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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세면대 수도꼭지, 왜 이렇게 짧아? [기사]

  • 작성자: 수지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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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451
  • 2018.07.22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 여기서 어떻게 손을 씻지?

얼마 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청 지하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세면대 수도꼭지가 너무 짧았다. 좀처럼 손을 씻기가 어려웠다.


어찌 됐든 씻긴 씻어야겠기에 노력해봤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자꾸 세면대에 부딪혔다. 깨끗이 청소는 하겠지만, 공중화장실이라 왠지 찝찝했다. 부딪히지 않게 씻으려니 이젠 세면대 바깥으로 물이 마구 튀어버렸다. 결국 대충 씻고 나와버렸다.

돌이켜보면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세면대 수도꼭지가 짧아도 너무 짧아 난처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공중화장실일수록 더 그랬다.



찾아보니 나만 불편함을 느낀 건 아닌 것 같다. 다른 나라에도 짧은 수도꼭지 때문에 고통 아닌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세면대 수도꼭지, 이렇게 불편할 만큼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 실수인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깊은 뜻이 있는 걸까? 소탐해보자.

■ 내 손에 허락된 공간, 3 cm

며칠 뒤 서울시청 지하화장실을 다시 찾았다. 남녀 화장실의 수도꼭지와 세면대를 면밀히 확인해봤다.



세면대 끝 부분과 수도꼭지 물줄기 사이의 거리를 쟀다. 이용할 때 손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남자화장실은 제일 좁은 곳이 3 cm , 여자 화장실은 3.5 cm 였다. 우리나라 16~69세 손 평균 길이가 남자는 18.2 cm , 여자는 16.8 cm 다. 딱 봐도 3 cm 란 공간은 매우 협소해 보인다. 여기에 손을 넣어보니 마디 하나 정도까지 밖에 물이 닿지 않는다.


이만큼의 공간에서 손을 씻는 게 가능할까? 직접 해보기로 했다.

■ 3 cm 틈, 손 씻기 불편하지 않은가

실험에는 JTBC 디지털뉴스룸 구성원들이 참여했다. 성별에 따른 손 크기를 감안해 남녀 7명씩 총 14명을 불렀다.
장소는 회사 회의실에 있는 세면대다. 세면대와 수도꼭지 물줄기 간격은 21.7 cm . 많이 넓다. 그래서 세면대 중간에 벽을 설치해 임의로 좁은 세면대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에게 두 번에 걸쳐 손을 씻게 했다. 1회차는 시청 남자화장실과 똑같은 3 cm 의 간격에서, 2회차는 그보다 살짝 더 여유를 둔 5 cm 의 간격에서다.


비누 거품을 손에 가득 묻힌 다음 씻게 했는데, 1회차에서 참가자 전원이 3 cm 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세면대 벽에 계속 손이 닿았고, 공간이 좁아 거품을 씻어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2회차는 어땠을까? 여성 참가자들은 전과 차이를 보였다. 5 cm 가 넓은 건 아니지만, 손 씻기에는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반면 남성 참가자들은 여전히 좁다고 했다. 1회차에 비하면 나아지긴 했으나 손을 씻기엔 부족하단 거다.

세면대와 물줄기. 이 둘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확보돼야 적당할까?

■ 너무 짧은 수도꼭지, 만든 이는 잘못 없다

직접 만드는 사람이 잘 알지 않을까? 수도꼭지 제조사에 물어봤다.

A제조사는 세면대와 수도꼭지 물줄기 사이의 최소 거리를 4.2 cm 로 두고 있었다. 이게 충분하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거다. 수도꼭지 길이나 물줄기 각도를 조절해 적정 거리를 유지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길이가 짧은 수도꼭지는 물줄기가 사선으로 떨어지게 하고, 반대로 긴 수도꼭지는 물줄기 각도가 직각에 가까워진다.




B제조사는 물줄기가 세면대 배수구에 맞춰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제작한다고 했다. 그래야 물도 덜 튀고, 손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나오기 때문이다. 세면대 규격이나 유형에 따라 권장하는 수도꼭지 종류도 달라진다고 한다. 미관이나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제조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게 수도꼭지를 제작한다.' 지극히 타당하고 상식적이다. 수도꼭지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맞다면, 제조 과정에서 원인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도대체 좁디좁은 그 마의 공간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 다른 화장실 수도꼭지도 짧을까?

서울시청만 수도꼭지가 유난히 짧은 건 아닌지, 다른 공중화장실도 가봐야겠다.



남부터미널 1층에 있는 화장실이다. 그냥 봐도 좁다. 손을 씻어봤더니 나도 모르게 손 모양이 잔망스러워진다. 세면대와 물줄기 사이 간격은 3 cm . 게다가 수도꼭지 높이도 원체 낮아 좀처럼 손이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영등포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세면대와 물줄기의 거리가 3.5 cm 로 남부터미널보단 넓었지만, 손 씻기에 좁은 건 마찬가지였다.

■ "진짜 문제는 수도꼭지 설치 과정"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수도꼭지 설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세면대 종류부터 짚고 넘어가자. 가정집에서 흔히 쓰는 평면붙임형이나 탑볼형 세면대는 수도꼭지 구멍까지 뚫어진 완제품으로 판매된다. 집 화장실 인테리어를 해본 분이라면 기억할 거다. 하지만 공중화장실에서 주로 쓰이는 언더카운터형 세면대는 제품 특성상 시공할 때 현장에서 직접 수도꼭지 구멍을 뚫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타공 위치는 세면대 제조사의 가이드인 시공수첩을 기준으로 정한다. 특수한 경우는 설계나 시공 단계에서 따로 설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정해진 위치가 아니라 엉뚱한 곳에 구멍을 뚫으면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소탐대실이 살펴봤던 화장실도 모두 언더카운터형 세면대였다. 맨 처음 살펴봤던 시청 지하 화장실을 다시 보자.


세면대의 타공 위치를 현장에서 측정해보니 최소 7.1 cm , 최대 7.8 cm 였다. 하지만 해당 제조사의 가이드를 찾아보면 타공 위치는 6.3 cm 다. 현장 측정의 오차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심할 땐 1 cm 이상 차이가 나는 거다.

남부터미널과 영등포역도 마찬가지. 실제 타공 위치와 제조사 가이드에 차이가 있었다. 설계보다 더 멀리 수도꼭지가 설치되다 보니 그만큼 세면대와 물줄기 사이 간격이 좁아진 거였다.




■ 백화점 수도꼭지는 길다

간격을 멀리 타공한 게 무조건 오류라고 볼 수는 없다. 인테리어 설계사 ㄱ씨는 대리석처럼 약한 재질의 카운터는 세면대에 너무 가까이 타공하면 상판이 부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는 어느 정도 간격을 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상판의 두께나 구멍 크기 등 여러 변수에 의해 타공 거리가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라도 해결은 가능하다. 수도꼭지를 잘 고르면 되는 거다. 한 백화점 화장실이 좋은 사례다.


이 세면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조사 가이드보다 약 1 cm 멀리 수도꼭지가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수도꼭지가 길고 물줄기 각도도 적당했다. 세면대와 물줄기 사이 간격을 측정해보니 10 cm , 손 씻기 충분한 공간이었다.

정리해보면 방법은 간단하다. 세면대 타공을 설계대로 하거나, 아니면 물줄기를 멀리 내보낼 수 있는 수도꼭지를 쓰면 된다.

■ 10명 중 9명 "공중화장실 세면대는 손 씻는 용도"

물론 우리가 세면대에서 손만 씻는 건 아니다.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고, 어떨 땐 머리도 감는다. 수도꼭지가 너무 나와 있으면 다른 용도로 쓸 때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용 화장실에 한해서다. 공중화장실은 이야기가 다르다.

3일 간 118명을 대상으로 설문해봤다. 공중화장실 세면대에서 주로 무엇을 하냐고 물었다. 답변 유도를 피하기 위해 집 세면대에서 하는 행위들까지 모두 보기에 넣어 복수응답으로 진행했다.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손 씻기가 97.5%로 압도적인 1위였다. 손빨래, 설거지, 머리 감기 등 세면대의 넓은 면적이 필요한 행위도 있었지만 다 합쳐 5%도 되지 않았다.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98년에 실시한 설문에서도 공공화장실 세면대의 용도로 손 씻기가 1위에 꼽혔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용도는 바뀌지 않았다.

공중화장실만큼은 손 씻기에 맞춰 수도꼭지가 넉넉하게 나와 있어도 된다는 이야기다.

■ 우리 그냥 손 씻게 해주라

사실 수도꼭지가 좀 짧다고 해서 안전에 위협을 받거나 금전적 손해를 보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걸 하나씩 자로 재가면서 1 cm 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우리가 옹졸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 큰 변화의 시작은 언제나 작은 변화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의료진들은 손을 씻을 때 유니폼이나 손이 세면대에 닿지 않도록 한다.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이렇게까지 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세면대 벽에 손이 부딪혀 느끼는 불편함과 찝찝함은 줄이고 싶다.

타공을 잘못 했든, 저렴한 수도꼭지를 찾다 보니 너무 짧은 걸 설치했든,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 전부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세면대에 남는 공간이 너무 많다. 수도꼭지는 더 길어도 된다. 특히 공중화장실은 더 그렇다. 손만 씻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굳이 수도꼭지가 짧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그 이유가 딱히 없다면 바꾸는 게 맞다. 그게 상식이다. 수도꼭지 길게 좀 하자 이제.

소탐대실 끝.

기획·제작 : 김진일, 김영주, 박준이, 송민경



김진일( kim . jinil @ jtbc . co . kr );김영주( kim . youngju [email protected] jtbc . co . 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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