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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로 멍든 자폐 아들, 효과 봤던 치료 돈 없어 그만뒀어요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 작성자: 스트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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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750
  • 2022.12.04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발달장애 가족 릴레이 인터뷰⑮
원주의 자폐아동 엄마 최예현씨

편집자주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중증 자폐에 틱 증상,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도 있는 복합 장애아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저희 아이를 반기는 곳 없고 늘 퇴소 조치가 이뤄져요. 나라에서 중증 자폐 기관을 확대해주세요. 부모가 없을 때도 아이를 지켜줄 울타리가 절실합니다...”

강원 원주에서 중증 자폐 아동 황민재(가명·10)군을 키우는 어머니 최예현(가명)씨는 “솔직하게 말해서, 저도 오로지 부모의 몫인 아이를 죽을 때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무섭고 두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발달장애인 센터에서조차 ‘중증’ 자폐 아동은 배제되고, 후순위로 밀려난다며 슬퍼했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이 만난 중증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입을 모아 “중증은 사각지대”라고 호소했다. 돌봄과 교육, 재활치료에서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당사자일수록 도리어, ‘감당하기 어렵다’ ‘치료 효과가 크지 않다’ ‘통제가 안 된다’는 등의 이유로 각종 기관과 서비스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타해 등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민재군의 이야기를 통해, 중증 발달장애 아동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들어봤다.


민재군은 지역 내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에 다닌다. ‘하루 종일 뛰면서 돌아다니는’ 에너지가 넘치는 활달한 성격인 민재군은, 도전적 행동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민재군의 팔에는 자해로 인한 멍 자국이 가득하다. 친구들을 때리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충동성을 자제하는 등의) 약을 많이 복용하고 있음에도, 공격성을 잡기가 힘들다”며 예현씨는 한숨을 쉬었다.

발달장애인은 종종 의사와 욕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감각이 매우 예민한 경우도 많다. 언어적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본인에게 주의를 끌고 싶거나, 욕구를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도전적 행동을 보인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도망가거나, 자신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치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들이다.

예현씨는 말했다. “아이가 의사 표현이 안 되니, 학교에서도 울거나 화가 나면 드러누워서 아기처럼 떼를 부리듯하는 거죠. 그러면 다른 친구들에게도 피해가 되는데, 특수학교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선생님이 민재만 봐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민재군이 도전적 행동을 보일 때, 학교에서는 ‘심리안정실’에 아이를 보내기도 한다. 어두운 조명과 음향설비·쿠션 등을 설치해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그러나 이 공간이 정작 행동을 교정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아이에게 상처와 트라우마로만 남는 듯하다고 예현씨는 말했다.

“아이가 거의 의사소통이 안 되지만, 가끔 말을 하거든요. 하루는 방과 후에 집에 와서는 ‘거기(심리안정실)에 혼자 갇혀 있는 게 너무 힘들다’ 이러더라고요.”


도전적 행동을 적응적 행동, 사회에서 용인되는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행동중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교육자와 전문가는 국내에 드물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동에 대해 일정 기간 격리조치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다.

교육당국 차원에서 행동중재 전문인력을 두는 건, 지난해 초 서울시교육청에서 상근 '행동중재전문관' 1명을 선발한 게 전국 최초다. 행동중재전문관은 매주 가정이나 학교의 특수교육 대상자(장애 아동)를 찾아가 아동에게 의사소통 기술과 참기, 기다리기 등의 사회성 기술을 익히도록 돕는다. 경기도도 지난해 말 전국 최초 병원 연계형 장애학생 행동중재 지원센터를 열었다. 수도권 교육당국도 이제 겨우 첫발을 떼고 있는 셈이다.



특수학교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장애 학생의 학교 생활을 돕는 특수교육실무원과 사회복무요원(구 공익근무요원) 등도 함께하는데, 이들은 더욱 중증인 아동을 지원하는 데 경험과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수학교는 보통 한 반에 특수교사 한 명 학생이 세네 명인데 중증 아동만 셋이어도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요. 한 명은 울고 보채고, 한 명은 교실 밖에 뛰쳐나가고 하면… 특수교사 선생님들도 좋은 마음으로 배워서 시작한 일이신데 월급이 그리 많지도 않고, 일은 힘드니 3년 정도 하시면 골병이 나서 나가시더라고요. 실무원분들도 애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시고, 공익들은 왔다가 기겁하고 간대요.” 예현씨는 답답한 듯 말했다.




민재군이 취학 전 수도권에 살 때는 ‘응용행동분석(ABA)’이란 행동중재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큰 효과를 봤다고 한다. 마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았다. 그러나 막대한 치료비에, 강원도에서는 수업을 들을 곳도 없어서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예현씨는 “ABA로 정말 아들이 효과를 많이 봤지만, 한 달에 200만 원 조금 안 되게 깨지곤 했죠. 문제는 그것도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못 받아요”라고 설명했다.

ABA는 발달장애 아동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보상(그림책·TV 보기)을 주고, 문제행동을 하면 벌(계단 오르내리기)을 주는 식의 ‘상벌체계’를 활용한 행동중재(교정)법이다. 물론 개별 장애 아동의 특성에 따라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일각에선 ‘동물 훈련법을 기계적으로 인간에게 적용한 치료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심각한 행동 문제를 보이는 발달장애 아동 부모들에게는 아이가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는 데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진다. “자폐는 어떻게든 애가 좋아지길 바라면서 엄마들이 올인하는 경향이 있어요. 치료비고 뭐고, 어떤 곳은 집 팔아서 치료비를 대더라고요. 그래서 가난해진 집들이 많아요.”






ABA는 한 타임(40분) 수업료가 8만~10만 원을 오간다.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매달 200만~400만 원을 투입해야 한다. 미국에선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등으로 ABA를 비롯한 발달재활치료비가 보장되지만, 월 최대 '22만 원'(내년부터 25만 원으로 인상) 지원이 전부인 한국의 발달재활바우처로는 ABA 치료는 감당할 수 없다. 애초 ABA전문가가 많지 않은 데다, 바우처 사용이 안 되는 센터도 많다.

민재군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한 학부모가 ABA 자격증을 딴 뒤로 예현씨는 아들이 다시 ABA 수업을 들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 차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와의 협의가 잘 안 되면서, 해당 학부모는 인근의 다른 특수학교에서 치료 수업을 하고 있다.

“(자폐 아동) 학부모 한 분이 본인도 너무 답답하니까, ABA를 공부하셨거든요. 연구소도 하시면서 엄마들한테 계속 무료 교육도 해주시고 그랬어요. 학교에서 연계가 돼서 수업을 했으면 저희도 너무 좋았겠죠. 사설 ABA 센터도 돈이 있거나, 어린 애들만 받거든요. 심리안정실에 그냥 가둬놓을 게 아니라 행동 교정 방법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면 저희 애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텐데… 너무 아쉽죠.”




도전적 행동을 가진 발달장애인은 돌봄 영역에서도 ‘기피 대상’이 된다.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들 사이에서도 ‘자폐는 힘드니 맡지 말아라’ ‘힘드니 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부모들의 증언이 많았다.

“솔직히 최저임금 받으시며 일하시다 보니, 활동지원사 선생님들도 이해는 가요. 자폐는 ADHD 성향이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계속 돌아다니고, 또 스스로 위험 인지가 안 되니 막 길로 뛰어들 수도 있고 그렇죠. 그걸 선생님이 다 제지하셔야 하니, 부담되시겠죠. 저라도 얌전한 친구 하고 싶을 거예요.”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할 경우 활동지원사가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건 물론, 높은 노동 강도에 상응해 임금 수준이 높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재 정부는 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 서비스 연계율(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중증 장애인을 맡는 지원사에게는 시간당 2,000원씩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가산수당 적용을 받는 사례는 전체 활동지원 수급자 중 1%에도 못 미친다. 활동지원사 자격을 얻는 데 필요한 교육(40시간 이론교육·10시간 현장실습)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들이 학교와 언어치료실에 가는 시간을 빼고는 '독박 돌봄'에 놓이는 예현씨는, 몸도 마음도 모두 지친 기색이었다. “저희 아이가, 제가 장애를 선택한 것도 아닌데 오롯이 부모의 몫인 것이죠. 돌 아이 지능을 가진 아이를 한평생 매일 죽을 때까지 돌봐야 하는 게 발달장애인 부모의 현실이에요. 아이 보느라 잠도 잘 못 자고, 1분 1초 쉴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제 건강도 좋을 수가 없어요.”

주변 이웃들의 혐오 발언도 예현씨와 민재군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저 엄마가 바보니까 ××자식 낳았겠지’ 하고, 놀이터에서도 자동 왕따예요. 저희 둘째(민재군의 비장애인 동생)가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니까 ‘너 저기 ×× ×× 집안이랑 놀 거야? 이리 와’ 이러면서 놀지 못하게 애를 확 데려가더라고요. 바깥세상은 냉정해요.

민재가 저희 집안에서 처음 장애아로 태어나면서, 그제야 장애인이 세상에서 이런 시선을 받는구나, 조금은 알게 됐어요. 제가 돈만 많았으면, 우리 애들 복지를 위해 시설이든 교육기관이든 진짜 재산 내놔서 짓고 싶은 마음이죠..”


예현씨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건, 아들이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일 때문이다. “성인이 되면 더 문제예요, 공격성이 있으면 기관에서도 받아주지를 않아요. 주간보호시설이라도 좀 늘려주시면 좋겠어요. 저희 아들은 (도전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 발달장애인처럼) 작업장에 다닐 수도, 바리스타를 할 수도 없어요."

“제가 원하는 건 딱 그거예요.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엄마가 나이 들고 병들면 (아들을) 받아줄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탈시설 정책을 추진할 거면, 시설을 줄일 거면 거기에 대한 대안도 확실히 마련해주세요. 우리 아이는 솔직히 평생 교육을 받아도 자립이 될지 말지입니다.

몇 년 전에, 함께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성인 지적장애인이 길거리에서 구걸했던 사건이 있었잖아요




비극적 사건인데도, 심지어 전 그분 상황이 부럽더라고요. 그분은 도와달라고 직접 글을 써서 길로 나왔는데 저희 아들은 글도 모르고, 누구한테 도움 요청할 줄도 모르거든요. 진짜 제가 없으면 못 사는 아이예요. 이런 중증 아이들을 나라에서 돌보지 않고, 부모가 오롯이 감당하는 한 비극은 계속 발생할 겁니다…"

http://n.news.naver.com/article/469/000071098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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