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25)
낮 최고 기온이 33℃ 이상이면 '폭염'
기상청이 7월 18일 11시에 발표한 폭염 특보 지도는 일부 폭염주의보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온통 검붉은 폭염 경보 색깔로 뒤덮여 있다. 최강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경보는 35℃ 이상인 기온이 이틀 넘게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의보는 33℃ 이상인 날씨가 이틀 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일 때 각각 발령된다. 폭염 특보는 한 마디로 “무더위가 극심하니 열사병·불쾌감 등의 폭염 피해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올해 폭염이 역대 순위권 진입이 예상될 정도로 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유라시아 대륙이 평년보다 매우 강하게 가열되면서 대기 상층에 있는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발달해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하고 있는 게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대기 중하층(약 5㎞ 이하)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은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대기 상층(약 5~12㎞)으로도 고온의 공기가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게다가 하늘까지 맑아 강한 일사(日射) 효과까지 더해져 이래저래 기록적인 폭염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반도 부근의 공기 흐름이 느려진 가운데 이러한 기압 배치가 당분간 유지돼 중기예보 범위(10일)에 드는 다음 주까지는 일단 낮에는 찜통더위 또는 불볕더위, 밤에는 열대야가 판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절기상으로도 오는 23일(월)은 대서(大暑)다. 말 그대로 ‘큰 더위’라는 뜻으로 연중 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를 가리키는 절기다. 조상들은 대서 무렵의 무더위를 ‘염소 뿔이 더위에 녹는다’는 말로 표현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 얼마나 더웠으면 ‘염소 뿔이 더위에 녹는다'고 했을까. 대서에서 입추(8월 7일)까지 약 보름 정도는 대개 무더위 절정기다.
올해 장마가 뜻하지 않게 ‘반쪽 장마’로 끝나버린 틈을 타서 폭염이 더욱 기세를 부리는 형국이 됐다. 이번 장마는 초반에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몰고 오며 제법 요란하게 찾아 왔다. 하지만 45년 전인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짧은 장마로 끝나고 말았다. 평년(32일)보다 11~15일 정도 일찍 끝나 장마 기간은 제주도 21일, 남부 14일, 중부 16일에 불과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도 283.0㎜로 평년(356.1㎜)보다 적었다.
불쾌지수도 높아 각별한 '마음 관리'도 필요
앞으로 계속될 찜통더위와 열대야 등으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체력이 약한 고령자·독거노인·신체허약자·환자의 경우 열사병 등의 온열 질환이나 기타 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온과 함께 습도도 높아 불쾌지수가 덩달아 높아지므로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세심한 정신 관리도 필요하다.
최근 폭염 행진으로 전국의 온열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온열 질환은 무더위로 인해 생기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의 질환을 가리킨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16일까지 약 2개월간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모두 633명이며 이 중 6명이 사망했다. 올해는 폭염 장기화로 온열 질환자 발생도 평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온열 질환자 633명 중 50대 이상이 87%로 대부분을 차지해 중장년층인 은퇴기 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노화로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 이상에게 폭염이 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은퇴기 사람들은 특히 요즘 같은 때에 날씨경영을 잘 해야 한다. 폭염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낮 동안(특히 정오~오후 5시) 가급적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평소보다 휴식을 더 많이 취해야 한다. ‘물·그늘·휴식’이 온열질환 예방의 3대 지름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www.mois.go.kr )에서 안내하는 열사병 등 온열질환의 증상 및 대처 요령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중앙일보] "염소뿔도 녹는다"는 대서 폭염, 열대야와 함께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