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을 보고 개를 강하게 훈육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형욱님을 까는 곳이 있더군요.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원문은 엠팍의 에곤실례님의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우측 담장을 넘긴 '겁탈하는 푸들'을 보고 짧게 글을 남겨봅니다.
짧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수의사이며,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반려동물의 행동문제(대부분 개의 행동문제죠)를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동물행동치료전문 수의사입니다.
'겁탈하는 푸들' 글에 댓글에 짧게 언급하고 말았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개의 붕가붕가를 성적행위로 여기며, 그것이 서열이 낮은 대상을 향해 일어난다고 믿고 계신 듯 합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 아닙니다.
개의 마운팅(canine mounting behavior) 소위 '붕가붕가'는 단순히 성적목적에서 서열확인을 이유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붕가붕가가 사회적인 행동(굳이 나눈다면 이편이 서열에 의한 붕가붕가에 해당되겠네요)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만, 이것은 오히려 드문 경우에 해당합니다. 많은 경우 붕가붕가는 1) 과도한 흥분에 의해 일어납니다. 애착을 가진 2) 대상에 대한 반가움에 의해 또는 3) 놀이의 일환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개가 가진 4)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5) 마스터베이션일 수도 있구요.
# 여기서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오해가 없길 바라며 첨언합니다. 미국의 많은 학술서에서 개의 붕가붕가를 '개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는 행위'라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스터베이션이라는 단어는 꼭 사정을 하고 삽입을 하고픈 욕구행위로 붕가붕가를 적용하기 위함이 아닌, 말그대로 자위행위라는 의미에서 적어넣었습니다.
만약 붕가붕가가 성적인 목적으로, 서열이 낮은 대상을 향해서만 나타난다면 다음과 같은 개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1) 특정상황에서만 붕가붕가를 하는 개
- 병원에만 오면 보호자 다리에 대고 붕가붕가를 하는 푸들이 있습니다.
만약 붕가붕가가 서열이 낮은 보호자를 향한 행위라면 집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돼야 할 것입니다.
2) 개나 사람이 아닌 소파 쿠션이나 인형을 향해 붕가붕가를 하는 개
- 무생물에 서열을 확립하는 생물은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3) 중성화를 했음에도 심지어 여자아이임에도 붕가붕가를 하는 개
- 왜 그럴까요?
이쯤에서 행동치료 수의사로서 말씀드릴 건, 개의 붕가붕가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만 괜찮다면 굳이 개가 붕가붕가를 덜 하도록 유도할 필요도 없고, 치료는 더더욱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붕가붕가가 갖는 부끄러움에 대해 모르므로 이 행동은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기 마련.... 사람의 입장에서 이 행동은 난감한 게 사실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 행동을 어떡하면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택배아저씨를 볼 때마다 붕가붕가를 하는 개를 둔 보호자의 당황스런 맘을 이해합니다)
그때마다 '잘 모르는 사람들' 혹은 '가짜 인터넷 전문가'들이 붕가붕가는 '서열이 안잡힌 경우에 나타나는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서열만 정립되면 자연히 없어질 행동이라고 단언하죠. 순수한 사람들은 이 얘기를 그대로 믿습니다. 그래서 개보다 더 높은 서열에 서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악력을 쓰고> 심한 경우 같은 행동을 보일 때 <개를 쥐어패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우리 개의 붕가붕가가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애착을 느끼는 대상과 떨어졌을 때 생기는 정신질환)에 의해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나타나고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붕가붕가를 시도했는데, 사람은 그것을 힘으로 제압함으로써 개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맙니다.
종국엔 개의 <폭발적인 붕가붕가> '폭붕'을 초래하고 말죠.
그런 개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개는 미친개 같아요'
(음... 이 경우는 솔직히 누가 미친건지 모르겠습니다. )
겁탈하는 푸들 영상에 새어나오는 웃음소리...에 대해 의아하신 분들이 있으신 듯한데, 제가 외국에서 공부해 본 바, 아무래도 그들은 동물을 동물 그대로 대하는 자세가 체화돼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개의 그런 행동을 대할 때 '좀 난감하고, 웃기긴한데... 그래..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비율이 우리보단 훨씬 더 높습니다. 개의 행동을 개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거죠. (물론 미국인 중에도 붕가붕가 좀 제발 못하게 해달라고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굳이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수간이니 뭐니 하기보다 그렇게 이해하심 될 것 같네요.
정리하겠습니다.
1. 개의 붕가붕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가끔 우리가 소리지르고, 울고, 수다떨고 그래도 에너지가 넘쳐날 때 뜀박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2. 개의 붕가붕가를 서열에 의한 행위로만 판단하지 마세요. 많은 경우 붕가붕가는 사회적 행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3. 인터넷에 나오는 얘기를 <무조건> 믿지는 마세요. 여러분의 전문영역에 대한 내용이 인터넷에서 어떻게 서술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선무당'들이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인터넷은 그런 곳입니다.
4. 옆 집 사람의 사례를 맹신하지 마세요. 때리거나 화를 내는 방법으로 '억지로 무서운 존재로 군림하는 방법으로' 붕가붕가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며, 설령 그렇게 붕가붕가가 없어졌다해도 그것은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는 방법입니다.
우측 담장을 넘긴 '겁탈하는 푸들'을 보고 짧게 글을 남겨봅니다.
짧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수의사이며,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반려동물의 행동문제(대부분 개의 행동문제죠)를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동물행동치료전문 수의사입니다.
'겁탈하는 푸들' 글에 댓글에 짧게 언급하고 말았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개의 붕가붕가를 성적행위로 여기며, 그것이 서열이 낮은 대상을 향해 일어난다고 믿고 계신 듯 합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 아닙니다.
개의 마운팅(canine mounting behavior) 소위 '붕가붕가'는 단순히 성적목적에서 서열확인을 이유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붕가붕가가 사회적인 행동(굳이 나눈다면 이편이 서열에 의한 붕가붕가에 해당되겠네요)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만, 이것은 오히려 드문 경우에 해당합니다. 많은 경우 붕가붕가는 1) 과도한 흥분에 의해 일어납니다. 애착을 가진 2) 대상에 대한 반가움에 의해 또는 3) 놀이의 일환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개가 가진 4)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5) 마스터베이션일 수도 있구요.
# 여기서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오해가 없길 바라며 첨언합니다. 미국의 많은 학술서에서 개의 붕가붕가를 '개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는 행위'라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스터베이션이라는 단어는 꼭 사정을 하고 삽입을 하고픈 욕구행위로 붕가붕가를 적용하기 위함이 아닌, 말그대로 자위행위라는 의미에서 적어넣었습니다.
만약 붕가붕가가 성적인 목적으로, 서열이 낮은 대상을 향해서만 나타난다면 다음과 같은 개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1) 특정상황에서만 붕가붕가를 하는 개
- 병원에만 오면 보호자 다리에 대고 붕가붕가를 하는 푸들이 있습니다.
만약 붕가붕가가 서열이 낮은 보호자를 향한 행위라면 집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돼야 할 것입니다.
2) 개나 사람이 아닌 소파 쿠션이나 인형을 향해 붕가붕가를 하는 개
- 무생물에 서열을 확립하는 생물은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3) 중성화를 했음에도 심지어 여자아이임에도 붕가붕가를 하는 개
- 왜 그럴까요?
이쯤에서 행동치료 수의사로서 말씀드릴 건, 개의 붕가붕가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만 괜찮다면 굳이 개가 붕가붕가를 덜 하도록 유도할 필요도 없고, 치료는 더더욱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붕가붕가가 갖는 부끄러움에 대해 모르므로 이 행동은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기 마련.... 사람의 입장에서 이 행동은 난감한 게 사실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 행동을 어떡하면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택배아저씨를 볼 때마다 붕가붕가를 하는 개를 둔 보호자의 당황스런 맘을 이해합니다)
그때마다 '잘 모르는 사람들' 혹은 '가짜 인터넷 전문가'들이 붕가붕가는 '서열이 안잡힌 경우에 나타나는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서열만 정립되면 자연히 없어질 행동이라고 단언하죠. 순수한 사람들은 이 얘기를 그대로 믿습니다. 그래서 개보다 더 높은 서열에 서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악력을 쓰고> 심한 경우 같은 행동을 보일 때 <개를 쥐어패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우리 개의 붕가붕가가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애착을 느끼는 대상과 떨어졌을 때 생기는 정신질환)에 의해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나타나고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붕가붕가를 시도했는데, 사람은 그것을 힘으로 제압함으로써 개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맙니다.
종국엔 개의 <폭발적인 붕가붕가> '폭붕'을 초래하고 말죠.
그런 개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개는 미친개 같아요'
(음... 이 경우는 솔직히 누가 미친건지 모르겠습니다. )
겁탈하는 푸들 영상에 새어나오는 웃음소리...에 대해 의아하신 분들이 있으신 듯한데, 제가 외국에서 공부해 본 바, 아무래도 그들은 동물을 동물 그대로 대하는 자세가 체화돼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개의 그런 행동을 대할 때 '좀 난감하고, 웃기긴한데... 그래..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비율이 우리보단 훨씬 더 높습니다. 개의 행동을 개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거죠. (물론 미국인 중에도 붕가붕가 좀 제발 못하게 해달라고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굳이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수간이니 뭐니 하기보다 그렇게 이해하심 될 것 같네요.
정리하겠습니다.
1. 개의 붕가붕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가끔 우리가 소리지르고, 울고, 수다떨고 그래도 에너지가 넘쳐날 때 뜀박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2. 개의 붕가붕가를 서열에 의한 행위로만 판단하지 마세요. 많은 경우 붕가붕가는 사회적 행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3. 인터넷에 나오는 얘기를 <무조건> 믿지는 마세요. 여러분의 전문영역에 대한 내용이 인터넷에서 어떻게 서술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선무당'들이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인터넷은 그런 곳입니다.
4. 옆 집 사람의 사례를 맹신하지 마세요. 때리거나 화를 내는 방법으로 '억지로 무서운 존재로 군림하는 방법으로' 붕가붕가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며, 설령 그렇게 붕가붕가가 없어졌다해도 그것은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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