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본인입니다.
황센세께서 하두 불고기는 야키니쿠의 번안어고 육수식 불고기(흔히 서울식 불고기)는 스키야키에서 유래된 조리법이라
주장하셔서 과연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 한번 찾아 봤습니다.
일단 자료는 위키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에서 작성한 문서 그리고 이기문 교수의 글을 근거로 했습니다 (http://dspace.ewha.ac.kr/handle/2015.oak/185730)
(http://www.korean.go.kr/nkview/nklife/2006_4/2006_0406.pdf)
일단 기록상 우리나라에 문헌에 최초로 등장하는 불고기란 단어는 1922년 개벽지 4월호에 현진건이 연재한 타락자란
소설에 처음 등장합니다 ("궐자의 얼굴은 마치 이글이글 타는 숯불 위에 놓여 있는 불고깃덩이 같았다.")
그리고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고려대 석좌교수인 국어학자 이기문 교수는 불고기란 단어가 해방 이전에는
주로 평안도 지역에서만 사용되던 단어였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일단 두가지를 알수 있습니다. 현진건이 타락자에서 언급한 불고기는 숯불 위에 놓여 이글이글
타는것 같았다는 표현을 볼때 서울식 육수 불고기와는 거리가 먼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워 먹는 숯불구이
형태의 음식이라고 짐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이기문 교수의 언급으로 볼때 서울식 불고기가 육수식 불고기고 스키야키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황센세의 주장과도 거리가 멉니다. 이기문 교수는 분명 해방 이전에 평안도 지역에서만 주로 사용되던 단어였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불고기는 당시에 그렇게 대중적인 말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나 평안도가 아닌 타지역에서도 일제시대 후기에 가면 불고기란 단어가 서서히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평안도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고 보는게 일리가 있을겁니다.
또한 이때의 불고기란 말은 단순히 소고기 구이가 아닌 모든 종류의 고기를 다 숯불에 구워먹는 방식을
뜻했을 거라 추정되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소설인 윤백남의 대도전을 보면
화롯불을 헤쳐 꼬창이에 낀 고기를 구웠다. 불에 익어가는 고기 냄새는 식욕을 돋우었다. "어제 잡은 꿩이 올시다. 양념이 없어서 맛은 없지만, 이렇게 먹는 불고기도 먹고 나면 별다른 맛이 나리다." 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1950년도 편찬된 국어사전인 큰사전에도 불고기가 숯불 옆에서 불을 피워가며 구워 먹는 고기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궁중식 불고기라 부르는 너비아니는 칼집을 내어 양념을 해 구운 고기 라고 적혀 있죠.
그러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불고기는 생고기를 즉석에서 구워 먹는 요리, 너비아니는 양념을 해 조리해서 나오는
고기 요리 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불고기는 완전한 하나의 이름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습니다.
1958년에 편찬된 방신영의 고등요리실습 이라는 요리 교재에 따르면 불고기는 너비아니의 속칭이며 상스러운 부름이다
라고 언급되어 있으니까요
하여간 불고기 평양 유래설을 뒷받침 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일본에 세워진 최초의 야키니쿠 가게의 창립자가 이북출신 재일조선인인 임광식씨가 세운 식도원 이라는 가게였다는 거죠.
임광식씨는 처음에 불고기란 이름을 사용하다가 재일조선인에 대한 거부감이 큰 일본에서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기가
어려워 야키니쿠 라는 이름으로 개칭해 음식을 팔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만 해도 일본에서는 연기를 피워가며 고기를 구워먹는 문화를 상스럽다고 여겨 대중화 되지 못하다가
70년대에 들어서 기술의 발달로 환기 시스템이 정착되고서야 대중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일본의 야키니쿠 집에 가면 갈비 김치를 비롯해 한국식 쌈재료를 같이 파는건 이제 흔하디 흔한 풍경입니다.
야키니쿠가 일본 음식이였다면 일본만의 전통적인 무언가를 팔지 왜 한국식으로 팔까요?
이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상식적인 일이죠.
에도 시대에만 해도 살생금지령까지 내려질 정도로 육식 문화가 대중화 되지 못했던 일본에 고기문화가 보급되기
시작한건 메이지 유신이후 부터 였습니다.
탈아입구를 외치며 서양인처럼 되자를 외치던 일본이 고기요리 문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고기요리가 스키야키라는 전골식 요리 였지만 이때도 고기 요리는 굉장히 귀한 흔히 먹을수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럼 또 이런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겠죠.
어쨌건 전골식 고기 요리는 일본에서 유래한거 아니냐?
하지만 이미 이런 전골식 고기 요리는 조선시대에 존재 했습니다.
이걸 당시에 전립투 라고 불렀는대요. 전립은 군인들이 쓰던 벙거지 모양의 투구를 말하는 거고
이 전립을 뒤집어 밥을 지어 먹거나 고기와 야채를 넣어 전골로 끓여 먹던 요리가 바로 전립투 였죠.
이 전립투 라는 요리 방식도 고려 시대때 몽골군을 통해 전파된 방식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애초에 신선로 라는 고급 전골요리도 존재하는 조선인데 전골식 고기 요리가 일제시대 이전 까지는 없는 요리였다고
주장하는게 넌센스입니다.
조선 시대에 이미 고기와 야채를 넣어 육수에 끓여 먹는 전골 요리가 존재했는데 메이지 이후에야 고기 맛을 보기 시작한 일본 요리가 한국 음식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는건 코미디 입니다.
그러면 불고기란 단어가 등장하고 이것이 야키니쿠와 혼용되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요?
확실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유추해 볼수는 있습니다.
이기문 교수의 말을 빌어볼때 불고기는 해방 이전에 주로 평안도 지역에서 사용되던 말이었다는데 이 평안도는 일제시대때 일제가 전략적으로 축산업을 키우던 곳이었습니다.
소에서 얻어지는 기름이나 가죽을 전략 물자로 사용하기 위해 소의 대량 사육을 정책적으로 키웠고 이때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냉면이나 고기요리가 대대적으로 유행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고기구이 요리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이를 평안도에서는 불고기라 불렀으나 당연히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일본어 사용이 강제 되던 때인지라 이를 일본어로 바꿔 야키니쿠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본에서 야키니쿠를 먹을때 고기를 재우지 않고 굽기 전에 양념을 살짝 발라 구운 다음 타래(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이게 바로 평양에서 당시에 먹던 방식입니다.
그럼 오늘날에 서울식 불고기라 부르는 육수 불고기는 언제 본격적으로 등장했냐?
음식강산의 저자인 칼럼니스트 박정배씨는 육수 불고기가 처음 등장한것이 6.25 전쟁 당시 임시 수도였던 부산이라고 말합니다.
질좋은 고기를 구하기 힘들고 미군에서 나오는 하등품의 고기만 소량으로 유통 가능했던 시절이라 이런 방식이 정착 되었을거라 생각됩니다.
하여간 이런 육수식 불고기는 전쟁 이후에 오늘날에도 영업을 하는 서울의 몇몇 유명 불고기 냉면 전문점을 통해 이어지다가 육절기와 소고기의 본격적인 보급이 이루어지던 197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퍼지게 된겁니다.
1976년에 가서야 최초로 소고기가 수입되기 시작했고 이때 부터 육수식 불고기가 대표적인 외식메뉴의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한거죠
즉 임시수도인 부산에서 현재 수도인 서울로 방식이 전달 되었다고 보면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의 전립투라는 고기 전골 요리의 방식이 6.25전쟁중 임시 수도인 부산에서 사용되며 불고기라 불리워졌고 이것이 전쟁이후 서울에 정착되면서 서울식 불고기의 원조가 되었고 이후 고기가 대량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1970년대 후반에 가서야 이러한 육수식 불고기가 정착되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요리서에 이러한 육수 불고기의 조리법은 1980년 편찬된 한국의 가정요리에 가서야 등장합니다.
정리하자면
1. 불고기란 말은 일제시대 축산업이 전략적으로 육성됐던 평양에서 시작된 말일 가능성이 가장 높음.
이 불고기를 일본식으로 표현한게 야키니쿠.
2. 당시의 불고기는 오늘날 서울식 불고기라 부르는 육수식 불고기가 아닌 숯불에 구워 양념에 찍어 먹는 요리였고(오늘날 일반적인 숯불구이)오늘날 일본에서 야키니쿠를 먹는 방식과 동일. 오히려 일제시대 당시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은 일본에서는 천대받던 방식이고 제대로 된 요리 대접도 못 받았음
3. 육수식(전골식) 고기 요리인 스키야키가 일본에 등장한건 메이지 시대인 19세기 후번에 가서야 등장하나 조선에서는 그보다 수백년전에 이미 전립투 라는 전골식 고기 요리가 존재했음. 따라서 스키야키가 육수식 불고기의 원조라는 말도 어불성설
4. 육수식 불고기는 1950년 전쟁중에 부산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후 서울에 정착되어 서울식 불고기가 되었으며 70년대 후반에 소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대중적인 외식요리로 확실하게 정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