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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6 담임 선생님, 자폐 학생 위하는 그 모습 감사합니다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 작성자: 불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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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940
  • 2022.11.19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발달장애 가족 릴레이 인터뷰⑪-상
연천군 자폐 아동 싱글맘 지연씨

편집자주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경기도 최북단, 연천군에서 아들과 둘이 사는 최지연(44)씨는 싱글맘이다.

지연씨 성을 물려받은 최민재(가명·13)군은 자폐 스펙트럼 '심한 장애'(구 2급)이다. 민재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말문을 텄다. 아직도 눈 맞춤은 조금 힘들다.

지연씨에게, 그리고 민재군에게 지금 초등학교 6학년 통합반(일반학급) 담임 선생님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담임) 선생님이 아들 책상에 '선생님이 민재야~ 하고 부르면 선생님 눈을 봅니다'라고 써 붙여 놔 주셨어요.” 예전엔 항상 반 뒷자리만 앉던 민재는, 지금은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중간이나 앞자리도 앉는다.

선생님은 의사소통과 주의집중이 어려운 민재를 반 친구들이 함께 돌아가면서 도울 수 있게 '모둠'을 만들었다. “옆에 앉은 친구가 민재 보고 앞에 보라고 살짝 쳐서 신호를 준다든가, 만들기 할 때는 풀칠할 곳을 풀로 딱 찍어서 알려준다든가 하는 거예요. 웬만한 어른보다 친구들이 낫구나 싶더라고요. 장애 아동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정말 크게 달라져요.” 진정한 통합교육이다.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장애아를 혼자 키우다 보니, 저는 그걸 정말 뼈저리게 느껴요. 나쁜 사람들도 많지만, 좋은 사람들도 참 많거든요. '진짜 죽으란 법은 없구나' 싶게 기적처럼 어디서 은인이 또 나타나고···."

비도심 시골 지역의 열악한 인프라 환경에서 모든 것을 놓고 싶을 때, 기적처럼 나타나서 빛을 주던 이들의 이야기를 지연씨에게서 들어봤다.







민재를 처음 웃게 한, 두 번째 어린이집

지역 내 특수학교도, 변변한 발달재활 치료실도 없는 '절대적 인프라 부족' 상황에서 지연씨의 목표는 하나였다. "저는 애 교육이 우선이에요. 혼자 키우니까 그게 더 간절하죠. 왜냐면, 제가 없으면...... 아시죠? 무조건 아이 자립이 목표니까, '자립하려면 가르쳐야지, 그러려면 (재활) 치료해야지' 하면서 계속 싸워왔던 거죠." 지연씨는 "하여튼 아들 키우면서 싸우는 데는 진짜 능숙해졌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연천군에는 장애아 전문·통합 어린이집이 없다. 유치원 내 특수학급도 지난해 7월 기준으로 딱 한 곳 열려있다. 경기도 내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1.28명·2020 출생통계)임에도 불구하고, 장애 아동 인프라는 부족한 것이다.

애초 한국에서는 장애 아동의 학습권이 충실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8월 기준 장애아통합어린이집 1,190개소 중 특수교사 배치 기준(학생 4명당 특수교사 1명)에 미달한 곳은 219개소(18%)였고, 176개 장애아전문어린이집 중에서도 절반 넘게(97개소·55%) 미달이었다. 이런 격차는 비수도권, 농촌으로 갈수록 심화된다.


또래 아이들 집단과 어울려야 사회성이 길러진다는 생각에, 지연씨는 일반 어린이집에라도 아들을 보내기로 했다. 두 차례의 어린이집 경험은 천양지차였다. 수많은 발달장애 부모들의 증언처럼, '교육자의 전문성과 마인드(태도)'의 중요성을 절감한 계기다.

첫 어린이집은 원내 행사가 있는 날이나, 체육시간이면 민재군을 교사도 없는 방에 홀로 '가둬뒀다'. 아이 불과 생후 20개월 때 얘기다. '장애를 이용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면사무소장이 부임한 날에는, 괜히 지연씨를 어린이집에 불러냈다. "'이런 애'도 우리가 데리고 있다, 뭐 이런 거였죠."

결국엔 집에서 조금 먼 '구세군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아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에는 아침마다 어린이집 계단에 안 올라가겠다며 떼를 쓰던 아이가, 새로운 곳에 가서는 등원 첫날부터 밥그릇을 싹싹 다 비우고 해사한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등원 첫날,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는데 막 웃고 뛰면서 저한테 안기는 거예요. 저는 애가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있는 줄을 그날 처음 알았어요. 너무너무 애한테 미안했고 반성했죠, 내가 왜 애를 못 믿었을까. 새로 간 곳 원장님은 보조 알바까지 채용해가시며 민재 돌보는 데 애를 많이 써주셨죠. 너무 감사했고,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싶었어요, 그때.”






특수학교가 없어 일반학교에 보냈는데...


아들의 초등학교 진학 시기가 슬금슬금 찾아오자, 지연씨 마음엔 근심걱정이 다시 차올랐다.

"걱정이 너무 돼서, 주변 특수 초등학교를 답사하려는데 제일 가까운 데가 편도로 1시간 반 걸리는 파주더라고요. 왕복이면 3시간이에요.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해주는 곳이라도, 이건 아이를 위한 게 아니다 싶더라고요."

민재군은 현재 거주지에서 가까운 일반 초등학교에서 일반반 통합수업과 도움반(특수학급) 수업을 번갈아 듣는다.

"한번은 수업시간에 보니까, 애가 저 뒷자리 앉아서 마네킹, 돌덩어리 마냥 멍하게 있더라고요." 의사소통이나 집중이 어려운 아들에게 '학습지도사'(특수교육실무원) 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느낀 이유다. 실무원은 장애 학생의 의사소통, 학습, 이동 등을 돕는 교육공무직이지만, 비정규직으로 낮은 처우를 받고 있다.

"매년 겨울마다 우울증이 왔어요. 연천에는 (실무원이) 딱 다섯 분 계신데, 어느 학교에 배치할지 1년에 한 번 겨울마다 재심사하거든요. 다른 학교에 뺏길까봐 부모끼리 신경전도 장난 아니죠. 서울과 비교하면, 학생 수 대비 실무원 인원이 많다고 말씀하시지만, 비교가 되나요? 시골 특수성을 전혀 모르시는 거예요. 연천군에는 특수학교도 없고, 치료실도 3년 전에 하나 생긴 게 전부인 걸요."




민재군도 1~4학년 때는 실무원 선생님이 있었지만. 5학년 때부터 끊겼다. '학교가 작고, 장애 아동이 1명'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교로 재배치된 것이다. "5학년 개학 후에야 알아서, 장학사·경기도청·교육청까지 전화 안 한 데가 없어요. 사정사정해서 겨우 공익(사회복무요원)이 한 명 왔던 거였죠."

특수교육 보조인력은 장애 학생이 통합학급 수업에 적응하고 또래와 어울리는 데 꼭 필요한 존재지만, 현장에서는 '업무 과중'과 '인력 부족'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2021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유치원 및 초중고 특수교육대상자는 9만8,000여 명인데, 보조인력은 1만3,000여 명(사회복무요원 4,377명 포함)이었다.





아이의 학습권을 위해 애걸복걸해서 배치받은 사회복무요원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이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올 줄은 미처 몰랐다.

올해 봄 어느 날, 방과 후 집에 돌아온 아들은 평소와 다른 '파격적 행동'을 했다고 한다. 속옷에 이물질이 조금만 묻어도 바로 갈아입어야 했을 만큼 '깔끔쟁이'였던 아이가, 자기 분변을 만지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 "너무 놀라서 정신과 상담을 하니 교내 폭력, 학대가 의심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즈음 지연씨가 6학년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하면서, 의문이 풀렸다.

"선생님이 먼저 '어머님, 알고 계실지 모르겠는데' 하면서 말을 꺼내시더라고요? 아들이 조금만 수업 중에 몸을 배배 꼬고, 집중 못 하면 (사회복무요원이) 교사 허락도 없이 손목을 끌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다고요. 전에도 그렇게 했었냐고요. '제가 수업 중에 민재를 케어하기 너무 힘들면 부탁할 수는 있어도, 말도 안 했는데 먼저 그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선생님이 얘기하시는데, 저는 그때서야 알았어요."

담임 선생님은, 민재군이 가끔은 느닷없이 주먹을 꽉 쥐고서는 뒷자리의 사회복무요원을 쳐다보며 책상을 쾅쾅쾅 치기도 했었다고 지연씨에게 전해주었다. "분노의 표시였겠죠. 그때가 한참 아이가 집에서 안 하던 행동을 하던 시기라, 선생님 말씀 듣고서 불현듯 모든 의문이 풀렸어요. (학교에서) 스트레스 받은 걸 집에서 푸는 거였던 거죠."



교실 밖에서 벌어진 상황까지 알 방도는 없었지만, 지연씨는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해당 사회복무요원을 보조인력 자리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분리 조치를 하고 나니 아들의 '나쁜 행동'도 없어지고, 지금은 잘 지내요. 그 일이 공익 개인의 문제라고도 생각 안 해요.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닐 테니까. 그래서 학습지도사 선생님의 존재가 그렇게 중요한 거거든요."





다행히 민재군의 6학년 담임 교사는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등 전문성을 갖고, 학생을 살뜰하게 살피는 좋은 분이었다. 선생님은 보조인력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렇게 반 친구들을 모아 민재를 도와주는 '모둠'을 만들었다.

그러나 매번 교사의 힘과 역량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연씨는 말했다. "어떨 때는 선생님은 의욕이 넘치셔도, 학교에서 안 도와줄 때가 있어요. 아니면 대놓고 요구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세요. '어머니 저한테 말씀하셔서 될 게 아니고, 교육청이든 어디든 항의 전화를 하세요. 민원을 내세요.' 그렇게요. 여기저기 다 싸워 가며 혼자 장애 아이 키우는 게 진짜 쉽지 않더라고요."





“연천에서 태어난 아이, 여기서 살 수 있게”

너무 힘들다'는 말로도 다 설명 못 할 나날 속에서 지연씨는 공황장애를 얻었다.

"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어요. 애 키우다가 힘들어서 극단적 선택하는 엄마들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죠. 근데 또 '그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냐'는 생각이 너무 드는 거예요. 저도 그래요, 아이를 위해 사는 거죠."

지연씨는 그럼에도 "제가 좋은 얘기도 많이 했죠?"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힘들 때마다 '죽으라는 법 없다'는 듯이 손 내밀던 은인들. 어린이집 원장님, 6학년 담임 선생님, 지연씨가 놓친 복지 혜택들을 꼼꼼히 챙겨 알려주던 군청 사회복지과 담당자 등. 달리 말하자면, 법과 제도로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할 장애인과 가족의 권리가 아직은 상당 부분 개개인의 선의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제가 주변 다른 (장애 아동) 엄마들한테 그런 말도 하거든요. '야, 나 같은 사람도 살잖아'라고요. 시골에서 어렵게 학교 다니는 장애 아동들, 부모님들 위해서 얘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예전에 군청 가서 '연천에서 태어난 아이, 여기서 교육받고 여기서 살 수 있게끔 책임져주셔야 하지 않겠냐. 나가라고 말만 안 하시지, 지금은 도저히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이런 말을 했었거든요.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골에서 사는 장애인 가정의 상황도 더 헤아려주셨으면 해요."





▶지연씨와 민재군의 이야기는 내일(20일), 인터뷰 하편 기사로 이어집니다.

http://n.news.naver.com/article/469/000070841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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