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임재덕 기자] 데브시스터즈 인기 모바일게임 '쿠키런: 킹덤(이하 쿠키런)' 팬들이 뿔났다. 쿠키런 세계관이 반영된 보드게임 제작(펀딩)에 팬심을 담아 4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보탰는데, 사측이 별도 고지나 소통 없이 디자인을 대거 바꿔서다.
이들은 대부분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며, 이는 사기이자 기만(欺瞞)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최초 펀딩 시 공개한 디자인과 크게 달라진 데서 중대한 오인의 소지가 발생했다며, 환불해줄 것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데브시스터즈와 젬블로가 협업해 선보인 쿠키런: 킹덤 보드게임 크라우드 펀딩. 지난 1월 종료된 펀딩에는 9768명의 서포터가 참여해 3억8000만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았다. (사진=와디즈 캡처)
22일 업계에 따르면, 보드게임 전문회사 젬블로는 지난 16일 와디즈 '보드 위의 위대한 쿠키 왕국! <쿠키런: 킹덤 보드게임>' 판매 페이지에 해당 제품의 첫 샘플 이미지를 공개했다. 상품 배송을 두 달가량 앞둔 시점, 게임 개발사인 데브시스터즈와의 협업 중간결과를 공유한 것이다.
그런데 샘플은 당초 팬들이 투자한 디자인과 크게 달랐다. 화려하던 건설보드는 골판지를 펼쳐놓은 것처럼 바뀌었고, 라운드보드는 배경이 사라진 채 트랙 타일만 덩그러니 남았다. 랜드마크 건물 카드는 각 특성에 맞는 일러스트가 사라지고 녹색 배경으로 통일됐다. 주사위 디자인도 일부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본 팬들은 경악했고 댓글을 통해 항의했다. 그러나 젬블로는 "더 쿠키런스러운 플레이를 위해 더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위해 처음 펀딩 페이지에서 선보였던 디자인보다 더 나은 디자인으로 디자인 개선과정이 진행됐다"고 디자인 변경 사실을 통보한 뒤 소통을 이어가지 않았다.
쿠키런: 킹덤 팬으로부터 펀딩받을 당시 선보인 건설보드(왼쪽)와 최근 샘플로 공개된 건설보드(오른쪽). (사진=와디즈 캡처)
이런 불통 행보에 팬들은 뿔났다. 펀딩 참여자 정유*는 "모바일 게임의 예쁨을 잘 이식했다고 생각해서 펀딩한 건데, 보여주신 것만 보면 제가 펀딩한 게임이 아닌 것 같다"면서 "이대로 진행한다면 전 앞으로 와디즈도 안 하겠다"고 했다. Ha**도 "이 정도면 소비자 기만"이라며 "이대로 나온다면 무조건 환불 요청하겠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댓글을 단 대부분의 팬이 환불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팬들은 원가를 낮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꼼수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예상보다 큰 인기에 스트레치 골(펀딩 달성도에 따른 보상) 제작비용이 늘어났고, 이를 상쇄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앞서 오준원 젬블로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트레치 골도 2억원까지만 설정해뒀었는데, 계속 추가하고 있다. 예상보다 제작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됐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건설보드뿐 아니라 라운드 트랙(왼쪽)은 배경판이 사라졌고, 랜드마크별로 특색을 살린 배경(오른쪽)은 녹색으로 통일됐다. (사진=와디즈 캡처)
데브시스터즈는 이런 의혹에 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더 나은 방향으로 디자인 개선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해 발생한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본 생산에 앞서 실제 게임의 테마 및 요소들을 더욱 세심하게 보드게임에 녹이고 가독성, 밸런스, 완성도 등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자인 디벨롭 과정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개발 및 디자인 과정을 거치게 된 배경과 의도를 펀딩에 참여해주신 고객분들에게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해 걱정을 끼쳐드렸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상품 생산 및 전달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보다 상세하고 꾸준하게 공유 드리고, 고객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 및 반영해 최종 상품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팬들이 원하는 환불과 관련해서는 "내부 논의 단계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만 했다. 와디즈 약관상 상품 수령일 후 7일 이내에 리워드의 내용이 표시/광고 내용과 현저하게 상이한 경우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디자인 변경의 경우 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라 메이커의 허용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에 문제 된 쿠키런 보드게임 크라우드 펀딩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됐다. 쿠키런 인기가 반영돼 시작 1시간 만에 8300만원, 총 펀딩액 3억8100만원(서포터 9768명)을 모았다. 배송은 오는 5월 말부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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