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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오"로 시작한 77세 노시인 나태주의 강연

  • 작성자: 젊은베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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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146
  • 2022.11.02


"미안하오. 다만 미안할 뿐이오. 조금만 더 우리가 지혜롭고 더 예비하고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진정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1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9층에서 열린 'K컬처아카데미-여행자학교' 12회차 강연을 맡은 나태주 시인은 지난달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작시 낭독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전날 아침 동아일보의 요청을 받고 울먹이며 썼다는 이 시에서 시인은 거듭 "미안하오"라며 "무릎 꿇고 통곡하며 그대들 위해 빕니다"라고 슬퍼했다.


(중략)


2012년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외벽 '광화문 글판'에 선정돼 널리 알려진 2002년 작 '풀꽃'을 설명하면서는 "사실은 예쁘지도 않고 크지도, 귀엽지도, 향기롭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그런 꽃이지만, 자세히 보면 예쁠 것이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울 것"이라며 "이런 얘기를 풀꽃을 그리러 가서 아이들한테 했는데, 사실은 애들도 마찬가지더라"고 말했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고 시작하는 시 '그리움'에 대해서는 "아들 때문에 썼다"면서 "우리 아버지가 저한테 '너는 왜 자꾸 하지 말라는 걸 자꾸 하느냐'며 한 소리인데, 아들 낳아서 길러보니까 내가 또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그는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회복기의 삶'이라는 말을 인용해 "암에 걸렸다가 나으면 그때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부시고 찬란할까"라며 "우리에게 힘들고 어려운 것이 있음에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기를 당부했다.

그는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지금은 '인간화'의 시대"라며 "옛날엔 나 하나 살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너'를 더 많이 신경 쓰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시에는 대부분 '너'가 드러나 있거나 숨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시는 아주 작지만 지구를 깨끗하게 하고,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병든 지구를 아름답게 한다"며 다음 '시' 암송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떴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http://naver.me/FRW7Gz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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