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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에 임금 주면 ‘집에서 논다’ 조롱 사라질까

  • 작성자: glo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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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537
  •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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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여성들은 가정에 갇혀 ‘가사노동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의 오해와 달리, 애초에는 ‘남자들의 일’과 ‘여자들의 일’이 따로 있지 않았다. 밭에서, 상점에서, 그들의 가정에서 여자들은 늘 일했고, 자신의 노동으로 가족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일하느라 바빴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 빵이나 정육점 운영은 전통적으로 여자의 직업이었다. 해당 직업을 가진 아내가 아기를 낳아 젖을 먹이게 되면 가정의 경제 상황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래서 남편은 자식을 아예 유모의 집에 보내버리곤 했다.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일꾼을 고용하는 것보다 유모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

그런데 19세기 산업화가 시작되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독일 사회학자 마리아 미스의 책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남성과 여성을 갈라쳐 남성에게 가족임금을 벌어오는 노동자 역할을 맡기고, 여성에겐 혹사당한 남성 노동자를 입히고 먹이고 재워 멀쩡히 일터로 출근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노동력 재생산’의 역할을 맡겼다. 미스는 이를 ‘여성의 가정주부화’라고 부르며 여성의 이러한 ‘재생산 노동’은 무보수로 이루어진다고 지적했다. 자본가 계급은 노동력 재생산의 부담을 여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추가 이윤을 창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가 그간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과 육아를 끈질기게 권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체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는 여성이 무료로 해주는 가사·돌봄 노동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해나 컬윅 같은 여성이 많다. 임금노동에 대한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사회로 물밀듯 진출 중이다. 하지만 이때도 누군가는 설거지를 하고 빨래도 해야 한다. 아내가 임금노동을 하면 가사노동을 덜 할 수 있을까? <아내 가뭄>의 저자 애너벨 크랩은 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현대의 일하는 엄마들 다수에게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에서 자신을 혹사시키는 영광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9년 대한민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남편은 하루 평균 54분간 가사노동을 한 반면, 아내는 3시간7분이나 했다. 그렇다면 이런 2교대 중노동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흔히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재중동포 등 또 다른 여성에게 가사노동을 위탁한다. 자본가가 가정의 아내에게 ‘전가’한 일이, 제3세계의 가난한 여성들에게 다시 ‘전가’되는 셈이다. 그것도 최저수준의 임금을 주고 말이다. 이는 더욱더 가사노동이 평가절하되는 이유가 된다.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라는 말이 있다. 자국과 제3세계를 가리지 않고 여성의 가사·돌봄 능력을 값싸게 이용하는 자본주의 가부장 사회를 보면 저절로 이 말에 동의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사노동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기보다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이에 <혁명의 영점>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는 국가가 여성의 무상노동으로 생산비용을 크게 절감해왔던 자본에 세금을 거둬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불하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전업주부에게 가해졌던 ‘집에서 놀면 뭐 하니’라는 악의적인 조롱만큼은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화가의 출세작> <화가의 마지막 그림>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을 냈다. 그림을 매개로 권력관계를 드러내고, 여기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다룬다.

http://naver.me/5LAcnI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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