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되는 더위 탓인지 동료들이 일과가 끝나면 1 초라도 더 빨리 이 뜨거운 작업장을 벗어나기 위하여 부쩍 서두르는 것이 눈에 띈다 . 이러한 분주한 풍경은 점심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 저기 멀리서 일행을 따라 잡기 위해 뛰어가고 있는 한 작업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 ‘ 위험해 보이지만 뭐 별일이야 있겠어 ’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던 찰라 .. 헉 ! 맙소사 ! 뛰어가던 작업자가 발을 헛디뎌서 난간 밖으로 떨어져 버렸다 . 5 층 정도의 높이에서 추락해 버린 것이다 . 아래에서 사람들이 빨리 119 를 부르라고 고함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엎어져 버린 그 작업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구역질이 난다 . 난 다시 고개를 들어 멍하니 그가 지나가던 길 옆에 설치된 난간을 바라봤다 . 얼핏 봐도 뭔가 상당히 허술해 보인다 . 망할 놈들 .. 경비를 줄이기 위해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도 않는 난간을 딱 한 줄만 해놓았다 . 감독관과 건설업자놈들 사이에 분명히 뒷돈이 오고 갔으리라 . 한참이 지나고 앰뷸런스가 와서 작업자를 검은색 비닐 주머니에 넣어 차에 실은 후 돌아갔다 . 아마 그가 죽은 거 같다 .. 얼굴까지 지퍼를 잠그는 걸 본 것 같다 . 시발 .
지옥 같은 더위와 싸우다 보니 퇴근시간을 알리는 종이 친다 . 탈의실에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샤워장에 들어가 한참이나 샤워기를 틀어놓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 업자놈들이 돈에만 눈이 멀어 작업자 안전은 뒷전이다 . 이는 그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지만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묵념이리라 . 난간만 제대로 설치되어 있었어도 .. 시발 .
집으로 돌아와 마당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뽀삐에게 사료를 부어준 후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아까 눈 여겨 보았던 난간에 대해 찾아보았다 . 독수리 타법이지만 인터넷 창을 열어서 ‘ 난간 ’ 이라고 치고 엔터 (?) 인가를 누르니 뭔가 많이 뜬다 . 이것 저것 많이 뜨긴 하는데 내가 찾으려 하는 내용들은 아닌 것 같다 . 글자를 뭔가 더 쳐 넣어야 할 것 같다 . 뭔가 괜찮은 게 없을까 .. 얼핏 보기에도 안전하지 못한 난간이었던 것 같다 . ‘ 안전난간 ’ 이라고 적고 또 그 니은 자 돌아가있는 거 같은 버튼을 눌렀다 . 이제 뭔가 많이 나온다 . 제목이 ‘ 일터에서의 유해 · 위험 예방 조치 /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요건 ’ 다 . 제목 참 멋들어지게도 지어놓았네 . 그림 설명과 함께 내용이 엄청 많다 . 내가 일하는 작업장은 발끝막이판이라는 것도 없고 상부 난간대와 중간 난간대 사이의 간격도 여기 나와 있는 것보다 훨씬 넓다 . 이 기준들로 보면 중간 난간대를 두 줄은 설치해야 된다 . 이런 규정들이 있지만 작업자들이 잘 모르니 업자들은 구색만 갖춰놓고 감독관을 매수하는 것이리라 . 오래 오래 다치지 않고 일하기 위해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은 필히 숙지해야 할 것 같다 .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님께 생활비를 붙여드려야 한다 . 안전난간 관련 규정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
1) 상부 난간대 , 중간 난간대 , 발끝막이판 및 난간기둥으로 구성
2) 상부 난간대는 바닥면으로부터 90cm 이상 지점에 설치
- 상부 난간대 120cm 이하 설치 : 중간 난간대는 중간에 설치
- 상부 난간대 120cm 이상 지점 설치 : 중간 난간대 2 단 이상 설치 ( 난간 간격은 60cm 이하 )
3) 발끝막이판은 바닥면 등으로부터 10cm 이상의 높이를 유지
4) 난간대는 지름 2.7cm 이상의 금속제 파이프나 그 이상의 강도가 있는 재료
5) 가장 취약한 지점 , 가장 취약한 방향 100kg 이상 하중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구조
< 끝 >
각주 1) 현장감을 살리기 위하여 다소 격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