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기업에 재직 중이라는 작성자 A씨는 지난달 30일 블라인드에 ‘장기 백수 남편 심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사람이 너무 착한 남편은 만났을 때부터 백수였다”면서 “설마하면서도 최악의 경우 내가 가장으로 산다 각오하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글을 시작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4년째 구직 생활 없이 허송세월하는 남편을 지켜보면서 혼자 속만 끊어야 했다.

A씨는 “일어나서 미드(미국 드라마) 보고 밥 먹고 게임하는 게 남편의 일상”이라면서 “분기별로 ‘앞으로 어떡할 거냐’ 물으면 버럭 화를 내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끝이 뻔한데다 자격지심에 자기 방어하느라 회피하는 걸 아니까 더는 뭐라고 못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난 쉬어본 적이 아예 없어서 장기백수 심리가 너무 궁금하다”며 “웃긴 건 본인도 엄청 괴로워하는데 정작 변화는 없다. 전업주부 선언하면 차라리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한다”고 전했다.

글을 본 누리꾼들 대다수는 ‘건강 문제도 없는데 허드렛일을 못 하는 이유가 뭐냐’, ‘전생에 왕이었나’, ‘같이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 ‘버럭한다는데 착한 거 맞냐’, ‘용돈을 끊어라’ 등 A씨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용돈을 끊고 (남편) 본인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위기를 못 느끼니까 이렇게 살아도 살아진다고 하면서 안주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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