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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생각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 작성자: 쉬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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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499
  • 2023.10.15

생각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부정적 정서를 잘 이겨낸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슬프고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하다고 하기보다 "오늘따라 사소한 실수에도 크게 속이 상하고 실패자가 된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럴까. 아마 며칠 동안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 거 같다"처럼 자신의 마음 상태를 분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우울감을 잘 이겨내는 경향을 보인다. 

많은 경우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다양한 상황적 요소들에 의해 들쑥날쑥하기 마련이다. 보통이라면 전혀 짜증나지 않았을 만한 일이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면 버럭 화가 날 만한 일이 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우리의 판단력이라는 것도 이렇게 평소보다 감정이 격해질만한 상황에 놓였을 때는 그다지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 배가 심하게 고플 때 장을 보면 평소보다 훨씬 많이 사게 되고 화가 났을 때는 세상 사람들이 나의 적인 것처럼 보인다.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가 완전히 다르다는 말처럼, 감정적으로 머리가 뜨거울 만한(hot state) 상황에서는 우리의 감정도 이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잔뜩 화가 났거나 한 밤 중에 갑자기 존재론적 고독감이 몰려왔을 때 중요한 결정을 하지 말라는 조언들을 한다. 홧김에 사표를 내는 것이나 새벽에 갑자기 전 애인에게 문자를 보내는 행위는 대체로 다음 날 큰 후회를 불러오곤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우울함이 몰려오는 새벽이면 인터넷으로 충동구매를 하고 그 다음 날이면 정신이 들면서 부랴부랴 구매를 취소하는 일을 겪곤 함을 고백한다. 

“마음의 소리”를 따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될 때가 있는 반면 그러면 안 되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마음의 소리를 따르면 안 될 때일수록 마음의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마음의 소리를 따라야 할 것 같은 확신이 든다는 게 문제다. 이런 점에서 더더욱 내 마음에 대해 따지고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 만성 통증이 올라오면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다. 바로 어제도 통증을 감지하고 한창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어느새 스스로에게 이렇게 사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럴 때면 모든 일을 그만 두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문득 신체적 통증과 이에 대한 감정 반응(짜증, 슬픔 등)은 별개임을 떠올리고 이런 감정들이 나타난 경위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계속해서 나에게 ‘정말 싫다. 우울하다. 짜증난다.’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지금의 삶이 별로 의미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우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감정이고 생각임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지금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내 마음이 나에게 이렇게 살기 싫다고 이야기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하고 목소리를 내어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보았다. 

별 것 아닌 행동이지만 목소리를 내어 이야기해 보니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던 것의 정체는 나의 생각임이 분명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만들어 낸 생각과 현실을 조금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기저에는 통증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아플 거라는 다소 비합리적인 신념이 있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되고 전반적인 건강 관리를 잘 하면 좋아진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우울감에 깊이 빠져 있을 때면 마치 마음에 검은 장막이 드리워지듯 긍정적이었던 경험들이 묻혀 하나도 떠오르지 않게 된다. 결국 우울할 때면 가장 안 좋았던 경험과 가장 안 좋은 상상만 선택해서 떠올리는 것이 큰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떠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별로 좋지 않지만 감정에 대해 따져보는 시도는 중요한 것 같다. 부정적 감정의 존재 이유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잠재적인 위험 요소에 주의를 주게끔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감정에 먹히지 않되 그것의 메시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주의를 빼앗겨 현실적인 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진 길을 가게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Hargus, E., Crane, C., Barnhofer, T., & Williams, J. M. G. (2010). Effects of mindfulness on meta-awareness and specificity ofdescribing prodromal symptoms in suicidal depression.Emotion, 10(1), 3442. https://doi.org/10.1037/a001682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http://n.news.naver.com/article/584/0000024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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