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달러화대비 가장 가치가 내린 주요국 통화는 엔화였다. -10.3%나 떨어졌다. 멕시코 페소화나 인도 루피화보다 더 떨어졌다.
착각은 하지 말자. 엔저는 일본이 그토록 원하던 거다. 아베 정권은 더 노골적으로 엔화의 가치하락을 노렸다.돈도 많이 풀었다.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고, 수출도 견조하며, 순대외자산이 무려 4조 달러다(해외에 빌려준 돈이 외국인들에게 갚아야할 돈보다 훨씬 많다). 오직 경기만 살리면 된다. 그럴려면 수출이 살아야한다. 엔화값이 팍팍 떨어져야한다. 그러다 진짜 원하던대로 팍팍 떨어진다.
엔화가치가 내리면 일본에서 만든 카메라나 자동차의 수출이 유리해진다. 그런데 일본 공장들이 부지런히 해외로 옮겨가면서 이제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밖에 안된다(한국이나 독일은 여전히 40%나 된다). 그러니 엔저로 이익을 보는 업종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2015년 일본인이 아이폰을 사려면 40시간을, 한국인은 57시간을 일해야 했다(IPHONE INDEX). 지난해에는 거의 비슷해졌다(일본 10.2일 /한국 10.6일). 90년 이후 영국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40% 오를 동안 일본은 불과 4%밖에 오르지 않았다(OECD). 30년 동안 거의 임금이 오르지 않은 이 특이한 나라는 결국 한국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나라가 됐다.
덕분에 일본의 올해 빅맥지수는 3.38달러다. 페루와 칠레 수준이다. 도쿄의 5성급 호텔은 이제 런던이나 샌프란시스코의 거의 반값이다. 상업용 부동산부터 유니클로의 히트텍까지 일본은 자꾸 저렴해진다. 해외 언론은 요즘 '싸구려 일본(Cheap Japan)'이라는 용어를 부쩍 많이 쓴다. (실제 구글에서 Cheap japan을 검색해보시라).
유래없는 코로나위기에 선진국들은 죄다 백신을 만들었다. 미국 영국 독일 심지어 중국이나 러시아도 만들었지만, 일본 백신은 없다. 구글도 테슬라도 화웨이도 만들지 못한 일본은, 모바일메신저도 한국에서 온 '라인'을 쓴다.
아베 정권이 그토록 바라던 엔저시대가 왔지만, 일본 국민 누구도 박수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화폐가치가 낮고, 그래서 물건값이 저렴하고, 임금이 낮다는 것은 곧 다같이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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