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김어준은 어느 강연에서 "삶은 절대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했습니다. 한창 마음이 복잡할 시절에 강연 동영상을 보고 마음에 와닿았던 기억이 있네요. 당시엔 제 스스로가 너무 초라했습니다. 그래서 계획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문구는 아주 강렬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에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습니다만.
삶은 절대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은 미디어에 나오면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나는 어릴적부터 꿈을 위해 노력했어요', '평생 하나의 목표를 보고 달려왔어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꿈이란 것이 중요하고 삶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 이 사람들의 말은 거의 사실이었을거예요. 그런데 모두가 그 꿈과 계획을 성취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계획은 세워야 됩니다. 계획을 안 세우면 우리는 완전히 방향성을 잃은 채로 흘러가게 될겁니다. 저는 몇 년 동안 새해가 되면 A4 용지 1장 분량으로 길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정확히는 계획이라기 보단 원하는 것 전부를 적은거라고 보는게 맞겠네요. 그런데 한 5년쯤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니 저는 거의 비슷한 내용들을 반복하며 적고 있더군요. 이루어질 건 알아서 이루어지고 안되는건 그냥 쓰기만 했다는 겁니다. 상당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해 부터는 계획을 안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확인해보니 역시 계획을 세우는거나 안 세우는거나 목표 달성에는 큰 차이가 없더군요. 당시에 제가 뭘 원하는지, 뭘 갈망했는지는 적지 않아서 모릅니다. 하지만 인생이 크게 전진하거나 후퇴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그동안 원하는 것만을 적고 있던 거지 계획을 세운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쓰나 안쓰나 별 차이가 없던거죠.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린 지금은 오히려 계획의 중요성을 느끼고 잘 세웁니다. 일이 잘 추진되지 않을 땐 계획이 있으나 마나 했는데, 일이 궤도에 오르고 나니까 이제는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겁니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뭔지, 뭘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맞는 계획들을 세웁니다. 무작정 세우던 계획(소원에 가까움)보다 이 방식이 훨씬 쉽고 재미도 있네요. 물론 성취율은 엄청나게 높습니다. 될 법한 계획만 세우거든요.
지금도 제 노트에는 여러 목표들이 주제별로 나뉘어 적혀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전 한동안은 이 목표들을 향해 계속 달려갈 겁니다. 그래서 수익이 창출되면 좋은것이고, 아님 좋은 경험했다 치면 되지 않겠습니까. 무계획이 상팔자라지만 최고의 팔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계획이 최상팔자다". 저는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출처:디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