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광장은 흡연 광장으로 변신 / 아이의 눈높이 담배 '길빵'(길거리 흡연의 속어) / 담배 불똥이 아이의 눈에 들어 갈 수도 / 서울역 1번 출입구…‘담배 연기로 자욱’ / 시민들은 코를 막거나 손으로 담배 연기 날려 / 금연구역 ‘푯말’ 무용지물 / 평균 20∼40명 동시에 담배 / 출입구를 나서자마자 담배를 입에 물어 / 바람이 불 때마다 연기는 대합실로 들어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흡연자들이 흡연 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울역 광장에 금연구역 팻말이 있지만 흡연자들은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걷던 한 주부는 담배연기를 피해 아이를 품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장난기 많은 남자아이다 보니 통제하는 게 힘들어요. 보통 때면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도 문제가 없는데 여기 지날 때는 아이를 품고 빨리 걸어가요. 손에 든 담배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혹시나 담배 불똥에 눈이나 얼굴에 다칠까 봐 무서워요.” 

설 연휴 사흘째인 1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는 고향을 다녀온 귀경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았던 시민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발걸음을 재촉 있었다.

서울역 1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큼지막한 금연구역 푯말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경고문과 금연 마크가 줄줄이 붙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금연구역'이라고 적힌 1m 높이의 푯말 3개가 설치돼 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배를 피우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만 갔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흡연자들이 흡연 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울역 광장에 금연구역 팻말이 있지만 흡연자들은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걷던 한 주부는 담배연기를 피해 아이를 품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단속을 비웃듯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서울역 광장에 널려 있었다. 쓰레기통 주변은 물론 플라스틱 용기 의자 밑 눈에 띄는 곳마다 담배꽁초가 흔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1번 출입구 옆 매장 입구는 담배 연기로 가득했고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빠름 걸음으로 걷거나 코를 막고 들어가고 있었다. 매장 앞 배수구에는 썩은 담배꽁초가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가득했고, 막혀 있는 듯 했다. 겨울철 임에도 불구하고 악취가 올라오고 있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는 한 20대 남성은 "흡연실은 좁고, 안에 사람이 너무 많다"며 "잠깐 피우고 간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옷에 담배냄새가 배겨 여자 친구가 싫어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흡연자들이 흡연 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서울역 광장에 금연구역 팻말이 있지만 흡연자들은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코레일은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흡연실을 마련했다. 흡연실을 설치했지만, 이용객은 대략 20명 남짓. 좁은 흡연실로 늘어가는 이용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흡연자들이 하나둘 담배를 입에 물고 광장으로 나는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금연구역인 서울역 광장에서 20∼40명의 사람이 동시에 뿜어내는 담배 연기를 시민들은 그대로 마셔야 했다. 서울 광장은 금연구역이 아닌 사실상 '흡연광장'이 됐다.
 
한 미화원은 “의식이 문제다”라며 딱 잘라 말했다. 이어 “아이들도 있고, 외국인도 있다. 그리고 겨울 찬바람에 담배 연기가 서울역 대합실로 다 들어간다.” 며 청소를 이어갔다. “하루에도 수십 번은 치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흡연자들이 흡연 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서울역 광장에 금연구역 팻말이 있지만 흡연자들은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 환경미화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이날 서울역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귀경객이 계속 몰려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서울로 향하는 가족 단위 승객이 대다수여서 명절 귀경이 본격 시작됐음을 알렸다. 지하철 1호선을 타기 위해 1번 출구를 나서는 시민들은 한 손에 아이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여행용 가방을 끄는 모습이 늘어만 갔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걷던 한 주부는 담배 연기를 보자마자 최대한 먼 쪽으로 돌아가거나, 머뭇대다 아예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아이·임산부 가릴 것 없이 뒤따르는 사람에게 연기가 갈 뿐만 아니라,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흡연자들이 흡연 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서울역 광장에 금연구역 팻말이 있지만 흡연자들은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 아이가 담배 연기를 피해 뛰어가고 있다.

아이 품은 한 주부는 “담배를 피우는 모습만 봐도 싫어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 걸을 때마다 불안해집니다.”며 “흡연실을 두고 왜 사람들이 많이 다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2001년 도쿄 지요다구에서 길거리 흡연자의 담배 불똥이 어린아이의 눈에 들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상 흡연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졌고, 이듬해부터 부분적으로 규제 조례가 도입됐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흡연자들이 흡연 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서울역 광장에 금연구역 팻말이 있지만 흡연자들은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매장 앞 빗물받이는 담배꽁초가 가득 찼고 악취까지 풍겼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어린아이는 간접흡연에 더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외 공간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현실적적으로 어렵다."며 "법으로만 규제하기는 보다는 성숙된 시민의식과 에티켓 운동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