 물색하여 사냥하듯이 공격한다.
  
  柳씨가 여러 통의 편지를 통하여 호소하고 있는 심리적인 저하는 신경계의 세로토닌계와 연관된 신경계의 손상기전을 예상하게 한다. 
  
  그의 권위에 대한 도전, 영웅심리, 그리고 자기도취적 경향은 편지의 주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그의 어린 시절로부터 출발한다. 2004년 8월24일자 그의 편지에서는 그의 어린 시절 고립되어 지내던 생활에 대한 묘사가 제시되어 있다. 「골방에 틀어박혀」, 「나만의 세상」 등의 표현은 그가 어린 시절 부모의 방치로 사회화의 중요한 과정을 상실했음을 직감하게 한다. 
  
  
  도덕적으로 건강한 어른의 不在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3~4세 이후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인생의 기초가 되는 도덕성 발달을 이룬다. 이때 특히 중요한 사람은 동성의 부모이다. 이 시기를 상실한 柳씨가 상식적인 수준의 도덕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 것은 전혀 우연의 결과는 아닌 것이다.
  
  부모의 엄격한 훈육으로 자신의 본능적 충동을 조절하고 통제해야 하는 이 시기에 柳씨는 주변을 걸인처럼 배회하면서 친모와 자신들을 유기한 아버지와 심지어는 계모에게까지 손을 벌려야 했다. 생계유지에 급급한 친모와, 가족을 버린 아버지 사이를 전전긍긍해야 했던 柳씨에게 누구도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없었다. 그저 몸소 체험을 통하여 터득하게 된 삶의 방식은 당장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일, 그리고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불합리한 현실을 외면하는 일 이외의 선택은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다. 무기력과 극단적인 냉소주의는 아마도 柳씨의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의 사고과정을 지배했을 수 있다.
  
  권위에 대한 도전 역시 柳씨에게 있어 아버지의 역할상실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사실 권위나 법에 대한 인식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출발한다. 특히 남자 아이들의 경우 건장하고 정의로운 아버지를 보면서 자신도 원칙을 준수하는 성인으로 자라나기를 소망한다. 
  
  柳씨의 어린 시절에는 그런 역할을 해 줄 만한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 남성이 없었다. 두 명의 형들과의 관계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柳씨의 모습은 그저 가여운 여동생의 수호신 모습뿐이다. 계모의 폭력으로부터 여동생을 보호하고 나중에는 올 데 갈 데 없는 여인을 연민의 정 때문에 아내로 맞아들이는 구제자의 모습밖에는 찾을 수 없다. 불합리한 현실에서 하잘 것 없는 여자들의 생존을 보호해 주는 수호신의 모습, 柳씨는 자신의 이런 역할을 통하여 권능(power)을 경험했을지 모른다.
  
  「골방」으로 대표되는 그의 어린 시절이 그에게 가져온 또 다른 소득은 자신만의 세계에 대한 완벽한 몰입이었다. 그의 왜곡된 세계관은 열 번이 넘는 수감생활을 통하여 더욱 자폐적 경향을 띠며 단단해진다. 미움과 원한으로 치를 떨며 지낸 柳씨가 세상에 응징하려 했다는 것과(2004년 9월4일자, 11월12일자), 「죽기 위해 살았다」는 11월14일자의 표현은 그가 얼마나 견고한 각오로 그만의 복수극을 오랫동안 준비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는 또한 「명분 없는 살인은 없었다」고 표현하고 있다(2004년 11월4일자). 이런 논리들에 근거하자면 柳씨의 살인행각은 어쩌면 예측이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그에게 있어 자신만의 논리구조는 한 군데도 非이성적인 부분이 없으며 매우 합리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결심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는 영웅심리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이 역시 사이코패스의 특징 중 하나다. 2004년 11월17일자 편지에 이르면 그의 현학적인 유세는 극에 도달한다. 이는 어쩌면 수많은 편지의 왕래를 통해 柳씨가 李恩英 기자에게 보이는 관심도를 반영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남자든 자신이 잘 보이고 싶은 여자에게는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장황한 논리와 궤변으로 일관한 이 편지에서 눈여겨봤던 점은 그가 「惡」에 대한 동일시를 통해 다시금 권능감을 획득코자 했던 점이다. 「살인을 통해, 또는 살인 직전의 그들의 자백을 통해 내 존재를 상기시키고 부각시키려 하지 않았나…」 하는 표현은 그의 상처받은 자존심에 대한 최후의 보상으로서 살인을 택했던 것은 아닌지 추정하게 된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보였을 애절한 모습에서 柳씨는 극도의 우월감,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만끽했는지는 모른다. 그 안에는 어디에도 양심이나 죄의식은 없었다. 다만 본능적 고통으로 치를 떠는 야수의 모습만이 있었을 뿐이다.
  
  필자도 처음 어떤 신문기자에게서 柳씨의 살인행각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야말로 고전적인 범죄학자들이 명명한 타고난 범죄자」, 혹은 교환교수 기간 동안 내내 미국 범죄학자들과 토론을 거듭하였던 「사이코패스」가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차가운 피로 가해행위를 즐기는, 그래서 감정 같은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 냉혈한으로서 그를 상상했다. 
  
  하지만 그의 편지들을 접하면서 조금 변화된 생각은 그에게도 심적 고통이란 것이 있고 그것은 인생의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이라면 누구라고 경험할 것 같은 평범한 모습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고통의 심연에는 만성적인 좌절과 자학의 메커니즘이 있었고 이에 대해 柳씨는 무방비 상태였다. 
  
  
  敎化는 불가능한가?
  
  얼마 전 용서와 화해를 믿는 선량한 사람들의 모임인 천주교 교적사목 모임에 다녀왔다. 며칠 동안 柳씨의 잔인함에 치를 떨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란하고 왕성한 그의 편지들을 들고 끙끙거리다가 진정한 용서로서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러 어른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니, 나 자신이 정신착란에 빠질 듯 혼란스러웠다. 
  
  사람에게 가능한 모습은 어디까지이며, 그것이 神이든 악마이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인지 柳씨를 생각하면 상식의 한계가 무너진다. 너무나 非이성적인 행위를 이성적인 판단력으로써 행하고 나서 여전히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해명을 시도하는 柳씨의 행위는 지금까지 「교화는 가능할 것」이란 신념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글을 종결하는 지금까지도 그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현대과학의 발견은 미천하기그지없으며, 과연 이런 노력이 필요했던 일인지조차 확신이 가지 않는다. 다만 그의 행위와 사고는 진정 죄악이었으며 다시는 이같은 사례가 재현되지 않기를 머리 숙여 기도할 뿐이다.

 

 

 

※ 저도 살인 중독이라는 책을 봤는데.. (지금은 구할 수 없죠. 당시 논란도 많았고..)

   환경상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완전 다른 사람이다.. 라는 그런 느낌을 주는데..

   책을 읽고 다시 유영철 범죄들을 읽어보니 도저히 진심으로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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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돈다발님의 댓글

  • 쓰레빠  돈다발
  • SNS 보내기
  • 저책 보고싶었었는데 나오자마자 논란으로 절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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뀰♡님의 댓글

  • 쓰레빠  뀰♡
  • SNS 보내기
  • 유영철 정말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
0

쿠르릉님의 댓글

  • 쓰레빠  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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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봤는데 유영철 진짜 개싸이코임
    말로 표현이 안되게 끔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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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님의 댓글

  • 쓰레빠  으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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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사이코 패스가 아직도 살아있다는게 신기하다.
0

힙합의신발님의 댓글

  • 쓰레빠  힙합의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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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도 이런 책은 발간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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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바님의 댓글

  • 쓰레빠  멀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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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요약만 읽어봐도 같은 말 반복하고 쉬운 말 어렵게 쓰면서 활자만 차지했구만. 딱 봐도 글쓴이한테 책 쓰는 것 자체가 본인 능력 밖인 것 같은데 굳이 저렇게 해 가며 유영철같은 사람에 대한 "이해"의 책을 꼭 써야 했나? 그러고도 유가족한테 뻔뻔스럽게 사과는 왜 하는지... 아예 안 썼어야 할 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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