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 金剛經 ) 은 석가모니가 50 대 후반부터 약 22 년간 설했다고 하는 대반야경 ( 大般若經 ) 가운데 제 577 권째인 금강반야바라밀경 ( 金剛般若波羅密經 ), 또는 능단반야바라밀경 ( 能斷般若波羅蜜經 ) 을 줄여서 말한 것이다 . 대반야경은 분량이 총 600 권 , 12000 쪽에 달하는 방대한 경전이다 .
선문 ( 禪門 ) 에서는 달마대사를 초조 ( 初祖 ) 로 중국 선종 ( 禪宗 ) 의 5 대째인 홍인 ( 弘忍 ) 대사가 이 금강경을 의지하면 견성성불 ( 見性成佛 ) 할 수 있음을 주창하고 , 홍인의 제자인 육조 혜능대사가 금강경에 나오는 한 구절인 "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 ( 應無所住 而生其心 )." 는 가르침을 듣고 곧바로 크게 깨달았다 하여 , 현재 우리나라 조계종 ( 曹溪宗 ) 의 소의경전 ( 所依經典 ) 으로도 채택되었다 .
이 금강경의 법문 가운데 핵심적인 가르침을 간략한 네 구절 ( 四句 ) 의 형식으로 요약하여 노래한 게송 ( 偈頌 ) 을 사구게 ( 四句偈 ) 라 하는데 , 금강경 5 장 , 10 장 , 26 장 , 32 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
( 제 5 장 )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다 허망하다 .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형상 ( 形相 ) 은 사물 ( 色 ) 의 생긴 모양을 말한다 . 여기서 사물 ( 色 ) 이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연에 따라 원인과 조건이 결합하여 현실로 나타나는 모든 현상 , 곧 유위법 ( 有爲法 ) 을 말하는 것으로서 , 유일하게 진실한 마음 ( 本心 ) 을 제외한 세상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 형상을 달리 모양 , 모습이라고도 부른다 .
위 게송의 첫 , 둘째 구절은 ' 있음 ', ' 없음 ' 이라는 개념부터 시작하여 모양 ( 相 ) 이 있는 세상 모든 것은 다 공 ( 空 ) 으로서 허망하다 , 즉 진실된 것이 아니다는 뜻이다 . 바로 ' 사물이 곧 공이다 ( 色卽是空 )' 이란 말과 같다 . 본래 空 인 우리 本性 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니 , 空 이 만들어내는 것은 모두 空 이요 , 남이 없음 ( 無生 ) 이다 . 마치 숫자 영 (0) 에다 영 (0) 을 더하든 빼든 , 곱하든 나누든 영 (0) 일 뿐임과 같다 .
세 , 네째 구절은 공 ( 空 ) 일뿐인 모든 모양 ( 相 ), 밖으로 온갖 물질 ( 色 ) 과 안으로 온갖 느낌과 생각 , 의도 , 의식 , 곧 오온 ( 五蘊 ) 이 오온 아님을 본다면 곧 여래를 볼 것이라는 말씀이다 . 그러면 모든 형상과 모양 ( 相 ), 곧 오온 ( 五蘊 ), 6 근 ( 六根 ), 6 경 ( 六境 ), 6 식 ( 六識 ), 18 계 ( 十八界 ) 등 그 무엇이든 , 이 모든 것이 모양이 아니면 그것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
선적 ( 禪的 ) 으로 말하면 , 바로 앞에서 모든 것은 공 ( 空 ) 이라 했듯이 , 이 모든 것이 자기 자신임을 체득한다면 바로 부처가 된다는 가르침이다 . 그러니 세상 모든 것이 자기 마음임을 경험하면 이 법계 ( 法界 ) 와 하나가 될 것이다 .
선종 가운데 운문종 ( 雲門宗 ) 의 문을 연 운문선사는 이 4 구게에 대하여 "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보더라도 여래를 보지 못할 것이다 ." 라고 했고 , 원오선사는 이 게송에서 ' 형상 아닌 것 ' 을 ' 자기 마음 ' 으로 보면 여래를 볼 것이라고 했으니 , 그 뜻을 잘 체득해야 한다 .
( 제 10 장 )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응무소주 이생기심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應無所住 而生其心
마땅히 색 ( 色 ) 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며 , 마땅히 소리 · 냄새 · 맛 · 감촉 · 생각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 것이요 ,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
먼저 첫 , 둘째 구절에서 머물지 말고 마음을 내라고 하는 색성향미촉법 ( 色聲香味觸法 ) 은 바로 마음공부에 큰 걸림돌이 되는 6 가지 바깥 경계 ( 六境 ), 곧 온갖 색깔 , 소리 , 냄새 , 맛 , 감촉 , 생각을 말한다 . 이것을 6 가지 도적 ( 六賊 ) 이라고도 하는데 , 사람들은 온갖 빛깔에 혹 ( 惑 ) 하고 , 소리에 민감하고 , 냄새를 좇아다니며 , 맛에 들고나며 , 감촉에 이끌리고 , 생각에 자기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 자기 주인공을 굳건히 지키지 못하고 허망 ( 虛妄 ) 한 바깥 경계에 마냥 종처럼 끌려 다니는 것이다 . 이러니 육도 윤회를 면치 못한다 .
세 , 네째 구절의 '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 ' 는 말은 이처럼 바깥 경계에 쓸데 없이 끌려다니며 자기 부처인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 그 어느 바깥 경계에도 마음을 두지 말고 초연하게 그 마음을 내라는 뜻이니 ,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그 느낌이 오는가 ?
이것은 사실 크게 깨달아야 그 의미를 확실히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 깨달으면 인연 따라 마주치는 바깥 경계를 벗어나서 , 상황 상황마다 분별심을 떠나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반야의 지혜로 일을 다 처리하게 된다는 뜻이다 . 일단은 바깥 모든 경계나 생각 등에 집착하지 않고 가슴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마음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
( 제 26 장 )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만약 색신으로써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면 ,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함이라 ,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색신 ( 色身 ) 은 바로 우리 몸 , 육신을 말한다 . 부처가 되려고 공부한다고 하면서 부처님의 육신 ( 肉身 ) 을 우러러보기만 한다든지 , 부처님 음성이 너무 듣기 좋다고 하여 그 목소리에 취해 버린다면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은 잃어버리고 바깥으로만 부처를 찾아다니는 사람이다 . ' 참 나 ' 를 찾아나서는 여정 ( 旅程 ) 은 바로 자기 성품 속에 있는 것인데 , 자신의 귀한 보배는 내버려두고 어디서 부처를 만날 것인가 ?
색신이나 음성은 석가라 할지라도 자기 부모님과 인연이 화합하여 임시로 빌려입은 옷이나 도구 노릇을 할뿐으로서 , 위 제 1 구게의 가르침과 같이 , 모양이 있는 세상 모든 것은 다 허망하여 진실한 것이 아니다 . 오직 자기 자신 안의 진실한 것 , 바로 자신의 법신 ( 法身 ) 을 찾게 되면 육신이나 음성 등의 허망함을 스스로 실감할 수 있다 . 그렇게 되면 이 허망한 육신 , 음성조차 모두 진실한 것으로 변화될 것이다 .
( 제 32 장 )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의 함이 있는 법 (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 ) 은 꿈과 같고 ,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으며 그림자 같으며 ,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으니 , 마땅히 이와 같이 관찰하여라
제 4 구게는 사실 제 1 구게의 첫째 구절과 말은 조금 다르지만 그 내용은 같다 .
제 1 구게에서 '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다 허망하다 ' 고 했듯이 , 현실 세계의 모든 유위법 ( 有爲法 ), 생멸법 ( 生滅法 ), 곧 모든 형상 , 모양 ( 相 ) 은 다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니 , 꿈 , 환상 , 물거품 , 그림자 , 이슬 , 번개와 같이 생겼다가는 다시 사라지는 것이다 . 우리의 몸과 정신활동인 느낌 , 생각 , 의지 , 의식도 마찬가지이다 .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가짜로서 인연화합으로 일시적으로 있는 것임을 잘 관찰하다 보면 그 허망함을 관찰하고 있는 우리 마음 , 모든 것이 꿈이요 그림자임을 아는 본성 ( 本性 ) 이 문득 드러날 것이다 . 이 사구게의 가르침도 이것을 발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 이 허망한 모든 것 가운데 유일하게 진실된 이 하나를 봐야 한다 . 그래야 이 허망한 것들이 모두 진실하여 자기 부처가 마음대로 굴리고 보듬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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