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지금 미국에는 금리 인상 움직임이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그동안 미국이 저금리를 통해 금융시장에 퍼부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어서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가격이 오른 위험자산이 부담을 받게 된다. 신흥국 주식과 채권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여기에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미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 데, 이는 지난 수년 동안 수조달러를 빌린 신흥국의 정부와 금융기관, 심지어 가계에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 신흥국은 대체로 미국보다 금리가 높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금리차가 좁혀져 자금 유출이 발생하면 신흥국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인상될 때 국내에서 가장 문제될 수 있는 건 11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다.
국내 소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1%로 미국(77%)보다도 높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지난해 기준 164.2%로 치솟아 OECD 평균치(135%)를 뛰어 넘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차는 있더라도 우리 역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늘어나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위험성이 크다.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 시장에 들어온 외국 자본이 썰물빠지듯 빠져나갈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의 시장금리가 역전되면 신흥국에 머물던 자본이 미국 시장으로 옮겨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FRB 기준 금리 인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FRB의 ‘금리인상을 검토 중’ 이라는 경고 메시지까지 포함한다. 이런 분위기도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단지 시간을 두고 파급효과가 나타날 뿐 충격파는 비슷하다. 금리 상승에 대한 파급효과는 국제 자금의 이동과 미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미국 금리 인상은 국제 자금을 미국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이는 금리 차이 때문이다.
우선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쪽은 환율이다. 미국으로 자금이 몰려 자금 수요가 많아지게 되면 당장 달러화 가치가 강세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달러의 가치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일본 엔화 가치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다만 엔화와 원화 가운데 어느 쪽의 하락폭이 더 크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 제품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것이다.
국내에 머물러 있는 국제자금이 미국으로 어느 정도 이동하느냐에 따라서도 국내 환율이 영향을 받는다. 국가 간 금리차에 따라 미국으로 이동하는 게 당연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잘 한다면 자금 이탈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잘 해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오히려 국제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자본 이탈이 많으면 환율은 오를 것이고, 유입되는 외화가 많으면 반대로 환율은 내릴 것이다.
국내 금리는 어떻게 될까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가간 금리 차이를 줄이기 위해 국내 금리를 올리는 게 기본이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 효과가 크지 않을 경우 오히려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미국 경제가 나빠져 국내 수출경기가 활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리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미국 기업들의 이윤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므로 미국 주가는 한발 앞서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주가 하락은 국민들의 소득을 줄게 만들어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은 매출부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미국의 소비 위축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을 어렵게 하여 세계적인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금리가 인상된다면 과연 주가는 어떻게 될까. 금리가 오를 시 달러 강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원화보다는 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이들 중에는 헤지펀드(단기 투기성 자본)들이 많이 있다. 장기 투자는 어느 정도의 금리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거의 반응하지 않지만 헤지 펀드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가치가 높아지므로 달러를 보유하려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 사놓았던 주식을 달러로 바꾸고 주식 시장에서는 달러가 빠져나가므로 주가지수가 하락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게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외국 투자가 장기 투자 즉, 일자리를 창출하고, 장래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투자는 유치하지 못하고 단기투자자본이 시세차익 때문에 무제한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다음으로 미국 금리 인상에 의한 국제 수지의 변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금리 인상은 환율의 상승을 가져오고 이에 반해 원화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우리 물건의 가격이 낮아지게 되고 수출이 증가하여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해외여행, 미국유학, 해외출장 등이 줄게되고 수입품 소비 역시 줄어들게 된다. 반면 외국인들의 국내 관광은 늘어나게 되어 관광업이 활성화된다.
둘째, 수입상품의 원화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른 생산원가 상승으로 국내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고 이것이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효과는 더욱 증폭되게 된다. 특히 수입비중이 높거나 수입원자재의 사용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제품, 나무․종이제품, 정밀기기 등의 가격상승압력이 클 것이다. 그리고 대외부채가 높은 기업은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상승에 대한 압력이 증대된다.
셋째, 미 달러화표시 대외채무의 원리금(원화기준) 상환부담이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화표시채권은 대부분 중앙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반면 외화표시채무는 대부분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어 환율상승 시 특히 기업들의 채무상환부담이 증가함으로써 해당기업 채산성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며, 또한 경상거래에 있어서도 환율상승 시 수출기업은 기계약에 대해 환차익이 발생하는 반면 수입기업은 환차손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 이와 같은 환차손을 축소하기 위하여 수출대금수령시기는 미루고 수입대금시기는 앞당기는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이는 다시 환율의 추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넷째, 환차손 우려로 인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등 해외자본이 유출됨에 따라 주식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어들이 원화 저평가에 기반한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함으로써 품질개선․기술개발 등 비가격 경쟁력 개선노력이 미흡해지거나 경쟁력이 약한 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산업저반의 체질약화에 따른 대외경쟁력 저하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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