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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20년-시민에서 답을 찾다] 권위로 누르고 성과 강요… 왜 나쁜 어른이 되었나.. [기사]

  • 작성자: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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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581
  • 2017.10.24




〈2〉시민교육 소홀한 가정/부모들, 자식이 잘 되길 바라면서도/정작 어떻게 키울지 가치 확립 안돼/집에선 열린 토론 대신 권위적 대화/시민 덕목인 자율·주체성 위축시켜/방임해서 키우면 커서 책임감 부족/"가정은 인성 등 시민성 기초 닦는 곳/부모 자식간 '관계 통장' 꽉 채워야…/지금이라도 미혼대상 부모교육 필요"

#1. 공용 미술재료 몽땅 챙겨 가기, 학급 게시판 독점하기, 친구들이 싫어하는 별명 부르기…. 초등 5학년 담임교사인 김모(25·여)씨는 학급 규칙을 번번이 어기며 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A양(11) 탓에 거의 매일 신경이 곤두선다. 따끔하게 잘못을 꾸짖으면 A양은 오히려 “내가 동의하지도 않은 규칙들을 왜 지켜야 하냐”며 반항하기 일쑤다. 참다 못해 그의 부모를 불러 상담한 김씨는 귀를 의심했다. A양이 집에서는 부모 말을 고분고분 잘 듣고 얌전하기 그지없다는 거다. 속사정을 알고 보니 A양은 조그마한 실수에도 엄하게 꾸짖고 체벌하는 부모가 무서워 반항은커녕 어떤 지시든 순순히 따른 것이었다. 김씨는 이중적인 A양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2. 넉넉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유명 의과대학에 진학한 B(20)씨는 ‘위험한 일탈’을 서슴지 않는다. 바로 ‘도벽’이다. 갖고 싶은 물건이 보이면 값이 얼마든 친구들의 것이든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결국 그 손버릇을 고치지 못해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B씨의 부모는 아들의 ‘묻지마 도벽’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아들 의견을 무시하고 의사를 만들어보려는 욕심에 ‘오로지 공부’만을 강조했다고 한다. 아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좋아하던 만화책도 모두 갖다 버리는 등 극약처방도 불사했다는 것. B씨 어머니는 “아들이 일방적인 부모의 뜻을 따르다 쌓인 스트레스를 그런 식으로 푼 것 같다”고 자책했다.

부모에게 순종하며 시킨 대로 잘 하던 ‘착한 자녀’들이 어쩌다 공동체의 규칙을 마구 위반하고 불법행위까지 자행하는 ‘나쁜 시민’의 길로 들어섰을까. 이들 사례는 역설적으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모가 자녀를 어려서부터 인격체로 대하기보다 자기 뜻에 복종하도록 억압하는 양육방식을 고집할 경우 자녀의 인성과 시민성 함양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녀 교육의 가치와 초점을 지나치게 ‘좋은 학교 보내 좋은 직장 구하는 것’에 두는 것도 부모 자식 간 올바른 의사소통과 관계형성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본다.

◆시민의 싹은 가정에서 틔워야 하는데…

정순화 고려대 교수(가정교육학)는 23일 “모든 부모가 공부든 직업이든 자기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똑같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은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것인지 가치관 확립이 너무 안 돼 있다”며 “많은 가정의 양육방식이 눈에 보이는 실적 위주로 치우치고 정작 자녀와 정상적인 대화나 관계 형성도 안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성공적인 길을 가고 있는 제자들을 보면 대부분 타인의 입장과 처지에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아는 자세가 뛰어나다고 한다. 이런 자세는 어려서부터 몸에 배지 않으면 나중에 쉽게 길러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그러나 세계일보와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연구팀이 서울지역 초중고 학생 9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자녀와 대화할 때 자녀의 ‘인격적 성숙’(성숙지향형)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적극적으로’ 하는 가정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집에서 자주 듣는 말은 ‘공부나 성적, 대학에 관한 것’과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란 항목에 고개를 저은 학생의 비율은 각각 34%(전혀 9.5%, 대체로 24.5%)와 48.3%(〃 21.3%, 〃 27.0%)에 그쳤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항목 역시 ‘그렇지 않다’는 38.3%(〃 17.4%, 〃 20.9%)에 불과했다.

또 집에서 ‘이웃과 사회에 도움이 되고 봉사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답한 학생 비율도 각각 35.5%(매우 10.9%, 대체로 24.6%)와 37.3%(〃 11.2%, 〃 26.1%)로 낮은 편이었다. 

◆독재나 자유방임형 양육스타일도 지양해야

자녀와 ‘성취지향형’ 대화를 중점적으로 나누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가정 내 ‘열린 대화’ 자체를 막는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시민의 주요 덕목인 자율성과 주체성, 창의성 등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 간에 서로의 견해를 적극 존중하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가정의 비율이 낮지는 않았지만 압도적이지도 않았다.

‘논란이 되는 사회적 이슈를 놓고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한다’거나 ‘부모 등과 의견이 대립되더라도 대화하는 게 즐겁다’고 한 응답자는 각각 43.7%(매우 13.9%, 대체로 29.8%)와 48.5%(〃 21.7%, 〃 26.8%)였다. 또 가정에서 ‘다른 의견을 말하면 말대꾸한다고 꾸중을 듣는 편이다’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부모 등의 의견에 따르기를 강요한다’는 항목에 ‘그렇지 않다’고 한 응답자는 각각 45.7%(전혀 18.5%, 대체로 27.2%)와 48.5%(〃 20.4%, 〃 28.1%)였다. 적지 않은 청소년이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없는 가정 내 공기에 짓눌려 사실상 입을 닫고 산다는 얘기다. 

거꾸로 자존감과 자율성을 키워준다는 미명하에 무조건 자기 자식을 감싸거나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놔두는 것도 문제다.

신의진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어려서부터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자란 아이들은 자기표현을 잘 하지만 사회적 맥락에 잘 맞지 않는 행동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처럼 가정에서부터 자녀 발달단계에 맞춰 가족공동체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감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녀를 어릴 적부터 방치하다시피 하거나 다른 것 신경 안 쓰고 공부만 하도록 부모가 하나에서 열까지 다 챙겨주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학교전담경찰관( SPO )은 “가족 내의 권위주의와 성취지향형 대화 문화에 더해 내 아이만 챙기는 가족주의까지 합세하면 그야말로 각 가정이 민주시민을 키워내는 기본 단위가 되는 게 아니라 시민성과 사회연대를 저해하는 요새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제대로 된 부모 교육 시급

기본적인 인성교육 등 시민교육의 기초를 닦아주는 가정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부모가 어떤 가정 환경을 조성하고 양육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정서와 사회성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학생 등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예비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순화 교수는 “청소년기는 그때까지 저축해 놓은 걸 빼먹고 사는 시기인 만큼 부모가 자식과의 ‘관계 통장’을 어렸을 때 꽉 채워줘야 자녀가 청소년기를 잘 이겨낼 수 있다”며 “대학 등에서 미리 부모교육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의진 교수도 “가정에서 취학 전 인성교육이 잘 안 된 아이들은 학교에서 시민교육을 받아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부모가 아이들을 인격체로 대하고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사전에 교육받는 과정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kelee @ segye .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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