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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현직 택배기사가 말하는 택배업

  • 작성자: 너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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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055
  • 2019.06.18

지난번에 질문도 받고 했지만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휴일을 제외하곤 가장 한가한 월요일이니만큼 좀 자세히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전 C사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L사나 H사 등 타 택배사와


는 좀 다를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하루일과


오전7시까지 출근해서 본인 자리에 차량 접안.


허브터미널에서 각 지역 서브터미널로 이동시킨 물량이


레일(컨베이어 벨트)위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빠르게 이동하는 물건의 운송장을 보고 본인 혹은 옆 동료구역의


택배를 골라냅니다. 이른바 분류작업입니다.


C사의 경우 휠소터라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어 분류작업이 타사에


비해 훨씬 수월합니다.


그래도 최종적으로는 해당구역 배송기사가 본인의 물건을 직접


내려서 배송상차 스캔을 찍고 본인차량으로 실어야 합니다.


맨 나중에 갈 곳의 물량부터 탑차 안쪽에 적재합니다.


간혹 배송중 본인 물건 찾으러 오신다는 분들이 계신데 미리


코스대로 쌓아논 물건을 다 파헤쳐야 하므로 택배기사 입장에서


는 정말 피곤한 경우입니다.


오전7시부터 시작된 분류작업은 보통 오전 10시반 이후에 마감됩니다.


간선차량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오후2시까지 분류작업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분류작업이 끝나야 배송을 출발합니다.


분류작업이 오전10시반에 끝나든 오후2시에 끝나든 지금까지


한 노동에 대한 댓가는 '0'원입니다.


택배기사는 법적으로 자영업자(특수고용근로자)이기 때문이죠.


배송수량은 평균적으로 일 200~300개 정도입니다.


많이 하시는 분들은 400개 이상씩도 하십니다.


시간당 40,50개 정도는 배송해야 평타 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계단식 아파트가 배송속도가 잘 나오죠.


시골은 배송시간면에서는 헬..


저는 주로 원룸,주택,상가쪽이라 육체가 좀 고달픕니다.


엘베없는 원룸5층에 쌀, 생수, 고양이모래, 액상세제는 좀


슬픕니다.


김장철에는 일명 절배(절인배추)가 요주의 품목입니다.


택배일을 시작하고 두세달간은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다리까지


온몸이 아프더군요.


쉬는 날엔 마사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두달만에 딱 12키로가 빠졌습니다.


다이어트 하실 분 강추합니다.


배송을 다 마치면 퇴근을 합니다만 집화거래처가 있는 경우


집화를 받아 다시 터미널로 들어가 간선차량이 싣고 갈 수 있도


록 쌓아두어야 합니다.


퇴근시간은 보통 오후5~6시 정도입니다.(저희 터미널의 경우)



2. 휴일


빨간날은 다 쉽니다.


월요일은 물량이 제일 적어서 오전중에 배송이 끝납니다.


부득이하게 쉬어야 하는 날은 다른 기사님들에게 부탁하거나


알바를 써야합니다.


당연히 쉬는 날은 수입이 0입니다.



3.수입


배송건당 수수료가 800원 정도입니다.


각 대리점마다 상이합니다.


급지별 단가별로 수수료가 다르지만 제가 일하는 광주광역시는


특이하게도 아주 가벼운 물건도 800원, 20키로짜리 쌀도 800원


으로 쳐줍니다. 그래서 무거운 건... 싫습니다.


택배기사의 수입은 배송+집화 수량대로 결정됩니다.


하루 200개, 월5000개라면 약400만원쯤 되겠지요.


그런데 기름값, 차 할부, 보험료 정도 빠지면 300만원 좀


넘습니다.


물론 퇴직금도 없고 상여금도 없습니다.


해마다 최저임금은 오르지만 수수료는 언제 올려줄지 기약이


없네요.


이번에 택배요금 올리길래 기대했드만...


잘버는 분들은 한달에 7~800 이상씩 벌기도 합니다.


근데 배송만으로 저 정도 벌려면 몸이 많이 힘듭니다.


집화를 해야 돈이 되는데 집화거래처 따는 것도 영업을 잘 해야


하고 저야 그냥 퇴근 빨리 하는게 좋아 집화는 안합니다.


물론 마누라는 퇴근 늦어도 좋으니 돈 더 벌으라 하지만..



4.기타


제가 택배일을 시작하고 나서 반년간 저희 어머니께서는 친척분


들께 제가 택배한다고 말씀을 못하셨습니다.


택배기사라는 이미지가 아무래도 사회 하층민?으로 생각되는 게


있어서 좀 창피하셨대요.


뭐 일하다 보면 그렇게 대하시는 사람들도 있구요.


'어디 감히 택배기사가 말대꾸냐..


싸가지없이 전화를 끊냐..


클레임 걸어서 모가지 날려버릴테니 앞으로 잘 벌어먹어봐라..'


지난주에 받은 전화내용입니다.


택배일 하면 못배우고 가진것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아요.


네.


못배우고 가진것 없는 사람입니다만


누구보다 정직하고 떳떳하게 버는 직업입니다.


저는 제 직업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지금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가 많이 낮고 개선되어야 하지만


그저 이해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걸로 충분합니다.


노동을 하는 사람 = 불쌍한 사람 혹은 하층민


이란 사회적 시각이 먼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진짜 싸가지없이 일하는 택배기사들도 있습니다.


욕 먹을건 먹어야죠.


연락도 없이 경비실에 던져놓는건 욕 하셔도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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