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체중으로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식이 조절이다. 배가 불러도 음식이 앞에 있으면 계속 먹게 된다는 거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먹는 일에도 ‘적당히’가 어렵고, ‘조금 덜’은 더 어렵다. 하지만 소식은 당장의 체중 조절뿐 아니라 길게는 장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즘은 ‘장수’라는 말이 그저 축복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수명 연장은 노화를 불러오고, 노화는 갖가지 질병의 원인이 되며, 질병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하게 오래 산다면 대다수가 반기겠지만, 이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운동을 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과 각종 영양제를 먹어 가며 노화와 질병에 대항하는 일이다. 한데 이보다 더 쉽고 간단하며 무엇보다 경제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적게 먹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시르투인’이라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노화와 암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면역항체를 활성화하며, 몸 전체 세포를 복구해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한다. 그래서 ‘회춘 유전자’라 불리기도 한다. 시르투인 유전자의 회춘 위력은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이 유전자를 활성화시켰더니 초파리의 수명은 30%가 늘어났고 선충의 수명은 50%가 연장되었다. 쥐의 경우는 15%가 늘었다. 한마디로 시르투인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면 오래 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르투인 유전자는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비결은 간단하다. 허기진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시르투인 유전자는 배가 고플수록 잘 활성화된다. 원리는 이렇다. 한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 몸속 양분이 부족해지면 세포가 손상될 수 있는데, 시르투인 유전자가 오토파지라는 기관에 명령해 세포 속 노폐물을 제거함으로써 세포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굶으면 세포가 깨끗해지고, 이로 인해 세포의 본래 기능이 최적화되어 노화와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메커니즘이다.
시르투인 유전자 외에도 소식이 건강한 몸을 돕는 방식은 더 있다.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팀은 소식이 수명 연장에 미치는 시스템을 추적 관찰했다.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기준치 칼로리를 섭취하도록 했고 다른 한쪽에는 기준치보다 14% 적게 먹도록 해 2년 뒤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식은 먼저 흉선에 변화를 가져왔다. 흉선은 백혈구의 일종인 티세포를 생성하는 기관으로, 다른 기관보다 노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40대가 되면 흉선의 70%가 지방이 축적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데 칼로리 섭취량을 줄인 실험 대상자들에서는 흉선에 지방이 덜 쌓였음을 발견했다. 따라서 기준치 칼로리를 섭취한 이들보다 티세포 생산 능력이 월등히 좋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지방 조직에서 일어났다. 우리 몸의 지방 조직은 지방세포와 대식세포, 각종 면역세포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소식은 특히 대식세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식세포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인 ‘PLA2G7(혈소판 활성화 인자 아세틸하이드롤라제)’ 수치가 낮아진 것이다. PLA2G7은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암을 포함한 대사 및 면역 질환에 관여하며, 노화와 관련된 염증을 일으킨다. 그런데 소식을 통해 이 PLA2G7 수치가 낮아지고 이로써 노화가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정리하자면, 소식은 면역 기능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여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지름길이다. 위 실험을 진행한 딕시트 박사는 “특별한 식단을 짜기보다는 단순히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면역-대사 상태가 호전된다”라고 조언한다. 별다른 조작 없이 그저 적게 먹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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