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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보다 앞선 '신비의' 에트루리아 문명을 좇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 작성자: 0z1z2z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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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8

저승의 문지기인 반트상(기원전 4세기), 망자의 사후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호위하던 에트루리아의 신이다. 젊고 활기찬 여성으로 표현되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에트루리아의 자체신이다. 손에는 횃불을 들고 있다. |피렌체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그들은 삶의 어떤 충만함을 가지고, 자유롭고 즐겁게 숨 쉬도록 내버려둔다. 심지어 무덤들조차도…. 이것이 진정한 에트루리아의 가치다. 즉, 편안함, 자연스러움, 그리고 삶의 풍요로움. 지성이나 영혼을 어떤 방향으로도 강요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1885~1930)이 1927년 ‘이곳’을 답사하고 남긴 기행기의 구절이다. 로렌스가 다녀온 ‘이곳’은 로마 이전에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를 중심으로 성장한 고대국가였다. 바로 에트루리아였다. 에트루리아는 기원전 10세기 무렵부터 1000년 가까이 지속된 지중해의 고대 문명이다. 지금의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에 해당되는 곳에서 번성했다. 당대의 역사가들은 에트루리아인을 두고 지중해에 살았던 사람들 중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에트루리아의 최고신인 티니아상(기원전 4세기 초). 그리스의 제우스, 로마의 유피테르에 해당되는 신이다. 에트루리아인들은 자신들의 토착신앙 위에 그리스의 다신사상을 받아들였다. 티니아의 상징은 번개다. |피렌체 국립 고고학 박물관 제공
하지만 에트루리아인들의 기원과 언어, 종교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최초의 에트루리아인들이 기근을 피해 서쪽으로 항해해 온 소아시아의 서해안에서 온 리디아인이었다”(<역사>)고 주장했다. 반면 할리카르나소스의 디오니시오스는 “에트루리아인들이 이탈리아 본토 사람이었다”(<고대 로마사>)고 단언했다. 고대 그리스처럼 도시국가들로 이뤄졌고, 12개 도시가 연맹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엘바 섬의 철과 에트루리아의 구리를 자원으로 이용했고, 금, 은, 상아 등에도 숙련된 세공기술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원전 650년 무렵 가장 번성했는데, 지금도 이 수수께끼 같은 에트루리아 문명의 유물을 보는 이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가 묘사된 장식판(기원전 3세기). 불치 신전의 페디먼트를 장식한 판이다.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시스와 그의 아내 아리아드네를 묘사하고 있다. 불치 신전은 불치 시민들이 숭배한 디오니시스를 위한 신전이다.|피렌체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은 9일부터 10월27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이었던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을 개최한다.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에트루리아 유물들은 피렌체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 박물관 등에서 엄선한 신전 페디먼트, 청동상, 석상, 석관, 금제 장신구 등 300여점이다. 전시품 중 불치 신전의 페디먼트(서양 건축에서 정면 상부에 있는 삼각형의 벽)과 루니 신전의 페디먼트 등이 해외에 출품되는 예는 흔치 않다. 특히 추모용 조각상인 <모자상>은 이탈리아 볼테라 지역 밖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유물이다. 

동방화 시기의 무덤에서 발견된 전차(기원전 7세기 전반)이다. 전차는 최고의 군 통솔자가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묻힌 이의 신분은 에트루리아의 왕 또는 최고위 귀족으로 여겨진다. 전차는 주인의 사회적 신분을 보여주듯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에트루리아에서 전차는 전투 뿐만 아니라 유희의 수단으로서도 활용되었다. 에트루리아인들은 말이 끄는 전차 경주를 즐겼으며, 로마인들도 이를 따라 전차 경주를 즐겼다. |피렌체 국립고고학 박물관 소장
총 5부로 구성되는 전시는 에트루리아 역사 소개와 함께 에트루리아인의 삶 속에 담긴 신(神)의 이야기를 전한다. 에트루리아의 티니아(그리스의 제우스, 로마의 유피테르)는 우니(그리스의 헤라, 로마의 유노), 멘르바(그리스의 아테나, 로마의 미네르바)와 함께 가장 중요시된 신이었다. 이 세 신을 모신 신전은 에트루리아의 모든 도시에 건립됐다. 에트루리아인들은 인간의 삶이 신의 통제 아래 있고, 사제들의 점성술과 예언을 통해서만 신의 뜻을 해석할 수 있다고 믿었다. 봉헌물은 신과 그것을 믿는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여겼다.

마차를 탄 부부가 저승으로 떠나는 모습이다. 마차 앞에는 말을 탄 사람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뒤로는 어른 한 명과 아이 한 명이 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뚜껑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오른손에는 부채, 왼손에는 석류를 들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여성이 있다. 기원전 2세기 말의 작품이다.|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 박물관 소장
특별전은 시와 음악, 무용, 연회를 즐긴 에트루리아인의 삶도 다루고 있다. 에트루리아 사람들은 무역, 항해, 전쟁에 적극적이면서도 문화를 즐기고 영위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겼다. 무덤에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한 다양한 생활용품이 부장됐다. 사후 세계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 있던 에트루리아인에게 저승 신들의 존재는 죽음의 필연성을 상징한다. 그들의 유골함에 자주 등장하는 반트와 카룬은 에트루리아 종교관에서 저승의 신들이다. 

그리스 양식의 추모용 조각상으로 키톤을 입고 아이를 안은 어머니를 표현하고 있다. 무덤의 주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던 일종의 추모비다. 여인의 오른팔에 그녀의 이름인 ‘라르티아 벨키네이’가 새겨져 있다. 이 조각상은 볼테라에서 발견된 뒤 이탈리아 밖에서의 공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피렌체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특별전의 말미에는 에트루리아에서 출발한 고대 로마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테베레 강가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로마는 에트루리아의 도시 외관을 본 떠 포장된 도로, 광장, 수로시설, 대규모 사원을 갖춘 도시로 발전했고, 세계 제국이 됐다. 로마는 에트루리아를 정복했지만 에트루리아가 남긴 문화의 흔적은 로마라는 이름 속에 여전히 살아서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루니 신전의 페디먼트를 장식했던 유피테르 상이다. 기원전 177년 로마는 군사적 목적으로 에트루리아 국경지역에 식민도시 루니를 건설했다. 달의 여신 루나를 위해 건립된 신전은 도시 조성 후 바로 세워질 정도로 중요한 건물이었다.|피렌체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의 중심은 에트루리아와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비교, 에트루리아의 독특한 사후 관념 이해에 있다”면서 “특히 1927년 에트루리아를 답사한 뒤 <에트루리아 유적 여행기>를 쓴 로렌스와 함께 가는 기행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 @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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