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TV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궁금증을 가질 만했다. 경상북도 포항 외곽 조그만 전통시장에 5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이곳저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은 눈에 익지 않은 낯선 광경이었다.
포항시 청하면 미남리에 자리한 청하시장은 1920년대부터 형성돼 과거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시내에 대형 마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갈수록 규모가 축소돼 지금은 5일마다 한 번 열리는 장날에만 예전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찾아오는 조그만 장터다.
그곳에 왜 이렇게 많은 20, 30대 여행자들이 몰리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청하시장 입구에서 좌판을 펼치고 오징어를 구워 파는 할머니의 입에서 나왔다.
"드라마 때문에 안 그렇나. 쉬는 날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
이전엔 양념한 돼지고기가 맛있는 식당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던 청하시장과 인근 월포해수욕장은 요즘 밀려드는 관광객들에 놀라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적한 시골마을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고 있는 것.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인기에 힘입어 촬영지인 청하시장 일대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여름부터 지금까지 식을 줄 모르는 열기다.
거길 찾아간 건 지난 18일 월요일. 휴일이 아님에도 가족과 커플 단위의 여행객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장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정도였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없던 푸드 트럭과 크고 작은 좌판들이 새로 생겨났고, 청하시장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은 그 어렵다는 '코로나19 시대'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맞느라 바쁘게 손길을 놀리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중략
여행자와 주민들, 서로 배려해 촬영지 인기 이어지길
한국의 시골이 대부분 그렇듯 젊은 세대를 보기 힘든 청하시장 주변. 그곳에서 오래 생활해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들려오는 청년들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잊지 않아야 한다. 관광객들에겐 아주 가끔 찾아가는 공간이 주민들에겐 일상을 영위하는 생활의 터전. 내부가 궁금하다고 건물의 문을 함부로 열어본다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을 터. <갯마을 차차차>는 불륜이나 폭력이 등장하지 않는 이른바 '착한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의 팬들이 찾아오고 있으니 이건 쓸데없는 기우(杞憂)이려나?
모처럼 찾아든 활기에 시끌벅적한 에너지로 넘쳐나는 청하시장을 나와 월포해수욕
장을 향했다. 승용차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다. 포항시청은 인기 높은 지역 관광지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월포 해변을 이렇게 소개한다.
"길이 900m, 폭 70m의 백사장에 하루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하기에 좋다. 월포방파제에선 낚시도 가능하다. 남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면 솔밭이 있어 삼림욕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중략
여기까지 둘러보고도 <갯마을 차차차>와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이라면 드라마의 또 다른 촬영지인 곤륜산과 구룡포 석병리를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하루쯤은 파도 소리가 잠을 깨우는 포항의 해변 숙소에서 묵어가면 어떨까.
이미 막을 내렸지만 <갯마을 차차차> 열풍은 아직 진행형이다. 수많은 언론매체가 드라마와 관련된 뉴스를 하루에 수십 건씩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는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낸 조연배우가 이번 작품으로 주목받게 됐다는 등의 희소식도 있고, 주연 배우의 사생활에 얽힌 달갑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몇몇 팬들은 예상치 않게 들려온 비보(悲報)에 혀를 차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고, 드라마는 드라마.
역병의 시대.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드라마 속 빛나는 로맨스의 공간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홍성식
http://naver.me/FVPNEy9w
TV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궁금증을 가질 만했다. 경상북도 포항 외곽 조그만 전통시장에 5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이곳저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은 눈에 익지 않은 낯선 광경이었다.
포항시 청하면 미남리에 자리한 청하시장은 1920년대부터 형성돼 과거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시내에 대형 마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갈수록 규모가 축소돼 지금은 5일마다 한 번 열리는 장날에만 예전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찾아오는 조그만 장터다.
그곳에 왜 이렇게 많은 20, 30대 여행자들이 몰리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청하시장 입구에서 좌판을 펼치고 오징어를 구워 파는 할머니의 입에서 나왔다.
"드라마 때문에 안 그렇나. 쉬는 날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
이전엔 양념한 돼지고기가 맛있는 식당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던 청하시장과 인근 월포해수욕장은 요즘 밀려드는 관광객들에 놀라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적한 시골마을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고 있는 것.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인기에 힘입어 촬영지인 청하시장 일대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여름부터 지금까지 식을 줄 모르는 열기다.
거길 찾아간 건 지난 18일 월요일. 휴일이 아님에도 가족과 커플 단위의 여행객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장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정도였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없던 푸드 트럭과 크고 작은 좌판들이 새로 생겨났고, 청하시장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은 그 어렵다는 '코로나19 시대'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맞느라 바쁘게 손길을 놀리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중략
여행자와 주민들, 서로 배려해 촬영지 인기 이어지길
한국의 시골이 대부분 그렇듯 젊은 세대를 보기 힘든 청하시장 주변. 그곳에서 오래 생활해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들려오는 청년들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잊지 않아야 한다. 관광객들에겐 아주 가끔 찾아가는 공간이 주민들에겐 일상을 영위하는 생활의 터전. 내부가 궁금하다고 건물의 문을 함부로 열어본다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을 터. <갯마을 차차차>는 불륜이나 폭력이 등장하지 않는 이른바 '착한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의 팬들이 찾아오고 있으니 이건 쓸데없는 기우(杞憂)이려나?
모처럼 찾아든 활기에 시끌벅적한 에너지로 넘쳐나는 청하시장을 나와 월포해수욕
장을 향했다. 승용차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다. 포항시청은 인기 높은 지역 관광지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월포 해변을 이렇게 소개한다.
"길이 900m, 폭 70m의 백사장에 하루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하기에 좋다. 월포방파제에선 낚시도 가능하다. 남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면 솔밭이 있어 삼림욕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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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둘러보고도 <갯마을 차차차>와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이라면 드라마의 또 다른 촬영지인 곤륜산과 구룡포 석병리를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하루쯤은 파도 소리가 잠을 깨우는 포항의 해변 숙소에서 묵어가면 어떨까.
이미 막을 내렸지만 <갯마을 차차차> 열풍은 아직 진행형이다. 수많은 언론매체가 드라마와 관련된 뉴스를 하루에 수십 건씩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는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낸 조연배우가 이번 작품으로 주목받게 됐다는 등의 희소식도 있고, 주연 배우의 사생활에 얽힌 달갑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몇몇 팬들은 예상치 않게 들려온 비보(悲報)에 혀를 차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고, 드라마는 드라마.
역병의 시대.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드라마 속 빛나는 로맨스의 공간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홍성식
http://naver.me/FVPNEy9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