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답이 딱 떨어진다면 참 좋으련만, 슬프게도 그렇지는 않죠. 저는 스무살 무렵부터 세상엔 숨겨진 정답들이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뭐 그런것까지 파고드냐 할 정도로 이상한 것들도 심취한 적이 있고(당연히 답을 못 찾았습니다), 그 덕분에 성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상식적인 것들을 늦게 배우게 된 적도 있죠. 정리하면 저는 복잡한 세상 속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답 혹은 정답에 가까운 진리를 찾는데 남들보다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내린 결론은 딱 하나. "세상에 정답은 없다". 오천만 국민이 다르고 70억 인구가 다를진데 최소한 보편적인 정답이라도 찾으려 노력했던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것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존재해서도 안되었죠. 그래서 정답이 없는 문제는 "경험" 혹은 "운명이라는 절대적인 무언가"로 양립해서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그동안 제 글에 경험, 노력이나 운명, 유전 등 안어울리는 단어들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제가 믿는 신념들의 논거가 되어주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일부러 맛 없을줄 알면서도 다른 음식을 먹었던 경험에 대해서 적은적이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 취향을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죠.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오랫동안 관심있게 지켜보니 그들에게는 자신이 확실히 믿는 뚜렷한 가치관들이 있었습니다(비록 그것이 맞던 틀리던). 저는 가치관이란게 거의 없던 사람입니다.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죠.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하나씩 만들어가는 가치관이 저의 경제적인 태도에도 크게 영향을 주었다는 겁니다. 어느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적으로 크게 발돋움을 하던 시기와 가치관을 세우는 시기는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여러 경험을 하며 또 가치관을 세우고, 다시 돈을 벌고 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세상에 정답은 없어도 스승은 참 많더군요. 길가에 흔히 널려있는 돌멩이도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진지하게 가슴속으로 와닿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또 다른 소득으로 연결 되었죠.
만약 제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어쨌든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바로 서는데 오래 걸리는 성격이였을테고 그러면 어떤 분야든 또 심취해서 답을 내리려 했을 겁니다. 그래도 고민한 덕에 모든 문제에는 답이 없다는 당연한 진리까지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이런 얘기를 저만 하는것은 아닐겁니다. 소련의 정치인이었던 스탈린 조차 "답이 없는 문제도 있기 마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정답이 없는 문제를 탐구하는 것은 정답을 찾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굳건히 세우기 위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출처: 디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