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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87년도 백골단 아저씨 잘 지내고 있습니까?

  • 작성자: 폭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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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161
  • 2019.02.25

87년도 광화문 어느 뒷 골목에서 내리 찍고 밟아 누른 덕분에 안와골절, 하퇴 복합 골절로 한 해 동안 누워지낸 1인입니다. 안와골절에 턱관절도 부숴졌었는데, 작은 조각은 못 건드리고 광대뼈만 귀쪽으로 걸어 올려서 수술했습니다. 턱을 움직일 수 없어서 6개월을 미음 같은 것을 흘려 넣어서 먹으면서 버텼고, 67kg 정도 나가던 체중이 근력이 빠지고 제대로 먹지 못해서 45kg까지 내려갔었습니다.




병원에 있던 11개월 동안에 어머니가 저를 간병하시다가 쓰러지기를 두번 정도 하셨습니다. 한참을 맞다가 주변 사람들이 만류하는 소리 들으면서 기억을 잃고 다시 깨어나니 응급실 수술 끝난 뒤였고, 긴급 수혈을 했음에도 출혈이 많아서 한동안 수혈을 더 받아야 했습니다. 수혈 받고 싶지 않아서 싫다고 억지 부리는데 응급 의사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지금 이대로면 죽을 수도 있어요"




살면서 죽음과 가장 가까이 가본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부러진 뼈보다도 내부에서 찢어진 근육과 피부가 신발에 짖밟히고 안쪽으로 감염이 일어나서 괴사 증상이 있어서 몇달 동안 뼈 접합 수술을 못하고 피부 조직을 살리는 치료를 했습니다. 그 사이에 안면 골절은 1차 수술을 했고, 부러진 다리는 계속 근 위축 현상이 있어서 발꿈치를 뚫어 추를 달아서 근육 위축이 안되도록 추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몸은 커녕 누워있는 침대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침대를 움직이면 추가 움직여서 다리가 다시 부스러지는 통증을 겪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느날인가에는 받쳐 놓은발목에서 욕창이 생겨서 인대가 손상되기도 했습니다.




응급 수술 뒤에 깨어나서도 눈물 흘린 일이 없었는데 다리 수술이 잘 안되어서 3번 재수술을 했을때 마지막 수술실 들어갈때 한번 울었습니다. 마지막 수술에서는 뼈를 너무 오랫동안 벌려 놓아서 어쩔 수 없이 골반뼈를 일부 깍아서 무언가를 채취해서 접합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까지 이어졌습니다. 저는 웃으면서 다 낫고 나면 허리벨트 맬때 허리에 걸릴까 농담하면서 담담한 척 했지만, 어머니는 저의 농담을 듣고는 병실 나가셔서 흐느껴 우셨습니다. 그 울음 참는 소리가 병실까지 들려와서 결국 저도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수술이 되고 6개월을 누워 있던 침대를 끌고 어머니가 복도로 나가셨습니다. 6인실 병실에서 얼굴 골절 등 때문에 6개월 가량을 누워만 지내면서 창가쪽으로 갈 수 없어서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있었지만, 6개월만에 병실 복도 끝 창가에서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저는 그 기간 동안 통증과 아픔에 빠져서 일상생활을 완전히 잊고 지냈었습니다. 일상 생활이 얼마나 대단한 선물인지를 그 날 배우기도 했지만, 그날 흘린 눈물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회한의 눈물이었습니다.




마지막 눈물은 퇴원 후 집에 돌아오는 날 흘렸습니다. 그당시 집이 2층이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워낙에 소염진통이완제를 장복하고 몸을 쓰지 못해서 계단을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연로하신 아버지 등에 업혀서 올라왔는데, 아버지 등이 들썩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말하지 않았지만, 울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나중에 여쭤보니 제가 너무 가벼워져서 너무 마음이 아프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날 집에 돌아와서 혼자서 긴 시간 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누군가는 정권의 개가 되어서 보상을 챙겨 받으면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 길위 섰던 것일까, 그날 나 한사람 없어도 되는데 왜 나간 것일까. 내가 생각했던 애국이 결국은 부모님 눈에 피눈물 흘리게 만드는 것이라면 나는 앞으로 애국이라는 것을 다시는 생각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그날 침대에 누워서 거리에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저의 머리가 그렇게 좋지 못해서 MB가 명박산성 쌓을때도 같은 곳에 나섰고, 촛불 때도, 지금도 나서고 있습니다. 그때 저 스스로에게 했던 왜 라는 질문에 아직 완전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두가지 입니다. 그때 그날 헬멧 너머로 잇몸을 들어내고 괴성을 지르며 제가 졸도할때까지 몸을 찍어 누르던 백골단 아저씨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아저씨가 아직도 살아 있고, 여전히 인간 안되었다면 어제 오늘 광화문 같은 길에서 아까운 태극기 낭비하면서 박사모 노릇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더 큰 이유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망언을 하는 이들 때문입니다. 저는 5.18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여서 그분들의 비극과 희생과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87년의 6월에 같은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으로서 그 분들의 비극과 고통에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이 분들의 희생을, 민주화를 위해서 거리에서 광장에서 희생했던 분들의 고귀한 신념을 더럽히는 모든 행위를 참기 어려운 마음에 과거의 경험을 적어 봅니다.




여러분, 그 분들은 모두 각자 한사람 한사람,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당해서도 안되는 고통과 비극을 감내하고 이겨내면서, 오늘을 만든 의인들입니다. 이 분들의 희생의 역사가 어떤 이유에서라도 더 이상 상처 받아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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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arget=_blank>https://www.clien.net/… 

정말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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